SMC엔지니어링, 천안FC 인수…청주시와 연고지 협약 체결
청주시, 8년차 연고팀 청주FC 재정 지원 축소…결별 수순?
천안FC를 인수한 김현주 SMC엔지니어링 대표가 발빠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김 대표는 구단명을 청주시민축구단(가칭)으로 정하고 지난 16일 청주시와 연고지 협약을 체결했다. 청주시민축구단은 현재 대한축구협회에 연고지 이전 및 구단명 변경 등을 신청한 상태로 대한축구협회의 승인만 받으면 올해 K3리그에 참가할 수 있게 된다.
청주시민축구단이 참가하게 되면 K3리그 역사에서 초유의 일이 벌어진다. 같은 기초자치단체를 연고로 2개 팀이 리그에 참가하게 되는 것이다. K3리그에는 이미 청주를 연고로 한 청주FC가 8년째 참가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일각에서는 청주시가 추가로 연고지 협약을 체결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아마추어팀은 많을수록 좋다”며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한다.
확실한 것은 청주시의 결정으로 두 팀의 경쟁은 불가피해졌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프로리그 진출(창단)이라는 동일한 목표로 경쟁하는 청주FC와 청주시민축구단, 누가 먼저 목표에 도달하게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K3리그의 다윗과 골리앗
돌아가는 분위기는 청주시민축구단이 유리해 보인다. 든든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손쉽게 요건들을 갖춰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16일 김현주 SMC엔지니어링 대표가 이사장에 취임하며 공식적으로 천안FC를 인수한 청주시민축구단은 청주시와 연고지 협약을 체결했다. 청주시로부터 흥덕공원 축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할 수 있는 허가도 받았다. 이달초 공개모집을 통해 현재 19명의 선수도 확보했다. 3월 11일 선수 등록 마감까지 최소 인원인 25명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선수 면면도 화려하다. 작년까지 일본 프로팀 빗셀고베에서 뛴 국가대표 출신의 강윤구(23·DF) 선수를 비롯해 국내 프로팀 선수도 영입했다. 아마추어팀이지만 구단 재정 상황에 따라 대우를 달리 해줄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일반적으로 K3팀은 월급에 해당하는 월 훈련비와 승리수당을 지급할 수 있다. 청주시민축구단은 월 훈련비 50만원과 승리수당 50만원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선수들과 계약을 체결했다. 프로선수 연봉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소액이지만 아마추어리그인 K3리그에서는 이 정도면 최고대우다. 여기에 숙식까지 제공한다.
청주시민축구단의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이한우 사무국장은 “창단 원년 리그 우승이 목표다. 3년 내에 프로구단을 창단한다는 게 구단의 목표”라고 말했다. 이 같은 자신감의 배경은 김현주 대표의 투자 약속이다. 김 대표는 연간 9억원의 운영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대개의 K3 축구단은 3억~5억원선에서 운영된다.
반면 청주FC는 창단 후 최대 시련을 겪고 있다. 청주시민축구단이 나타나기 전 청주FC는 프로축구 불모지 청주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2002년 직장인클럽 ‘솔베이지’로 시작한 청주FC는 2009년 청주시를 연고지로 K3에 가입했다.
이들의 목표는 청주FC를 통해 축구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끌어내고, 시민들의 공감대를 통해 지역 연고의 프로구단을 창단시키는 것이었다. 프로축구단 창단이라는 점은 청주시민축구단과 같지만 청주시민축구단이 기업 중심의 축구단 창단이라면 청주FC는 시민구단 성격이 강하다.
구심점 잃은 청주FC, 표류하나
K3로 우회한 청주시민축구단은 K3팀을 성장시켜 프로팀을 만들겠다는 구상이고, 청주FC는 아마추어팀 청주FC는 그대로 유지한 채 별개의 프로구단을 창단하겠다는 점이 다르다.
2013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전국체전에서 충북도에 준우승을 안겨준 청주FC는 기대처럼 한 단계 한 단계 성장했다. 하지만 청주시민축구단 등장, 더 적확히 말하면 SMC엔지니어링의 등장으로 최대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 하반기 SMC엔지니어링이 프로축구단을 창단하겠다고 선언했을 때부터 사실상 경쟁은 시작된 것이다.
청주FC에게 닥친 가장 큰 문제는 재정난이다. 청주시의 재정지원이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다. 2015년에는 3억 5000만원을 지원받았지만 올해는 청주시의회가 2억원으로 삭감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운영규모가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시의회의 삭감 배경에 대해 이런저런 억측이 나오고 있다.
자본가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는 청주FC는 사실상 지자체의 재정지원으로 운영되는 구단이다. 지원 축소는 이들에게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솔베이지 창단의 주역이자 청주FC 사무국장을 맡아온 조석호 씨는 “당장 선수들에게 아침밥을 제공하지 못하게 됐다. 긴축운영을 해도 9월을 넘기기 어렵다”고 말했다.
청주시민축구단이란 새로운 카드가 생긴 청주시와 의회가 청주FC와 결별을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최근에는 단장과 사무국장이 동반 사퇴하고 대행체제로 운영되는 등 위기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청주FC가 청주시민축구단과의 경쟁에서 우위에 있는 것은 기여도와 대표성이다. 지난 수년간 충북대표로 전국체전에 출전했고, 청주시를 연고로 한 최초의 K3리그 축구단이다. 청주시장이 명예 구단주다. 반면 청주시민축구단은 후발주자로 조합의 형태지만 김현주 대표가 운영비를 전담하는 사실상 개인의 팀이다. 향후 프로축구단 창단(지자체 참여) 논의가 재개될 때 파트너의 정당성 면에서는 청주FC가 한발 앞서 있다.
대한축구협회도 청주시민축구단 팀명 사용에 대해 현재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축구단’ 등의 이름은 공공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청주시민축구단 관계자는 “협회로부터 구단주가 시장이어야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하지만 다른 지역 사례를 보더라도 법적인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