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성 방지용으로 2005년 연못설치…밀려난 농성자 인도로 내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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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 청주시는 노인병원 농성장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철제 울타리를 설치했다. 농성장 철거 이유로 보행자 통행 방해를 들었지만 오히려 울타리가 인도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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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청주시는 보행자들의 통행을 방해하는 등의 이유로 행정대집행을 통해 노인병원 농성장을 강제 철거했다. 하지만 시청 인근을 지나는 보행자들의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노인병원 노조원들이 시청 앞 인도에 보은용 깔개를 설치하고 노숙 농성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노조원들이 인도로 나온 이유는 청주시가 설치한 울타리도 한몫했다. 시는 행정대집행에 이어 후속 조치로 철제 울타리를 공원 주변과 버스 승강장 앞 벤치에까지 설치했다. 이유는 청사를 방호하고 노조원들이 농성을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설치된 울타리는 시민들까지도 공원과 공원 화장실 출입을 막았다. 시는 이것이 민망했는지 농성이 끝나면 철거하겠다는 안내문을 붙였다.
하지만 시청앞 공원과 공원 연못, 화단의 유래를 알면 시의 이런 행위를 그냥 넘기기에는 마음이 편치 않다.
해당 시설의 용도가 시민 편의라기 보다는 농성방해용 알박기 구조물이었던 것이다. 원래 청주시청 정문 주변에는 500~600명 정도 집회를 할 공간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100명만 모여도 인도와 차도를 내려와야 된다. 그렇다면 이 공간은 어디로 간 것일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2004년 우진교통 노동자들의 시청 앞 농성이 기원이다. 우진교통 노동자들은 체불임금 문제를 해결해 달라며 이곳에서 약 4달간 천막을 치고 농성을 했다. 우진교통 농성이 끝나자 2005년경 당시 한 대수 시장은 천막 있던 자리에 연못을 만들었다.
2012년 이번에는 택시 노동자들이 도급택시 근절을 요구하며 천막을 치고 약 한 달간 농성을 했다. 도로로 밀려나왔지만 인도를 침범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택시 노동자들의 농성이 끝나자 천막을 있던 자리는 성인 허리 높이의 화단이 만들어졌다. 전임 한범덕 시장 때 일이다.
화단 설치이후 남아 있는 공간은 폭 2m 정도가 유일했다. 그리고 노인병원 노조는 화단 앞에 천막을 설치했다. 그리고 이들이 있던 자리는 철제 울타리가 처졌다.
돌아보면 화단이나 울타리로는 약자들의 목소리를 막지 못한다. 그런데 청주시는 계속해서 약자들과 소통하기 보다는 소통의 광장을 줄여왔다. 소통이 안되니 급기야 시청 앞은 장송곡이 울려 퍼지는 상황이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