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강매' 논란 노영민 의원, 4선 도전 포기 기자회견
4월 총선 ‘백의종군' 선언…차기 대선·지선 역할론 대두

‘시집 강매’ 논란으로 당원자격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더불어민주당 노영민 의원이 4월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노 의원은 1일 충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리심판원의 결정을 존중하며 이번 총선에 백의종군 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국회 정론관에서 불출마 입장을 밝힐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바꿔 청주로 내려와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 의원은 지난해말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 카드 결제 단말기를 두고 국회 산업위원회 산하 기관에 자신의 시집 ‘하늘 아래 딱 한 송이’를 판매한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져 ‘의원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노의원측은 당시 “구매를 강요 하진 않았다”며 결백을 주장했으나 신기남 의원의 아들 로스쿨 청탁의혹과 맞물려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더민주 윤리심판원은 지난달 25일 노 의원에 대해 당원자격정지 6개월, 신 의원은 3개월의 징계를 결정했다. 이번 징계가 확정되면 노 의원은 사실상 이번 총선에서 더민주당의 공천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노 의원측 지역 당원들은 “공천 배제는 사실상 정치적 사형선고”라며 윤리심판원의 징계에 반발했다. 일부 현역 의원들도 구명운동에 나섰고 흐름에 밀려 노 의원은 재심 청구 방침을 정했다. 하지만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완고한 입장이 알려지면서 지난달 27일 불출마 결심을 굳혔다는 것. 이같은 결심은 곧바로 문재인 전 대표에게 전달됐고 지난 30일 대표직 사퇴후 지방 휴식차 내려가는 길에 청주에서 두 사람의 독대가 이뤄졌다는 것.
문재인 전 대표와 청주 독대
더민주당 관계자는 “문 전 대표가 노 의원을 끝까지 지켜주지 못한 아쉬움과 불출마에 대한 위로의 말씀을 했을 것이다. 문 전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어려운 문제를 가장 먼저 상의하는 동료의원’으로 노 의원을 꼽을 정도로 신뢰하고 있다. 아마도 2년뒤 대통령선거라는 더 큰 승부를 앞두고 모종의 역할을 당부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노 의원은 불출마 회견문을 통해 “총선을 앞둔 이 시점에 ‘국민 눈높이에서 보고 결정할 수밖에 없다’는 윤리심판원 결정을 전적으로 존중한다”며 “억울한 점도 없지 않지만 다 저의 부족함과 불찰에서 비롯된 일이기에 총선승리의 길에 걸림돌이 돼선 안 된다.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당인의 자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당의 승리를 위해 백의종군, 멸사봉공의 마음으로 책임과 도리를 다하겠다”고 덧붙여 4월 총선의 지원 의지를 밝혔다. 실제로 노 의원 불출마 선언 이후 흥덕구 지역구 승계 1순위로 꼽히는 도종환 의원측과 노 의원측 보좌진들이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더민주당 공천후보가 원활한 선거운동을 펼치기 위해서는 노 의원의 지원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노 의원의 일부 충성 당원들은 ‘무소속 출마’를 주장하는 등 더민주당에 대한 반감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당내 경선에서 노 의원의 의중이 당원 판세에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지역 정치권에선 노 의원의 4선 불발을 차기 지방선거의 광역단체장 출마와 연결짓기도 한다. 2년전 지방선거 직후 이시종 지사와 민주당 의원들간 모임에서 노 의원의 발언내용이 회자되고 있다. 당시 노 의원은 “여기 모인 3선 의원 3명 가운데 20대 총선에서 낙선한 분이 이 지사님의 차기 경쟁자가 될 지 모른다”고 농담처럼 얘기했다는 것.
결국 4선 도전에 실패한 자신이 그 말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노 의원도 개인적으로 광역단체장직에 대한 관심이 남다른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노 의원의 향후 정치적 행보는 차기 대선 결과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