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강경대응 천명… 권옥자 분회장은 입원 치료
고용승계 법적 해석논란…민주노총, ‘법적 의무사항’

▲ 지난 2일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28일 동안 단식을 진행했던 권옥자 분회장이 분신을 시도하다 제지되자 “청주시장 나와라”라며 절규하고 있다. 사진/육성준 기자

 

▲ 법제처가 청주시의 질의에 답변한 내용. 법제처는 사회복지법에는 위탁계약시 고용승계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고 밝혔다.


▲ 청주시 질의에 대한 법제처의 회신내용. 법제처는 고용승계를 조례로 강제하는 것이 상위법에 저촉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체 내용은 상위법에 따라 고용승계를 포함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고용승계를 둘러 싼 청주시노인전문병원 사태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28일째 단식농성을 진행하던 권옥자 분회장은 분신이라는 극단적 시도를 했다.

위탁운영자로 선정된 의명의료재단은 한수환 전 병원장과 양도양수금 문제로 위탁계약조차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쟁점이 되고 있는 고용승계 문제가 법률로 정해져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장이 일고 있다.

민주노총은 법제처의 유권해석 문서를 공개하고 청주시가 이를 은폐하기 위해 조례를 위장 개정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노총의 주장이 사실일 경우 청주시는 법률마저 왜곡하고 사태를 키웠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지난 2일 오전 10시 20분경 청주시청 앞마당은 고함과 비명소리로 뒤엉키며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시청 앞 마당에는 권옥자 공공노조청주시노인전문병원분회(이하 노인병원분회)장이 신나가 담긴 말통을 몸에 부으며 “청주시장은 나오라”고 외쳤다.

커다란 용기에 담긴 신나는 순식간에 권 분회장의 몸을 적셨다. 이를 목격한 노인병원 분회 조합원들은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 우는 사람, 놀라서 어쩔 줄을 모르는 사람에서 나오는 소리와 권 분회장의 절규가 한데 모였다.

권 분회장은 “한 달 동안 굶고 절도 하며 애원했다. 우리는 시민도 아니냐. 이렇게 까지 외면하는 이유가 뭐냐”며 “청주시장과 청주시의회 의장과 대화를 하고 싶다”고 외쳤다.

권 분회장은 조합원들이 곁에 오는 것조차도 막았다. 이 와중에 청주시 관계자가 권 분회장에게 접근해 손에 들고 있던 라이터를 뺏으려 했다. 권 분회장은 이에 저항해 라이터를 켜려했지만 무위에 그쳤다.

단식 28일째를 맞고 있던 권 분회장은 차디찬 아스파트 위에 누었다. 시간이 흐르자 노인병원 조합원들은 “단식 30일째다. 저체온증으로 사람이 죽는다. 청주시장 나와라”라고 외쳤다.

경찰, 119 대원과 소방차도 출동했다. 10시 50분경 마침 회의를 끝낸 C 청주시 의원 등이 의회 건물에서 나왔다. 이들은 멀리서 이 광경을 바라보다 그냥 사라졌다.

주변에 있던 청주시 공무원들은 귓속말로 말을 주고 받을 뿐 특별한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출동한 경찰은 시청 청사앞으로 주홍색 폴리스 라인을 치고 경계를 강화했다. 시청 앞 현관 출입문은 굳게 잠겼고 안에 있던 공무원은 물끄러미 밖의 상황을 지켜봤다.

한 시간 정도 시간이 흐르고 권옥자 분회장의 몸은 굳어져갔다. 그가 119 후송차량에 실려 병원으로 이동하는 순간까지도 청주시장은 나타나지 않았다.

 

청주시의 꼼수였나?

권옥자 노인병원분회장이 분신 시도가 있기전 청주시청 브리핑실에서는 민주노총의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민주노총은 이 자리에서 “청주시의 왜곡과 은폐가 불필요한 사회갈등을 불러일으켰다”며 “탈법행정과 거짓행정의 자료를 공개한다”며 문서 하나를 공개했다.

민주노총이 공개한 문서는 청주시가 법제처에 질의한 내용에 대한 답변서. 이 문서에는 그동안 청주시가 주장해왔던 내용과 상반되는 내용이 담겨있다. 

청주시는 법제처에 “청주시노인전문병원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개정하여 노인전문병원 수탁운영자에게 병원종사자를 고용승계 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가능한지?”라고 질의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법제처는 “조례로 고용승계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지방자치법 제22조 단서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법제처의 문서를 자세히 보면 다른 내용이 나온다. 우선 법제처 질의회신 2번째 페이지에는 “사회복지사업법 시행규칙 ‘제21조2제1항제5호의2’를 근거로 고용승계를 부과할 수 있다고 볼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고 되어 있다.

법제처는 “해당규정은 지방자치단체가 사회복지사업법 제34조4항에 따라 사회복지시설을 위탁하여 운영하려 할 때에는 그 위탁계약에 ‘시설종사자의 고용승계에 관한 사항’이 포함된 계약을 체결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반드시 조례로 위탁사업자에게 고용승계를 할 의무를 부과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려운 것”이라고 법제처는 설명했다.

법제처의 설명을 요약하면 청주시는 새로운 위탁사업자와 계약을 체결할 때 반드시 고용승계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 다만 조례로 이를 강제하는 것은 지방자치법 22조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지 고용승계를 강제하면 안된다는 내용이 전혀 아니다.

법제처가 이런 내용의 근거로 삼은 것은 사회복지사업법 시행규칙 ‘제21조2제1항제5호의2’다. 이에 따르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사회복지사업법 제34조4항에 따라 시설을 위탁하여 운영하고 하는 때에는 시설종사자의 고용승계에 관한 사항이 포함된 계약을 체결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그동안 청주시는 법제처의 회신을 근거삼아 고용승계를 강제하면 법률에 저촉된다며 노조의 고용승계 요구를 거부해왔다. 하지만 정작 법제처의 질의 회신에는 오히려 고용승계가 법률로 확정돼 있었다.

이에 대해 김영관(공공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법제처가 조례를 제장하면 위법 소지가 있다고 언급한 것은 지방자치법 22조로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그 사무에 관하여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 다만, 주민의 권리 제한 또는 의무 부과에 관한 사항이나 벌칙을 정할 때에는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다”며 “단지 상위법에 조례로 위임하라는 위임사항이 없어 충돌한다는 것일뿐 다른 의미는 아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청주시가 현행법을 위반한 것은 명백하다”며 “만약 이를 무시하고 계약을 체결한다면 이 조치도 불법행위가 된다”고 밝혔다.

청주시 관계자는 “이미 폐원된 병원으로 고용을 승계할 대상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관련 법률이 의미하는 것은 신규로 위탁하더라도 나중에 새로운 위탁자가 나올 것에 대비해 고용승계사항을 적시하라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한편 청주시는 이날 노조원들의 행동에 대해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는 "노인병원 정상화를 위해 그동안 많은 노력을 해왔다"면서 "그러나 노조원들은 시청 광장을 점령하며 분신 위협을 하는 등 정상적인 시정 업무를 마비시켰다"고 지적했다.

 

청주시, 조례 개정해 요양병원으로 변경

1월 22일 조례개정 입법예고 … 노조, ‘특혜꼼수’ 반발

 

지난 1월 22일 청주시는 ‘청주시노인전문병원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에 따르면 청주시노인전문병원의 노인전문병원 조항을 삭제하고 요양병원으로 명칭을 바꾸게 된다. 청주시는 개정 사유로 노인복지법 개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노조는 “고용승계 의무 협약의 흔적지우기 이자 돈벌이 수단을 제공하기 위한 꼼수”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김기연 국장은 “노인전문병원은 노인복지법과 사회복지법에 따라 고용승계가 법률로 규정된 사회복지시설에 해당한다”며 “요양병원으로 바꾸는 것은 이를 빠져나가기 위한 꼼수”라고 지적했다.

김 국장은 “사회복지시설은 공공성이 높다. 하지만 요양병원은 돈벌이가 우선시돼 공공성이 나빠진다”며 “의명의료재단이 제출한 ‘용역’ 고용도 가능하게 만들어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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