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생각한다/ 선지현 비정규직없는충북만들기 운동본부 집행위원

▲ 선지현 비정규직없는충북만들기 운동본부 집행위원

지난 1월 22일 노동부가 발표한 일반해고 및 일방적 취업규칙 변경 지침을 놓고 노정간의 공방이 뜨겁다. 공방의 내용을 보면 정부와 노동자들이 상반된 주장을 벌이고 있음데, 그 근거는 비슷하다. 그 근거란 ‘청년들의 일자리와 나라 경제’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노동개혁이 필수적’이라고 말하고 있고, 민주노총은 ‘청년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노동악법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동문제를 가까이서 접하지 못하는 시민들은 혼란스럽다. 하지만 최근 대통령의 행보를 보면 이공방의 진실은 쉽게 드러난다.

우선, ‘경제활성화 입법촉구 천만 서명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단체들은 전경련, 대한상의, 경총 등 관련법들을 정부에 입법 청원한 당사자들이다. 특히 노동부가 발표한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등 2대 노동지침은 재벌기업들의 이익단체인 전경련의 ‘민원사항(미디어오늘. 2015.9.15.기사)’이기도 했다.

기업인들이 만든 이익단체들이 모여 정부에게 민원을 넣고, 입법청원을 하니 정부는 그것을 받아 법안을 만들었다. 그런데 국회공방이 지속되자 이제는 거리로 나섰는데 대통령이 앞장 서 국민들에게 서명을 독려하고 있는 꼴이다. 전체 국민을 위한 국정운영이 아닌 누구의 편이 된 대통령의 행보, 문민정부 등장 이후 쉽게 볼 수 없었던 너무나 노골적인 정치다.

둘째, 박근혜대통령은 대국민담화에서 ‘예상되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효율적인 대응을 위해 관련법들이 조속히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이런 주장은 2016년 기업들의 경영계획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예컨대 ‘저성장 체제에 돌입한 한국 경제상황에서 고용 및 임금 유연화 등 선제적 구조조정을 통해 효율적인 대응을 이뤄내야’한다는 것들이다.

즉, 이는 ‘경영상의 위기’로 인한 해고나 임금삭감 등의 조치는 이미 법에서 보장하고 있으니, 저성장 경제상황에서 기업이윤의 하락을 막기 위해 쉬운 해고와 낮은 임금체계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리고 현행법에서 엄청난 혼란이 예상될 것임에도 법 개정이 쉽지 않으니 노동부의 지침만으로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혀를 내두를 정도로 편향적이고 노골적인 행보다.

그럼에도 이 진실은 쉽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그것은 이 논란의 중심에 ‘청년 일자리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청년세대들은 미래에 대한 꿈은커녕 현재를 살아내기도 힘겨울 정도로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언론들이 실시한 많은 조사에서 ‘노동개혁’은 청년세대 다수가 동의하면서도, 일자리 대책으로 ‘비정규직이 아닌 정규직 일자리’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다.

‘경제활성화’ 대책을 동의하지만, ‘정부의 친기업 정책에 불만’이라는 응답이 다수를 차지한다. 결과만 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노동개혁은 ‘쉬운 해고와 더 많은 비정규직’제도 도입이 핵심이고, 경제활성화 대책은 기업의 경쟁력과 이윤확보가 핵심 정책이기 때문이다. 이는 청년 세대들이 호소하고 있는 문제의 근본원인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한 데 연유한다.

이들에게 가장 큰 문제는 쏟아지는 고학력 실업자들과 턱없이 부족한 양질의 일자리다. 엄청난 교육비를 감내해야 하는 교육제도, 생계조차 해결할 수 없는 최저임금제도, 언제든지 해고될 수 있는 불안정한 일자리, 빌린 대학등록금 갚기에 허덕대야 하는 낮은 임금 등 청년 세대가 겪고 있는 문제들이다.

그리고 이는 ‘900만 비정규직 시대’를 바꾸지 않고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그렇다보니 청년세대들은 누구의 말이 진실인가가 중요하지 않다. 누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이다. 즉, 중요한 것은 대안이란 얘기다. 하지만 진실을 밝히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대안 논의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대안을 중심으로 진실 공방을 가릴 필요가 있다. 노동개악 5법과 일방적 정부지침이 청년세대들에게 더 비참한 미래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주장과 더불어 청년세대들의 미래를 위해 어떤 대안이 필요한지 공론화해야 한다. 그것이 2016년 새해에도 여전한 정부와 가진 자들의 거짓말, 거듭되는 혼란에 종지부를 찍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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