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충북도의회 기자실에 도내 여성단체 대표들이 모였다. 충북여성발전 3개년계획 사업 예산을 삭감한 도의회에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이 계획은 금년 1년 동안 여성계 대표들이 머리를 맞대고 여성들의 발전을 위해 충북도가 펼칠 최소한의 사업을 확정지은 것.
그러나 시행 첫해인 2002년부터 이 사업은 차질을 빚게 됐다. 여성장애인실태조사 1000만원, 여성폭력추방 관련 사업 500만원, 농촌여성경제활동 및 사회서비스활용 실태조사 1000만원, 차세대여성아카데미 1000만원 등 4건 3500만원이 삭감됐기 때문이다. 특히 주로 신규사업 예산을 삭감하면서 여성발전 3개년계획 사업도 같은 ‘취급’을 당한 것에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 “이것은 선심성 예산도 아니고 불요불급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 깎을 수 있느냐” “첫 사업도 뜨기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느냐”는 것이 여성들의 목소리다. 여성단체 대표들이 이를 항의하자 도의원들은 오히려 얘기하면 추경예산에 세워줄텐데 왜 그렇게 난리냐며 불만을 터뜨렸다는 후문이다. 여성계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공개한 것이 못마땅하다는 것인데 이런 문제를 구렁이 담 넘어가듯 처리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입만 열면 ‘21세기는 여성의 시대’라고 주장하는 남성들은 “여성정책관실에서 여성장애인 실태조사나 농촌여성 경제활동 및 사회서비스 활용 실태조사가 왜 필요하냐”며 주저없이 삭감했다는 것이고 보면 도의원들의 여성의식이 얼마나 낮은지를 알 수 있다. 책임있는 직책을 가진 남성들이 각종 공청회나 토론회 자리에 나와 여성발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일하겠다는 소리를 우리는 자주 듣지만, 이를 백 퍼센트 신뢰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를 감안하더라도 이렇게 ‘배신을 때린다면’ 여성들은 내년 선거에서 표로 응징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번에 여성들이 땅을 치고 후회한 것이 도의회에 여성의원 한 명 배출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여성이라고 무조건 여성편에 서라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이런 사업이 왜 필요한지를 남성의원들에게 설명할 수는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 때문이다.
이런 판국에 도의회의장 차량 구입비, 에어콘 구입비, 감사실 노트북 구입비, 모든 부서의 스캐너 구입비 등 자산취득비는 전년도에 비해 36.9%의 증가율을 보였다고 청주경실련은 밝힌 바 있다. 이뿐 아니라 공무원 여비는 16.4% 증가하고 이른바 판공비인 업무추진비는 14.5%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인지 민간인 해외여비와 행사실비보상금 같은 일반보상금도 증가하고 각종 외곽단체의 운영을 위해 출연하는 출연금도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 여성발전 3개년계획 사업은 이보다도 못하다는 말인가. 3500만원은 충북도 살림의 전체예산으로 볼 때 그리 많은 돈은 아니다. 한마디로 ‘껌’ 값이다. 그래서 이런 돈을 꼭 아껴야만 했는가라는 부분에서 수긍이 가지 않는다. 따라서 이번 일을 통해 느낀 것은 도의원들의 여성의식이 얼마나 낮고, 예산 통과가 얼마나 기준없이 이루어지는가 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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