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초등학교 단계별 시험폐지, 전북은 전면폐지
평가방식의 변화가 학교 혁신의 첫 단추인 까닭은

평가방식, 좀 바뀌면 어때?
타 시도는 이미 폐지해

초등학교의 경우 일제평가 방식의 시험을 폐지한 곳이 여러 곳이다. 이미 경기, 경남, 전북, 경기 도교육청과 서울 일부지역에서도 폐지하고 새로운 평가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최근 경기도는 올해부터 2018년까지 초등학교에 한 해 일제평가 형태의 중간‧기말고사를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전북도도 올해부터 모든 초등학교에 한해 중간‧기말고사 전면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학부모 설명회 꾸준히 진행

경기도는 현재 95%의 초등학교가 계량화‧점수화되는 중간‧기말고사를 보지 않고 있다. 이미 2012년부터 경기도교육청은 일제평가 방식의 시험을 축소‧폐지하라는 지침을 일선학교에 내려 보냈다. 이은희 경기도 초등교육과정정책과 장학사는 “어느 날 갑자기 시행하는 정책이 아니기 때문에 학부모들도 많이 당황하지 않았다. 이미 수업방식을 비롯한 평가방식을 바꿔 나간지 오래다. 솔직히 경기도에서는 이 일이 큰 이슈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 경기도와 전라북도는 올해부터 초등학교에 한해 일제평가 방식의 시험을 치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미 몇 해 전부터 시도해온 정책이기 때문에 놀라운 일이 아니라는 반응이다. 여전히 초등학교에서 일제평가 방식의 시험을 치르는 충북의 현실과 온도차가 느껴진다. 사진은 도내 초등학교 학생들이 과거에 학업성취도 평가를 치르던 모습. /사진=육성준 기자

경기도교육청은 올해는 초등학교 1·2학년부터 내년엔 3·4학년, 2018년엔 5·6학년까지 중간·기말시험이 차례로 폐지할 예정이다. 이 장학사는 “정책의 시행착오를 이미 겪었다고 본다. 평가 방식을 바꾸는 데는 교사의 노력과 학부모의 이해가 필요하다. 점수 70점을 맞았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점수를 통해 서열화하는 방식을 지양해왔고, 그 철학이 이제는 공감대를 얻고 있다. 초등학교에서부터 성적으로 줄세우기를 하는 것은 사라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올해 ‘학생 성장 중심 교육과정으로 행복한 배움의 학교 만들기’를 목표로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 일체화를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교과 진도 수업, 수업과 무관한 평가, 학습 성과와 무관한 학생부 기록을 탈피해 수업시간 안에 이뤄지는 과정 중심의 평가로 배움 중심 수업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그 대신 지필평가와 수행평가에서 논술형 평가를 확대한다.

중학교 반배치고사 이미 없애

외부기관 시상, 반배치 고사 등 학년 단위 일제고사도 없어진다. 실제 초등학교에서 중학교에 올라갈 때 치르는 반배치 고사는 상당수 폐지된 상황이다.

경기도 교육청은 평가방식 개선을 위한 연수를 계속해서 진행해왔다. 평가의 방향이나 평가문항 작성 방법 연수를 비롯해 교육지원청 단위에서는 평가방식을 고민하는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지원해왔다. 교과서 재구성, 공동수업, 평가문항에 대한 컨설팅 및 외부 강사지원을 해왔다.

이은희 장학사는 “초등학교는 시험을 없앤다 해도, 중‧고등학교는 아무래도 입시라는 장벽이 있다. 대신 수행평가와 논술형 평가의 비중을 늘려나갈 것이다. 논술형 평가는 입시학원에서 배우는 서론 본론 결론을 쓰는 게 아니라 자기 생각을 써야 한다. 수업과 관련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수업을 얼마만큼 잘 듣고 이해하고 습득했느냐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 장학사는 학부모에게 끊임없이 평가방식의 변화를 설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학부모 총회, 설명회 때 교과서는 교육과정을 위한 하나의 텍스트라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학교 교육 과정 재구성이 학교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이제 학교는 학생들을 테스트하는 게 아니라 얼마만큼 지원해 줄 수 있는 지 초점을 맞춰야 한다. 평가의 변화는 공교육 변화의 첫 번째 수단이자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시험 폐지한 곳 많다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은 2014년 2월부터 학교에 평가방법 개선을 위한 지침을 내렸다. 일제평가식 시험을 폐지하고 교사별 평가를 강화하라는 주문이었다. 이는 김 교육감의 공약사항이기도 했다. 최근 전북도교육청은 올해 새학기부터는 초등학교에 한해 중간‧기말고사를 전면 폐대신 교사가 아이 한명 한명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성장평가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중·고교의 평가제도는 입시와 연계된 점을 고려해 점진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김 교육감은 “2018년도 고입제도의 완전 내신제 전환에 맞춰 중학교는 수행평가 반영 비율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토론 및 협력학습을 평가에 반영하도록 기본 방향을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장평가제는 처음 학습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학습진행에 따른 성장정도를 보는 것이다. 기존의 일제평가식 시험은 결과만을 논한다면 성장평가제는 배움의 과정을 기록하는 것이다. 김민자 전북도교육청 초등교육과 장학사는 “전북이 전면적으로 시도하는 것은 맞지만 이미 다른 시도교육청에서 일제평가식 시험을 폐지해왔다. 전국 최초라고 하는 건 전면적 시행을 선언해서 인 듯 한데 행간의 의미를 따져봐야 한다. 먼저 시도한 곳들이 있고, 사실 우리는 뒤따라가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 장학사는 “교육부가 밝히는 교육과정 총론을 보면 이미 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이미 2014년부터 안내를 통해 단계적 축소 또는 폐지를 해왔기 때문에 생각만큼 학부모나 교사의 저항은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전북 또한 혁신학교를 통해 평가방식을 개선하면서 분위기가 전환됐다는 것. 김 장학사는 “무엇보다 교육부가 작성한 교육과정 총론을 따라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교육과정 총론은 주입식 교육에서 학생참여로 바뀌어야 하고, 결과중심에서 학생의 학습 평가 과정을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북도교육청이 추진하는 ‘성장평가제’또한 지식‧암기 위주의 주입식 교육을 하는 게 아니라 지식을 탐구하는 과정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지식은 일상생활의 탐구과정 중 하나이기 때문에 수업 속에서 배움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