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만 학부모 설문조사 미발표 다음날 道에 전격제안
25일까지 답변요구…충북도 “기존 안에서 못 물러나”

충북도교육청이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무상급식 설문조사를 미발표하기로 한 다음날 충북도에 2016년 무상급식비 분담 합의안을 제시하는 등 본격적인 행동에 나섰다. 도교육청은 19일 인건비와 운영비는 도교육청이 전적으로 부담하고, 식품비는 양 기관이 '분담'하자는 내용의 공문 <2016년 무상급식비 분담 합의안>을 충북도에 발송했다. 공문에 대한 답변일은 25일까지로 했다. 도교육청은 줄곧 인건비·식품비·운영비를 가르지 말고 무상급식비 총액을 양 기관이 50대 50으로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번 협상안은 일단 도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인 것인데, 도가 어떻게 나올지는 미지수다.

▲ 도교육청은 19일 인건비와 운영비는 도교육청이 전적으로 부담하고, 식품비는 양 기관이 '분담'하자는 내용의 공문 <2016년 무상급식비 분담 합의안>을 충북도에 발송하고 25일까지 답을 달라고 했다. 사진/육성준 기자

2016년 교육청이 산출한 무상급식비 총액은 961억원이다. 이 가운데 교육청이, 교육공무직원 처우개선비를 제외하고 도청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분담 대상 무상급식비로 제시한 총액은 940억원이다. 940억원 중 식품비는 501억원으로 계산됐다. 단, 식품비가 급식비 총액의 50%를 초과할 경우 양 기관 협의로 교육청이 추가 부담할 수 있다는 전제를 달았다.

따라서 도청이 부담해야할 식품비가 분담 대상 무상급식비의 50%(470억원)을 넘는 만큼 470억원만 내라는 얘기다. 다시 말하면 식품비의 93.8%를 부담하라는 얘기가 된다.

사실 이 협상안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미 지난해 10월 교육청은 식품비 514억원 중 도가 마지노선으로 정한 70%(359억원)만 교육청이 받는 걸 전제로 두 가지 조건을 붙였다.

첫째 조건은 2015년엔 교육청이 지자체로부터 70%만 받되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식품비의 10%씩을 더 지원받는 것이고, 둘째는 식품비 70%에 토요일·공휴일 중식지원비 64억원을 지원해달라는 것.

 

민선 6기 새로운 합의 필요

 

충북도가 이번 합의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아 보인다. 이미 이시종 지사가 나서 민선 6기 내내 식품비의 75.7%만 부담하겠다고 밝혔고, 입장을 번복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도는 일관되게 인건비와 운영비는 국비(지방교육재정교부금)로 지원되기 때문에 또 다시 지원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밝혀왔다.

그래서 2015년에는 식품비의 75.7%만 교육청에 전출했고, 올해에도 식품비 501억원의 75.7% 379억원만 예산에 반영했다. 2015년에는 무상급식 예산 총액이 943억원인데 교육청이 556억원을 분담했고, 도는 387억원을 분담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도가 50대 50 분담원칙에 따르면 462억원을 분담해야 하는데 식품비의 일부(387억원)만 분담해 75억원이 미전입 상태”라고 밝혔다. 이미 도교육청은 2015년 무상급식에 대해서는 이미 예산 집행을 했고, 미전입금 부분을 떠안았다.

▲ <2016년 무상급식비 분담 합의안>

올해는 셈법이 좀 다르다. 도교육청이 분담 액수로 470억원만 세워 전체적으로 충북의 올해 무상급식비는 91억원 모자라게 편성됐다. 약 한달 분의 급식비가 모자라는 것이다.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내년도 12월까지 이 논의가 계속될 상황이다. 그 전에 합의가 이뤄지면 양 기관이 추경을 세워 부족분을 메울 수 있는 여지는 있다.

충북도 관계자는 “이미 무상급식에 대해 도는 다른 입장이 없다. 협상의 여지가 없다”라고 밝혔다. 충북도는 교육청이 91억원 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식품비의 50%, 그것도 배려계층 식품비 191억원을 제외한 310억원의 절반만 줄 수 있다는 강경한 태도도 밝히고 있다. 무상급식을 전제했을 때 지자체가 학부모가 부담해야 할 돈을 지원하고 있는 것인데 이것이 깨질 경우 지원 자체를 재검토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총선 의제로 떠오를 가능성

 

도와 도교육청은 2010년 10월, 2011년 11월, 2013년 11월 세 차례 무상급식 분담합의서를 작성했다. 이후 민선 6기 들어서면서 ‘합의서’는 양 기관의 입장차로 나오지 못하고 있다. 2015년 초부터 2년 가까이 무상급식 분담금을 놓고 양 기관이 싸우는 모습이 됐다. 지역사회에서도 양 기관을 바라보며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일단 내년 총선에서 ‘무상급식’이 의제로 떠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김병우 교육감의 경우 누리과정에 대해 강경책을 구사하고 있는데 무상급식 미합의로 인해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지역사회 한 관계자는 “지금 도와 도교육청이 대타협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앞으로 총선에서도 공격을 당할 수 있다. 대타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 총선이후 지역사회, 학부모단체, 양 기관, 도의회 등이 나서서 중재해야 한다. 민선 6기의 합의서를 다시 작성해야 한다. 지금은 양 기관이 싸울수록 타격을 받게 돼 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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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 열지 못한 '무상급식 설문조사'

충북교육청, 학부모 12만명에 ‘비용분담’문제 질의

 

도교육청은 지난달 겨울방학 일주일 전 내 초·중등 학부모 등 12만여명을 대상으로 무상급식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워낙 18일 발표하기로 했지만 김병우 교육감은 갑자기 비공개하기로 밝혔다. 이번 설문조사는 정책에 참고하기 위한 것으로 객관도와 신뢰도 관련 문제제기와 불필요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어 발표를 하지 않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김병우 교육감은 이날 간부회의에서 "설문조사에서 매우 유의미한 결과를 얻긴 했지만 발표하지 않는 게 좋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신뢰도 문제나 충북도 압박 등의 근거 없는 추정이 나오는데, 그런 오해를 살만한 행동은 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내부 정책 참고용으로 하려고 했는데 공개하라는 요구가 많아서 다소 혼란이 있었다”라고 답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학부모의 60%이상이 무상급식 분담금액을 충북도에서 분담해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사는 초등 1~6학년과 중 1~2학년 학생 11만 6000명의 학부모 전체와 초·중학교 학교운영위원회 위원 및 교직원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부족한 재원마련 방안 및 교육경비와의 우선순위를 묻는 질문 등이 포함됐다.

김 교육감은 설문결과와 관련 "앞으로 학부모가 무상급식 문제를 해결하는 데 참여토록 유도하겠다"고 하는 등 부모, 지역사회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는 것은 잘한 일이다. 무상급식에 관련해서 도교육청의 입장을 적은 호소문도 보냈고, 설문내용도 편향성이 짙었다. 무상급식 논의에 학부모를 동참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학부모들은 수혜자다. 수혜자에 일일이 물어보면서 정책을 펴는 건 행정의 속성과도 맞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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