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덕문화의집, ‘사직1동 닷컴’ 발간…사자문고리 조명

철대문의 수사자를 기억하는가. 재앙과 질병을 쫓는 벽사의 의미였을까? 집집마다 대문의 문고리 장식은 눈을 부라린 수사자머리였다. 유행도 이런 유행은 없었을 것이다. 볼 양쪽에 구멍을 뚫어 손잡이 기능을 하는 고리를 매단 사자문고리. 주거문화가 아파트 중심으로 바뀌면서 젊은 세대는 사자문고리를 구경도 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도 사자가 있다. 처마가 낮은 동네에 사자가 산다. 떠나지 못한 사람들의 마을에서 사자도 녹슬고 있다.

흥덕문화의집(관장 이종수)에서 ‘사직1동 닷컴’이라는 책을 냈다. 잡지형식으로 편집한 이 책은 ‘문화의집 생활문화 활동 지원사업’인 ‘골목은 강으로 흐른다’의 3년차 프로젝트로 발간됐다. 이 책의 주제 가운데 하나가 ‘골목의 사자들’이다. 이 기획은 사직1동 열다섯 집의 사자문고리를 촌평과 함께 사진에 담고 있다.
“몇 번의 페인트칠이 벗겨져 자칫 개처럼 보이는 것은 세월 탓일까. 문고리를 들여다 볼 때마다 짖어대던 개 때문이었을까. 아마 돌출된 바위가 그렇듯 비와 바람, 햇빛을 단 세월 탓이겠지. 사자의 눈이 깊다. 슬픈 눈이다. 잔뜩 주눅이 들어 저 창자 깊숙이 담고 있을지 모를 야생 한 줌도 뱉어내지 못하고 찌들어가는 듯한 사자. 문고리가 떨어져나가고 난 뒤에 부쩍 더 그런 얼굴이었을 것 같다.”
‘사직1동 닷컴’에는 골목의 사자들 외에도 세탁소, 중국집, 구둣가게, 여관, 다방이야기 등 재개발 바람에 황량해진 오래된 동네의 정겨운 이웃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야기를 모으고 글을 쓴 사람은 이종수, 김덕근 시인, 소종민 문학평론가 등이다. 이들은 ‘골목은 강으로 흐른다’ 1,2년차 프로젝트로 『여기 꼭두배기집 저 밑 뽕나무밭』, 『딱지 둘이 딱지 동무』를 책으로 내기도 했다.


볼거리가 많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