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문화재단 새 대표이사 놓고 갈등 왜?
행정은 미숙하고, 예술계는 분열심각
충북문화계 힘을 모으자
2016현안과 과제는 무엇?
지난 4일 김경식 청주대 교수(영화학과)가 충북문화재단의 새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하지만 절차를 놓고 지역예술계에선 벌써부터 우려의 말들이 나오고 있다. 충북문화재단은 이번에 이사 9명도 선임했다. 이사에는 김경인 한림디자인고 교사, 김성장 충북민예총 작가회의 회원, 김승환 충북대 교수, 박종관 충북민예총 이사장, 신동학 충북문화원연합회 사무처장, 임승빈 청주대 교수, 이장근 전 충북도 문화관광국장, 정붕익 청주산업단지관리공단 이사장, 현경석 세명대 교수 등이다.
김 대표이사와 새 이사진의 임기는 2년이다. 대표이사와 이사진은 모두 충북문화재단이 처음으로 공개모집 절차를 밟아 진행했다. 지난번 강형기 초대 대표이사는 추대형식으로 선정했고, 한번 연임해 4년 임기를 마쳤다. 새 대표이사는 현재 한국영화인협회 충북지회장, 충북영상산업연구소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응모했던 김태철 교수 문제제기

먼저 대표이사에 응모했던 청주대 김태철 교수(시각디자인과)가 문제제기를 하고 나섰다. 김 교수는 “심사기준과 심사위원 구성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앞서 재단은 공모과정에서 응모자에게 ‘충북문화재단의 비전과 전략, 기관 운영방침, 경영혁신 계획 등을 A4용지 5매 이내로 작성하라’고 주문했다는 것. 김 교수는 “면접 없이 서류만으로 심사를 진행했는데 심사 항목을 보면 투명성, 윤리의식 등이 들어가 있다. 응모자들이 낸 서류만을 보면서 심사위원들이 어떻게 투명성과 윤리의식 점수를 줄 수 있나. 이 두 개의 배점은 각각 15점으로 근무경력 10점보다 오히려 높았다. 심사위원들이 재량껏 점수를 매길 수 있는 구조 아닌 가”라고 문제제기했다.
이어 그는 “심사과정이 이렇게 허술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이 일을 계속해서 공론화시킬 것이다. 심사위원들도 나중에 수소문을 해보니 전문성과는 전혀 거리가 없는 사람들이 들어가 있었다. 전문가도 아닌 사람들이 심사를 했다는 게 말이 되는 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심사위원 명단과 점수채점, 심사배점 목록 등을 충북도에 정보공개 청구했다.
그리고 김 교수가 자체적으로 확보한 심사위원 명단을 공개했다. 명단에는 전 도청 국장, 도의원, 전 청주문화원장, 연극인, 충북대 경상대 교수 등이 포함돼 있다. 이번 심사위원 구성은 예총, 민예총, 문화원, 충북도, 도의회, 충북문화재단에서 추천한 인사들로 구성됐다. 임원추천위원회 7명이 곧 심사위원이 돼 심사를 봤다.
이에 대해 충북문화재단의 양승직 사무처장은 “정량평가만으로는 부족해 정성평가를 할 수밖에 없었다. 서류만을 보고 평가한 것은 맞다. 앞으로 제도적으로 미숙한 부분이 있으면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재단 측이 제시한 대표이사 서류심사표에 따르면, 심사기준은 100점 만점에 △근무경력 10점 △학위 10점 △직무수행 80점(전문성 20점, 리더십 15점, 혁신성 15점, 투명성 15점, 윤리의식 15점)이었다.
면접 없이 서류만으로 평가
이번 대표이사는 심사위원들이 1,2순위를 선정해 보고했고 지사가 최종선택했다. 면접 절차는 생략됐다. 양 처장은 “대표이사도 그렇고, 이사도 그렇고 서류만으로 평가를 했다. 다 지역에 명망이 있으신 분들이라 따로 불러 면접을 하기는 곤란하다는 게 심사위원들의 의견이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사들마저 대표이사와 같이 공모절차를 똑같이 밟게 한 것은 무리가 있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당초 이사로 선임된 조철호 충북예총 회장은 이사들마저 서류를 내고 공모 절차를 밟게 한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사퇴의사를 밝혔다. 따라서 10명으로 선정된 이사는 9명으로 줄게 됐다.
이에 대해 양 처장은 “올해 문화재단이 처음으로 공모를 실시했다. 지난해 8월 지방자치단체출자출연기관에 관한 법률에 의해 기본적으로 공개모집을 하도록 돼 있다. 예술계가 합의하기를 원했지만 제대로 되지 않았고, 절차를 벗어나서 일처리를 할 수도 없어서 그렇게 됐다”라고 답변했다.
김경식 새 대표이사에 대해 지역예술계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이 됐다는 평가가 많이 들린다. 이름을 밝히기 꺼려하는 모 예술인은 “솔직히 새 대표이사는 예총, 민예총에 편중된 인물이라고 볼 수는 없다. 재단이 예총, 민예총을 빼고는 일을 진행하기가 어려울 텐데 어떻게 끌고 갈지 걱정도 된다”라고 밝혔다.
낮은 처우에 무얼 기대하나
충북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지역예술인들이 갈 수 있는 ‘자리’라는 인식이 강하다. 어쩌면 이번에 처음으로 지역예술계 인사가 수장이 된 셈이다. 충북도는 예총, 민예총의 두 예술단체장은 새 대표이사로 부담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계속해서 두 단체가 합의된 인물을 추천하라고 요구했다. 이를 두고 한 예술단체 관계자는 “두 단체가 이미 금이 많이 가 있는 상황이고, 솔직히 대표 자리를 놓고 ‘주고 받은’경험도 없지 않나. 도에서 자꾸 예총-민예총 합의를 종용하면서 각 예술단체 수장은 안 된다는 논리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현장에 있는 예술가가 오지 않고 외부에서 오면 잘 할 수 있는 것인가. 또 대표이사 자리는 충북이 전국에서 처우가 제일 좋지 않다. 다른 지역은 연봉이 1억원 내외인데 충북만 비상근 명예직 대표로 한 달에 활동비 200만원을 받는다. 대우에 따라 사람이 올 텐데 모든 게 다 문제가 있어 보인다”라고 강조했다.
충북문화재단 대표이사 선임 과정에서 보여준 시행착오는 행정과 지역예술계가 모두 경계로 삼아야 한다. 행정은 제도적으로 공정한 룰을 만들어내야 하고, 지역예술계 또한 ‘누구는 절대 안 된다’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역의 인물은 키우는 것은 지역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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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립미술관 관장, 공개모집 언제하나
올해 7월이면 청주시립미술관이 개관한다. 당시 청주시장과 청주시 문화예술과는 “6개월 한시적으로 공무원 출신 관장을 파견하고 전문가를 공개모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무원 출신인 김수자 관장은 지난 7월 취임했고, 올 1월로 6개월이 됐지만 이번 청주시 인사에서는 아무런 변동이 없었다.
이를 두고 지역예술계는 청주시가 한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 지역미술인은 “행정도 지역예술계도 페어플레이를 해야 한다. 사람이 없어서 못 뽑는 게 아니다. 제도적으로 미숙하고, 열려있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