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의출신 재미작가 현숙 에릭슨씨, 17m×3m 대작 청남대 기증
2011년 기증 당시 상설전시 약속했지만 현재 수장고에 방치 중

기증을 후회하는 사람들
창고에서 유물이 잠자고 있다

 

▲ 현숙 에릭슨 씨

2011년 재미 미술작가 현숙 에릭슨씨(Hyunsuk Erickson·44)는 자신의 작품 '존재(Existence)'를 충북도 청남대관리사업소에 기증했다. 작품 '존재'는 가로 17m×세로 3m짜리 대작으로 작가가 페이스북을 통해 제작 과정을 공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현숙씨는 청원군 문의면 후곡리에서 출생했으나 1969년 수몰로 인해 경기도 안성으로 이주했다가 이후 청주대학교 회화과로 입학해 청주에서 미술공부를 마치고 경기도에서 작품활동을 했다. 이때 주한미군이었던 남편을 만나 미국에서 정착했다.

미국 텍사스주에 살고 있는 현숙 에릭슨씨는 2011년 3월에는 페이스북을 통해 고국전시회까지 개최했다. 당시 전시에서 작품 '존재'는 큰 관심을 끌었다. 이 작품을 알게 된 청주미래도시연구원 이욱 사무국장은 현숙 에릭슨 작가에게 청남대에 작품을 기증해달라고 설득했다. 이욱 사무국장은 “실향민인 현숙 씨가 화가가 돼 기증을 하는 것 자체가 스토리텔링이 될 것이라고 봤다. 청남대는 현숙 씨의 본가가 있던 곳이라 의미를 더했다”라고 말했다.

당시 청남대관리사업소 장화진 소장과 이욱 국장은 경기도 안성에 사는 오빠를 찾아가 보관 중이던 대작 '존재'를 인도받았다. 당시 장소장은 “청남대 건물의 천장 높이가 3m가 채 안 돼 당장 전시를 어렵지만 대통령 기념관이 건립되면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통령 기록관이 개관했지만 당초 약정했던 현숙 에릭슨씨의 작품은 걸리지 않았다. 현숙 에릭슨씨는 지난달 청남대 대통령 기념관을 방문했다가 자신의 작품이 설치되지 않은 걸 알고 깜짝 놀랐다. 그는 “영혼을 불 태웠고, 막대한 시간과 돈을 들여서 그림을 그렸다. 약속 이행이 되지 않았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속상해했다는 후문이다.

▲ 현숙 에릭슨씨 오빠 이봉재씨(오른쪽)는 2011년 청남대관리사업소 장화진 소장(왼쪽)에게 작품 ‘존재’를 기증했다.

이에 대해 청남대관리소 측은 “우리가 기증받지 않았다. 작가가 다시 가져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작품을 받은 장화진 전 소장은 “2011년 말에 도청으로 다시 들어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다. 떠나올 때 대작이라 둘 데가 없어서 충북문화재연구원 수장고에 놓았다. 청남대에선 기증처리를 하지 못했다. 소유자가 미국에 있어서 사인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후 일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충북도 문화예술과 담당자 또한 “기증을 받을 때 전체적으로 작품을 관리하는 게 아니라 개별 기관별로 리스트를 작성하고 있다. ‘존재’ 작품을 청남대에서 기증받은 것으로 안다. 따로 이 작품에 대해 기증 등록 자료가 없다”라고 말했다.

현재 작품은 충북문화재연구원 수장고에 있다. 도청의 무책임한 일처리로 선의로 기증한 작가의 뜻이 꺾이게 됐다. 이에 대해 이욱 국장은 “충북도로부터 작품을 청주시문화진흥재단으로 이관해 상설전시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도가 이렇게 약속을 파행할지는 몰랐다. 이미 대통령 기록관 설계단계부터 현숙 에릭슨씨의 작품이 들어가도록 약속을 받았는데 이후 일이 흐지부지됐다. 작가에게 너무 미안하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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