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로 편지/ 권혁상 편집국장

▲ 권혁상 편집국장

균형발전 지방분권 충북본부 이두영 집행위원장이 지난 9일 청원경찰서로부터 출석 통지서를 받았다. 집회신고를 사전에 하지 않아 집시법 위반 혐의를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이 주도한 집회는 지난달 24일 대통령 직속 국민대통합위원회 청주토론회를 저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당시 이 위원장을 비롯한 지방분권 충북본부 회원들이 현장 기자회견을 열고 토론장 진입을 시도했다. 이들은 이미 토론회 수일전부터 반대 저지 입장을 밝혔었다. “충북 선거구 축소, 통합 청주시 지원 약속 미이행 등 홀대받는 충북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토론회”라고 꼬집었다. 지역 여론도 이름만 거창한 관변단체의 일회용 ‘쑈’로 여기는 게 중론이었다.

그런데 이런 달갑지 않은 토론회에 장소를 제공한 곳이 청주대다.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과 성민섭 운영위원장, 대통합위원, 국민패널(250명) 등 300여명이 참석하는 강원·중부권 토론회를 위해 청주대 다목적 체육관을 예약했다. 전국을 3개 권역으로 나눠 실시하는 야심찬 국민대통합 ‘쑈’가 결국 충청도 청주에서 가로막힌 셈이다.

청주대는 지난 1년 동안 대학 구성원과 재단간의 학내분규가 가열된 곳이다. 지역의 대표적 분규대학에서 국민대통합 행사를 기획한 자체가 넌센스다. 반대로, 남이 알까 부끄러운 분규대학에서 이런 정치적 행사를 수용한 것이 옳은 일인지 묻고 싶다. 이같은 정치적 행사는 결국 학원 실세인 김윤배 이사의 사전 재가(?)를 거쳤을 것으로 짐작된다. 지방분권 충북본부의 사전반대 기자회견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장소를 제공했다.

김 이사는 오는 19일 청주지법 법정 출두를 앞두고 있다. 수억원의 교비를 사적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업무상 횡령·배임)로 불구속 기소돼 첫 공판이 열리게 된다. 검찰이 밝혀낸 김 전 총장의 횡령금액은 2억원, 배임액은 6억7500만원에 이른다. 하지만 5억원의 넘는 배임죄에 대해 특정경제가중처벌법이 아닌 형법을 적용한 탓에 합의부가 아닌 단독 판사에게 사건이 배정됐다. 유죄판단을 받더라도 그만큼 형량이 줄어들 수 있다. 언론을 통해 검찰 기소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런 재단주가 있는 대학에서 대통령 직속 기관의 국민대통합 토론회가 예정된 것은 어쩌면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

‘청주대 정상화를 위한 범비상대책위원회’가 10일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전국대학노조, 지역 시민단체 등 300여명이 모여 이사진 총사퇴 후 관선이사 파견을 요구했다. “김 이사의 퇴진만이 청주대를 살리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정문을 나와 청주시청까지 거리행진을 하며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대학 겨울방학을 코앞에 둔 마지막 거리 홍보전이다. 을씨년스런 날씨만큼 행진의 발걸음은 무거웠고 시민들의 표정도 무거웠다. 1년간의 장기투쟁에 대한 피로감이 엿보였다.

이제 남은 기대는 ‘정의의 마지막 보루’ 사법부의 판단이다. 정치가 외면하고 교육부가 주저하는 관선이사 파견이 법원의 판결에 따라 가능할 수 있다. 전국 최초 40대 총장 4연임으로 68년 역사의 대학을 2년 연속 부실대학으로 만든 사람. 설립자 형제의 직계 가족에 대한 이사회 1석을 끝내 거부하고 재단 사유화를 강행한 사람. 하지만 누구도 브레이크를 걸 수 없는 사람. 법이란 무엇인가, 정의의 여신 ‘디케’가 부디 청주에 강림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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