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시 공공하수처리시설 관리대행업체 선정과 관련해 발생한 제천시와 제천시의회 간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지 관심이다.
3일 오전 열린 제천시의회 234회 임시회에서 이근규 제천시장을 질타하고 집행부와 의회 간 갈등 해소를 촉구하는 시의원들의 목소리가 높자, 이 시장이 이날 오후 "이유와 사실 관계를 불문하고 시장으로서 시민, 의원, 산하 공직자 여러분께 심심한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제천 시민은 시의회 경시를 더는 참을 수 없다며 '의사일정 보이콧'카드까지 꺼내 들었던 제천시의회가 이 시장의 이날 유감 표명을 진정성 있게 받아들여 그동안의 묶은 감정을 털자고 화답할지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이 시장과 제천시의회의 갈등 봉합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시장은 이날 유감 표명을 하면서도 공공하수처리시설 관리대행업체 선정 과정에 대한 자체 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시의회가 발끈한 '공문서 유출'과 '수사 의뢰'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오히려 '수사 의뢰' 부분에 대해서는 사법기관의 조사 결과를 지켜보자며 수사 의뢰를 철회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번 유감 표명만으로 갈등이 해소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공문서 유출과 수사 의뢰 문제는 그동안 새누리당 소속 의원 중심이던 이 시장 공격 대열에 이 시장과 같은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까지 합세시켰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최상귀 의원은 이날 5분 자유발언에서 "16개월의 시장 임기를 지나는 동안 이근규 시장이 시민과 지역은 안중에도 없는 허울과 말잔치에만 치중하면서 허송세월하지 않았나 하는 평가"라고 거친 말을 쏟아냈다.
그는 "이렇게 지역을 혼돈에 빠트린 적은 일찍이 없었다. 소통이 아닌 오직 불통으로, 화합이 아닌 오직 분열로, 우리 제천은 그야말로 엉망진창이 돼 버렸다"며 "이근규 시장은 직접적인 대화와 타협보다는 교묘히 책임을 회피하며 소위 행정력을 동원해 분쟁을 키워 갈등과 분열만을 조장하고 있다"고 맹비난 했다.
이 시장의 유감 표명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그동안의 말잔치"라고 단정하고 "시민과 시의회는 그동안의 시정 혼란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와 개선을 요구한 것인데, 유감 표명 내용을 보면 오히려 그동안의 자기 주장을 되풀이한 것에 불과하다"고 힐난했다.
지난달 29일 제천시청 정문에서 '독선행정, 측근 챙기기 제천시장은 중단하라'고 쓴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시작하며 이 시장의 입장 표명을 요구했던 김꽃임 의원의 반발도 여전하다.
김 의원은 "시민에게 제대로 사과도 안하고, 수사 의뢰가 정당한 행정에 의한 것이라고 한 것은 현란한 말잔치에 불과하다"며 "적어도 공무원의 잘못에 대해 시민에게 정중히 사과하고, 앞으로 의회 등과 소통해 시정을 잘 이끌겠다 해야 하는데 말잔치로 넘어가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평가 절하했다.
여기에 시민시장실 설치 문제, 의병광장 명명 문제 등 이 시장과 제천시의회의 갈등을 부추겨온 여러 가지 사안도 해소되지 않은 채 그대로 쌓여 있다.
이들 사안은 제천시의회가 관련 예산을 삭감하며 반대했지만, 이 시장이 끝까지 밀어붙여 의회에 무력감을 준 사안이다.
이 시장의 이범 유감 표명이 오히려 시의회와의 갈등의 골을 깊게 하지는 않을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