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방지법·공익신고보호법 제정…보복금지및 보상책 제시
법 불구 현실에선 아직도 먼 얘기…“보호방안 강화 돼야”

공익신고, 세상을 바꾼다
밀고자 취급하고 보복조치
공익신고에 관련된 법률은 크게 두 가지다. 2002년 1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부패방지법(현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과 2011년 3월에 제정된 ‘공익신고자보호법’이다.
이 법이 제정된 배경에는 공익신고자를 조직의 이익에 반하는 밀고자나 배신자 취급하며 징계나 파면, 해고와 같은 불이익 조치가 끊이질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을 보호 할 수 있는 법적 기준이 없다 보니 비리를 시정하려는 내부 고발자들이 보복을 당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 왕따를 당하는 상황까지 초래했다.
이에 1990년대 중반부터 공익신고자를 보호하는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는 입법운동이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전개됐지만 정치권은 이를 외면했다. 차일피일 미뤄지던 보호법 제정은 2001년이 돼서야 결실을 맺었다.
2001년 제정된 부패방지법은 공공부문의 공익신고자에 대한 보호와 보상 절차를 명시했다. 이 법에는 “부패 행위 신고나 이와 관련한 진술, 그밖에 자료 제출 등을 이유로 소속기관·단체·기업 등으로부터 징계 조치 등 어떠한 신분상 불이익이나 차별을 받지 않는다”고 돼 있다.
민간부분의 내부고발에 대한 보호는 2011년 3월에 제정된 공익신고자보호법(이하 공익신고보호법)에 의해 제도화 됐다.
공익신고보호법이 대상으로 하는 분야는 국민건강분야, 안전분야, 소비자 이익분야, 공정 경쟁분야등을 대상으로 한다. 국민건강분야에서 오염 혈액의 유통이나 무자격 의료행위, 그리고 의약품 조제나 판매행위를 다룬다. 안전 분야에선 삼풍백화점 붕괴, 철도교량의 부실공사, 환경분야에선 낙동강 폐놀 유출, 폐기물 불법매립이나 유출을 대상으로 한다. 소비자 이익분야에선 가짜 참기름의 유통이나 허위·과장 광고, 공정경쟁 부문에선 LPG 가격담합이나 유사석유등을 신고대상으로 한다.
이 법이 제정되기 전에는 신분이 밝혀지고 다양한 보복행위를 당했다. 열차탈선의 위험을 제보한 철도공사 역무원 5명 중 3명은 파면, 2명은 감봉 및 전출을 당했다. 미군의 한강 독극물을 제보한 주한미군 군무원은 재계약을 거부당했다.
이러한 폐해를 막기 위해 공익신고보호법은 “공익침해 행위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사실을 신고, 진정, 제보, 고소, 고발하거나 수사의 단서를 제공한 사람” 에 대한 보호방안을 규정했다. 여기에는 인사나 근무조건, 경제적·신체적 불이익 행위를 금지하고 보상방안까지 제시하고 있다.
법 보다 가까운 주먹
지난 9월 중순 도내 모 금융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 A씨는 충북지방노동위원회(이하 노동위원회)로부터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노동위원회에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신청 사건에서 해고가 부당하다는 결정문이 도착한 것이다.
A씨는 해고되기 전까지 도내 모 금융기관에서 여신 업무를 담당했다. 그는 재직하고 있는 금융기관의 중앙회 감사 기간에 상급자인 B씨가 고객 돈을 횡령한 사실을 감사관에게 제보했다.
감사 결과 제보 내용은 사실로 밝혀졌고 B씨는 징계를 받고 스스로 사직했다.
그런데 문제는 다음에 발생했다. A씨가 속한 금융기관의 이사회가 이런 저런 이유를 붙여 해고 처분을 한 것이다.
겉으로는 “상사의 업무명령을 위반했다거나 공문을 미처리했다. 고객과 민원 문제가 발생했고 타인의 금융거래 정보를 불법으로 조회했다, 출장복명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등 여러 가지 징계 사유를 내세웠다. A씨에 대한 인사평정 서류도 급조됐다.
하지만 A 씨는 “금융기관의 이사장에게 먼저 보고하지 않고, 중앙회에 직접 제보해 괘씸죄에 걸렸다”고 생각한다.
금융 기관은 고객의 예금을 다루는 곳이기 때문에 임직원이 횡령·배임을 할 위험이 늘 상존한다. 따라서 내부 고발자를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어느 기관보다 높은 곳이다. 이 금융기관도 내부 고발자 보호규정을 가지고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제보자가 제보로 인하여 불이익을 받아선 안 된다.
A 씨 뿐만 아니라 많은 내부 공익신고자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타임아웃방’의 실체를 공개했던 제천시 소재 아동양육시설 직원의 경우도 해고를 당했다. 표면적인 해고 사유는 내부 사실을 외부에 알리고 이 과정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미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서 상당부분 사실로 확인된 내용이었다.
2012년과 2013년 두해에 걸쳐 복지관장의 비리를 폭로했던 전 내덕복지관 직원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오창근 충북참여연대 사회문화국장은 “당시 시민사회의 관심이 집중된 사건이어서 해고 등 불이익을 막을 수 있었다”며 “내부에서 공익신고를 한 당사자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이효윤 충북참여연대 정책국장은 “공익신고자에 대한 보호장치가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지금보다 강한 보완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내부 고발자 보호…공무원노조 앞장
제천시지부, 발주업체 선정개입 의혹 의장에 사퇴요구
지난 8월 24일 성명종 제천시의회의장은 내부통신망을 통해 ‘제천시 공직자 여러분께’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성 의장은 “제천시 장애인 체육관 건립공사 관련 담당 공무원에게 사과하고 제천시에서 관리하는 전기안전점검 계약 건에 대해서는 합리적이고 공정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처리 하겠다”고 밝혔다.
일주인 뒤인 31일에는 ‘시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도 발표했다. 성 의장은 “공사 계약 청탁과 관련하여 시민여러분께 실망을 끼쳐 드린 점 진심으로 송구스럽게 생각 한다”며 “저는 앞으로 어떠한 경우라도 이권이나 청탁에 연루되는 일이 없도록 저의 언행에 주의 하겠다”고 말했다.
성 의장이 이 문제에 사과를 한 것에는 공무원노조제천시지부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다. 이날 사과는 노조가 이 문제를 공론화 한지 정확히 34일 만에 나온 것이다.
만약 노조가 이 문제에 개입하지 않았으면 권력 관계상 관련 공무원이 제보자로 몰려 피해를 봤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권범수 수석부지부장은 “올해 1월에 성명종 의장을 면담하면서 의원들이 공사 발주등과 관련해 공무원에게 압력을 넣지 말아달라고 했다”며 “이와 관련해 여러 제보가 있어 노조 차원에서 대응하게 됐다”고 말했다.
권 부지부장은 “개별 공무원이 문제 제기를 하기에는 불이익 압력 등 여러 어려움이 있다”며 “공무원 노조는 설립 때부터 공직사회 개혁과 부패 척결을 이야기 한 만큼 노조가 이런 역할을 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