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학생회 퇴진 찬반투표 속 전격 사퇴선언, 총장 공모제 관건
2년 연속 '부실대학'의 오명을 쓴 청주대가 총장 거취를 놓고 '오락가락' 막장극을 벌였다. 1차 부실대학의 책임자였던 전 총장이 2차 부실대학 지정 총장의 등을 떠밀었다. 13년 장기집권했던 김윤배 총장은 1차 부실대학 지정에 책임지고 작년말 사퇴했다. 실재 재단주인 김윤배 전 총장은 이사회를 통해 최측근 황신모 부총장을 후임 총장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황 총장은 13년 내내 김 전 총장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한 보직교수였다.

우려했던 대로 황 총장은 대학 위기수습에 한계를 드러냈다. 취임 선언은 거창했지만 실행은 미미했고 내홍은 깊어졌다. 결국 올해도 교육부의 부실대학 명단에 또다시 이름을 올리는 수모를 겪게 됐다. 청주대비대위와 총학생회는 수위를 높여 총장과 재단 이사 전원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사면초가에 놓인 실질적 재단주 김윤배 이사는 이사장과 함께 황 총장의 자진사퇴를 권유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황 총장은 버텼다. 사실상 재단주의 '아바타'로 낙인찍힌 상황에서 다시 평교수로 돌아간다면 설 자리는 마땅치 않다. 양측에서 버림받은 '나홀로' 처지로 전락할 형편이었다.
교수회 직원노조와 '이중 플레이'
결국 황 총장은 '주군'을 향한 역공으로 국면전환을 꾀했다.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황 총장은 "청석학원 정성봉 이사장과 김윤배 이사로부터 자진 사퇴 요구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2년 연속 부실대학 지정에 대해서는 "대학구조개혁평가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개년 실적을 기준으로 평가됐다. 이 기간 대학을 운영한 당사자는 정 이시장과 김 전 총장이다. 책임져야 할 당사자는 이들인데 나에게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한발 더 나아가 김 이사가 대학 운영에 부당하게 개입한 사례도 공개했다. "논문 표절 의혹을 받는 교수 2명에 대한 조사와 징계를 계속해서 요구했다"며 "노조지부장과 전직 교수회장의 학내 활동을 불법으로 규정해 징계와 형사고발을 요구했고, 정년퇴직한 직원에게 보직을 부여할 것도 요구하는 등 규정에도 없는 온갖 압력을 행사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청석학원 이사회는 반박자료를 통해 "황 총장은 부실대학 지정에 대한 책임을 지지는 않고 자기합리화를 하는데 급급하다. 학원 정상화를 위해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황 총장에게 자진사퇴를 권유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번 사태를 엄중히 바라보면서 조만간 합당한 권한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혀 황 총장 사퇴를 강행할 뜻을 비췄다. 한배를 탔던 황-김의 '이전투구' 속에 이사회가 청주대 A교수를 차기 총장으로 선임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그렇다면 제2의 지명총장을 내세워 현재의 학내분규를 장기전으로 몰고 가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이런 와중에 교수회와 직원노조가 황 총장측과 만나 연대 여부를 논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적의 적은 우군'이라는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으로 황 총장을 지렛대로 삼자는 의도였다. 일부에서는 총학생회측에 찬반투표에서 황 총장은 제외하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는 것. 하지만 총학생회는 원칙론을 고수하며 “황 총장과 김 이사는 모두 퇴출대상임에도 책임 떠넘기기 식 추태를 보이고 있다. 김 전 이사는 대학발전을 저해하지 말고 이사직에서 사퇴하라”며 학생 총투표를 예정대로 22~23일 양일간 추진했다.

총학생회 명분론에 힘실려
총학생회의 찬반투표가 과반이상의 찬성으로 가결되면 황 총장을 활용하려는 카드는 무산될 것이 뻔했다. 결국 황 총장은 투표가 진행되는 와중인 22일 오후 전격적으로 총장 사퇴를 선언했다. "대학주체간 갈등을 극복하고 통합을 이루지 못한 모든 책임을 통감하고 총장직을 사임한다"며 사퇴거부 5일만에 몸을 한껏 낮췄다. 교수회와 직원노조만으로 자신의 안위를 보장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청주대비대위는 이사회의 지명총장 선임을 저지하고 민주적 절차를 통한 총장 선출을 요구할 것이다. 협상과정에서 총장 공모제와 이사회 총사퇴 요구가 타혐점을 만들어낼 가능성도 점쳐진다. 특히 지난 4월 총동문회가 '마지막 제안'으로 제시한 4건 가운데 설립자 형제의 한축인 석정계 후손의 이사회 참여 문제가 '뜨거운 감자'가 될 수도 있다.
선친때부터 석정계를 철저히 견제해온 김윤배 이사 입장에서는 고민스런 대목이다. 최근 학내분규가 심화되면서 설립자 형제의 성묘조차 함께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김 이사측은 비대위 추천 공익 이사를 받아들이는 수정안을 제시할 수도 있다. 총동문회가 제시한 '재단소유와 대학운영의 분리'라는 대명제 속에 석정계 후손의 참여와 민주적 총장 공모제를 모두 담보해 낼 수 있을 지 결과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