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전남 일반고 성적별 균등 분배 추진 후 ‘효과 봤다’
평준화 본래 취지 찾고, 학생들 1지망 선택 합격률 높아져

고입전형, 무엇이 최선일까
타 시도 사례

 

평준화지역이지만 청주처럼 비평준화가 돼버린 곳은 전국에서 여러 곳이다.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제주도는 2008년부터 전국에서 제일 먼저 성적별 균등분배 정책을 실시하고 있고 전남은 올해 처음 이 제도를 도입했다. 천안은 비평준화지역인데 2016년 고입부터 평준화를 실시할 계획이다. 세종시도 성적별 균등분배에 관한 용역을 진행하고 전환을 고민하고 있다.

▲ 세광고 한빛학사는 1989년에 지어졌다. 이후 최근 10년 사이 도내 고교에 기숙사가 잇따라 지어졌다. 타시도는 평준화지역의 본래 취지를 찾기 위해 성적이 좋은 학생들을 고루 분배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충북도교육청도 용역을 마치고 시행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전남은 2015년부터 추첨배정이 아니라 균등분배 방식으로 바꿨다. 전남에서는 목포, 여수, 순천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나머지는 비평준화 지역이다. 충북과 사정이 비슷하다. 충북은 과거 행정구역상의 청주시만 평준화지역이다.

전남도교육청 윤선주 장학사는 “전남에서도 목포, 여수, 순천은 평준화지역이지만 선호학교 비선호학교 편차가 심했다. 기존에는 1~7지망으로 원서를 쓰고 추첨 배정을 받았지만 올해부터는 성적을 9등급으로 나눠 일반고에 균등분배했다. 학부모들의 우려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이 방식으로 해보니 1지망에 원했던 학교를 과거에는 최대 50%만 갈 수 있었는데 지금은 78%나 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제도로 인해 평준화의 기본 취지를 살렸고, 학생들은 원하는 학교에 갈 수 있는 확률이 높아졌다”라고 설명했다.

 

목포, 여수, 순천 지역 시행

 

목포, 여수, 순천 지역 균등정책을 실시한 학교들은 올해 2월부터 신입생들을 불러서 설명회를 갖는 등 긴장감을 보여줬다고 한다. 보통 1월에 학교배정을 받고 3월에 신입생이 학교에 가는 것에 반해 소위 자원이 분배되니 학교가 스스로 경쟁력 향상을 위해 움직였다는 설명이다.

제주도는 가장 앞서 균등정책을 실시한 곳이다. 제주도도 9등급으로 성적별(1등급 4%, 2등급 7%, 3등급 12%, 4등급 17%, 5등급 20%, 6등급 17%, 7등급 12%, 8등급 7%, 9등급 4%)로 나눠 인원을 분배하고 있다. 제주시는 8개 학교가 있고, 평준화지역이다. 서귀포시는 5개 학교가 있고 비평준화지역이다.

제주도교육청 현연숙 장학사는 “처음에는 소위 잘나가는 학교들의 반발이 있었다. 이 제도가 도입된 지 시간이 많이 흘렀고, 정착화 단계에 이르렀다. 성적 편차가 큰 학교들은 시간이 지나자 고른 성적분포도를 보여줬다. 서울 소재에 있는 대학에 많이 보냈던 상위권 학교들의 진학비율이 낮아지고, 일반 중하위권 학교들의 진학비율이 높아졌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제주도가 이 제도를 시행한 이후 많은 도교육청이 벤치마킹을 해 갔다. 학부모의 공감대를 얻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덧붙였다.

충북도는 제주도의 사례를 모델링하고 있다. 이번 연구 용역도 제주도에 있는 한국자치경제연구소가 맡았다. 제주도교육청이 시행한 성적균등분배 정책은 과도기를 거친 후 안착했다는 평가다. 2015학년의 경우 1지망에서 배정된 비율이 84.3%였고, 2지망에선 9.58%였다. 1~2지망에서 93%가 배정되는 것이다.

이지혜 서원대 교육학과 교수는 “성적이 고르게 분포되는 것이 성적균등배정의 장점이다. 학교가 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는 것이기도 하다. 제주도 사례를 보면 나중엔 집 앞에 있는 학교나 명문 학교나 큰 차이가 없게 됐다. 물론 과도기는 있을 수 있다. 과도기를 줄이기 위해서는 일반고에 대한 행·재정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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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아직 고민중’
내년부터 일반고 살리기 정책시행

 

서열화의 시작은 일반고 내에서 앞서가는 학교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세광고의 경우 1989년 기숙사 ‘한빛학사’를 짓고 발전의 전기를 마련한다. 상위권 학생들을 위한 기숙사 운영으로 학교의 성적을 높인 세광고는 학부모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세광고를 따라 충북지역 내 학교들은 기숙사를 많이 세웠다. 충북도내에는 총 63개의 기숙사가 있다. 기존 청주와 청원지역의 학교들은 지난 10년 사이 앞 다투어 기숙사를 지었다. 통합 전 청주지역의 19개 일반고는 모두 기숙사를 운영하고 있다.

기숙사에는 멀리 사는 학생들이 입소하는 게 아니라 성적별로 나눠 상위권 학생들이 들어가게 된다. 보통 사감 선생님을 따로 학교재량으로 채용하고, 교사들이 교대로 당번을 선다.

학교별로 선호도 편차가 커진 상황에서 집 앞에 있는 학교에 가도 학부모와 학생이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유병규 교육학 박사는 “균등 분배 정책과 함께 일반고에 대한 정책적인 접근이 선행돼야 한다. 지금은 세광고가 어느 정도 세력을 형성했다고 볼 수 있다. 대학입시에서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세광고가 과거의 청주고를 대신하게 됐고 영향력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수능중심 체제에서는 기숙사를 통해 잡아두는 교육이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하지만 대입전형이 정시(약 30%)보다는 수시비율(약 70%)이 높아지고 있다. 충북도 이러한 입시체제의 변화를 읽고 고입전형을 바꿀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도교육청 또한 학부모의 반발과 여러 가지 우려로 인해 아직까지 균등분배에 대한 용역은 마쳤지만 시행여부는 아직 답을 내리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2016년부터 일반고 살리기 정책을 시행하려고 한다. 학교 당 최대 1억원까지 지원하는 예산안을 짰다. 실제 학교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정책을 시행 한 뒤 균등분배 전형을 실시할 것이다. 학부모들이 당장 내년부터 시행한다고 오해하는 분들도 있는 데 아니다.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실시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도내 모 일반고 교장은 “일반고에 대한 지원이 그동안 많이 없었다. 수시가 강화됐다고 하는 데 이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학교입장에서는 돈도 필요하다. 동아리 학생들이 체험활동을 간다고 해도 돈이 없으면 멀리 가지 못하고 교실에서만 움직여야 하지 않나. 일반고에 대한 지원은 꼭 필요한 일이다. 지금이라도 시행돼야 한다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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