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생각한다/ 강태재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상임고문

▲ 강태재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상임고문

14일 월요일 아침, 충북일보 1면 톱기사는 보기가 민망하였습니다. <충북 지방의회 수장 ‘수난사’> 제하에 다섯 분 의장님 사진을 게재하고 각각 이언구 충북도의장 ‘불통 아이콘’ 김병국 청주시의장 ‘금배지 파동’ 윤범로 충주시의장 ‘성희롱 꼬리표’ 성명중 제천시의장 ‘갑질 논란’ 지영섭 증평군의장 ‘의원직 상실’이라는 꼬리표를 붙여 놓았습니다. 또 기사본문 머리에 굵은 글자로 <구설 연속에도 의장단협 국외연수에 한뜻, “제 앞가림도 못하는 경우 부지기수” 지적> 이라고 박아놓아 차마 기사를 다 읽어 볼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요? 1952년 지방자치가 시작되었고 1961년 5·16쿠데타로 중단되었다가 1991년 재개된 이래 지금까지 이처럼 지방의회가 비판, 비난의 도마 위에 놓인 적이 있었을까 싶습니다.

지방의회가 수장인 의장에게만 문제가 있는 것일까요. 아마도 그렇진 않을 것입니다. 전체의원 중에서 의원들 스스로 의장을 뽑는 것이니 ‘거기서 거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마침 목요일에 있은 ‘유급제 이후 지방의회의 변화와 제10대 충청북도의회 1년 평가’ 토론회의 발제문을 입수하여 보니 그 해답이 나와 있습니다.

충북참여연대는 유급제 시행이후 지방의회 활동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도민과 의원을 상대로 지속적으로 평가 작업을 해 왔는데, 이번 그러니까 제10대 충북도의회 의원에 대한 평가 결과가 앞의 기사와 맥락을 달리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현 지방의회/의원의 활동에 대해 주민평가는 물론 의원 스스로의 평가도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으니 말입니다. 지난 1년여 동안 지방의원에 대한 주민의 평가는 보통 47.9%, 잘못한 편 42.9%로 2년 전 조사 때보다 잘했다는 반응은 11.6% 포인트 낮아진 반면 잘못한다는 반응은 23.4% 포인트나 높아졌습니다. 현 지방의원의 활동이 지난 제9대 때보다 부정적으로 평가된 것입니다. 의원들 자신은 활동을 잘했다(51.6%)고 응답해 주민들과 대조를 보이고 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2년 전 조사 때의 64.9%에 비하면 13.3% 포인트나 떨어진 것이어서 의원들 스스로도 이전시기에 비해 자신들의 의정활동에 문제가 있음을 자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유급제 시행 효과에 대한 주민평가가 나아지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유급제로 지방의원의 활동이 실제로 좋아지고 있다는 반응은 22.1%에 그친 반면 별 변화가 없거나(73.3%) 나빠지고 있다(4.3%)는 부정적 반응이 77.6%나 됩니다. 2013년 조사 때 긍정적 반응이 30.3%로 시행초기인 2007년의 11.7%에 비해 크게 개선되었다가 다시 떨어진데 대해 의회차원의 고민과 대응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식으로 뒷걸음질하다가는 지방의회 무용론이 힘을 얻게 됩니다. 정치혐오를 조장하는 세력이야말로 반민주주의자일 터인데, 의회주의자일 지방의회 의원들이 앞장서서 의회무용론에 힘을 실어주어서야 되겠습니까.

다만 유급제로 인하여 개선된 분야가 전문성과 정책 활동 강화라고 꼽은 주민이 28.9%라는 점은 2년 전 같은 조사에서 민원해결 등 주민접촉 활동 강화가 1위로 꼽혔던 것에서 변화한 것으로 주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향후 지방의회가 지향해야 할 바를 말해 주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또 지방의원의 청렴도를 높이고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하여 의정비 인상보다는 윤리강령 강화가 효과적이고 겸직금지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언제까지 이런 요구를 외면하겠습니까.

지방의회/의원 여러분이 주장하는 예산과 인사권을 확보하고 보좌관제도 도입 그리고 공천에서 자유롭기 위해서라도 지방의회/의원의 위상을 새롭게 세워야 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지방의회 의원에게 유급제를 시행함으로써 유능하고 전문성 있는 인재의 진출을 기대했는데 오히려 악화되었다는 부정적 평가가 높아지고 있다면, 유급제의 효과가 없다면 굳이 유급제를 할 까닭이 없지 않겠습니까. 지방의회/의원 여러분의 발분을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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