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장기화되면서 새 것과 옛 청주시·청원군 CI 뒤죽박죽 사용
공청회, 시의회·언론에 사전 홍보 안하고 패널은 타지역 교수섭외

“청주시 새 CI는 첫 단추를 잘못 꿰었고, 여전히 잘못 꿴 채로 가고 있다.” 모 인사가 한 말이다. CI는 크게 논란거리가 될 만한 이슈가 아닌데 한 때 청주시를 떠들썩하게 했다.

그간 시의회 조례처리 과정에서 비민주적으로 진행돼 여야가 격돌했는가 하면 이승훈 청주시장의 오락가락 행정과 의원폄하 메시지 사건, 김병국 의장의 집행부 편들기와 몸싸움 사건 등으로 매우 시끄러웠다. 시민들은 ‘씨앗모양이 어떻게 청주시를 대표하느냐’며 반발했고, 문화예술단체와 문화예술인들은 이 CI가 청주시의 정체성을 보여주지 못하는 디자인이라며 반대했다.

이런 갈등 끝에 시의회는 집행부에 CI 재검토를 권고했다. 그러자 시는 씨앗모양 CI를 그대로 사용하되 영문으로 ‘CHEONGJU CITY’를 함께 표기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권역별 주민공청회와 설명회, 여론조사를 실시한다는 것이다. 이후 시는 오는 10월 임시회에 ‘청주시 상징물 등 관리조례 개정조례안’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공청회와 여론조사는 주민홍보와 의견수렴이 부족하다는 여론을 불식시키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는 여론이다. 새 CI를 처음 추진할 때 주민공청회를 열지 않아 두고두고 혼쭐이 났기 때문이다.

따라서 청주시가 지금 해야 할 일은 공청회나 여론조사가 아니라 새 CI 전면 재검토라는 게 중론이다. 그럼에도 시는 예산 등을 이유로 슬쩍 사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여야가 둘로 나뉘어 심각하게 싸웠던 시의회는 아무런 대책이 없는 게 현 상황. 시는 지난해 12월 1억38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용역업체에 CI 개발을 맡겼다. 이 업체와 용역기간이 끝나 CI를 다시 만들려면 예산을 따로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그러는 동안 청주시내에는 3가지의 CI가 뒤죽박죽 섞여 쓰이고 있다. 씨앗모양의 새 CI는 청주시 대내외 공식적인 시설물, 각종 공문, 명함, 플래카드 등에 들어가 있고 직전에 쓰이던 가로수 모양의 CI는 청주시내 시내버스 승강장 등 아직 교체되지 않은 시설물에서 볼 수 있다. 또 옛 청원군에서 쓰던 CI는 옛 청원군지역 여기저기서 쓰이고 있다. 옛 청원군은 청주시와 통합하면서 간판과 CI 등을 철거했지만 CI 일부가 남아있는 상태다.
 

모 시의원은 “오송읍과 강내면 등지의 가로등과 신호등, 거리 곳곳에 옛 청원군 CI가 붙어있다. 통합된지 1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청원군이라는 글자와 CI가 박혀있어 매우 혼란스럽다. 하루빨리 정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청주시는 조례를 개정한 후 한 가지로 전면 바꾼다는 계획이지만 CI 개정이 길을 잃고 헤매면서 CI 혼용이 지속되고 있다. 한 시민은 “청주시를 방문하는 외지인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줘야 하는데 현실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청주시는 CI 문제 하나도 빨리 빨리 해결하지 못하고 뭐하는지 모르겠다. 참으로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형식적으로 진행하는 CI관련 사업에 쐐기를 박았다. 이들은 “새 CI는 통합청주시의 정체성을 표현하지 못했고 전문가들은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CI문제를 통해 청주시의 미숙한 행정 단면을 보고 있다. 청주시는 의회가 제시한 재검토를 이행하지 않고 각종 시설물과 명함 등에 사용하고 있다. 공청회·설명회·여론조사는 명분을 얻겠다는 것인가, 이미 쓰고 있는데 이런 행사를 왜 하느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시의회는 왜 더 이상 문제의식이 없는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새 CI를 보완해서 쓰지 말고 시민들에게 청주시를 상징하는 게 무엇인지 묻고 이를 토대로 다시 제작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 청주시는 15일 새 CI 전면 재검토는 어렵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하지만 같은 날 청원구청에서 연 CI 주민공청회는 사전에 보도자료도 내지 않고 개최했다. 패널로 참여한 두 명의 교수는 새 CI가 시각성이 돋보이고 디자인 개발과정이 충실하게 이뤄졌다고 칭찬해 패널을 어떤 기준으로 선정한 것인지 궁금증이 일고 있다. 이들은 모두 타지 디자인관련 학과 교수들이다.

 

한 시의원은 “시끄러울까봐 공청회도 몰래 한 것 같다. 사전에 의회나 언론에 알리지 않은 것을 보면 직능단체 회원들 불러 공청회하고 슬쩍 넘어가려는 모양새”라고 비판했다.

▲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청주시는 CI 관련 사업을 슬쩍 추진하지 말고 전면 재검토하라"고 주장했다.

청주시, 홈페이지에서 새 CI 여전히 ‘자랑’
소로리볍씨에서 나온 게 아니라더니 인류 최초 볍씨라고 ‘호들갑’

 

청주시는 홈페이지에서 새로운 CI에 대해 창조·조화·생명을 상징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그것도 홈페이지 맨 위 가장 중요한 위치에 이를 올려놓았다. 청주시의회가 집행부에 CI 재검토를 권고했으나 홍보문안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시는 홈페이지에서 “지금으로부터 1만 5천년 전, 청주 지역에서 살고 있었던 고대 ‘청주인’들은 벼 이삭에서 벼를 채취해서 먹었다. 소로리에서 1만 5000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순화벼가 발견된 것이 그것을 증명한다. 마침내 청주 지역에서 인류 최초로 사람들이 공동체를 이루고 농사를 짓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새로운 CI는 씨앗 속에 숨겨져 있는 생명의 가치를 인류 최초로 발견한 ‘청주인’의 창조와 도전 정신을 높이 평가하고 청주의 미래를 열어갈 새로운 상징으로 손색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창조와 도전 정신을 씨앗 모양으로 형상화해서 이를 인류 최초로 CI에 담았다”고 썼다.
 

그러나 소로리볍씨가 인류 최초의 볍씨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대략 1만5000년~1만3000년전 연대기를 갖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으나 명확한 근거가 없다는 게 대체적인 여론이다. 이 때문에 소로리볍씨를 굳이 청주시 상징물로 사용한 것은 이승훈 시장이 청원군민들을 끌어안기 위한 것이라는 말까지 있다. 소로리는 옛 청원군 옥산면에 있는 지역.
 

소로리볍씨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돌자 한 때 청주시는 씨앗 모양의 CI가 소로리볍씨에서 나온 게 아니고 일반적인 씨앗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홈페이지에서는 이렇게 내놓고 소로리볍씨에서 씨앗 모양을 형상화 했음을 자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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