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도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에 1.6조원 투자 약속
한화·셀트리온제약 지역 내 약진…대기업 진출 이어져

SK하이닉스의 매머드급 투자 결정으로 충북도내 투자 지형에도 변화가 생겼다. 하이닉스는 도내 수출의 선두주자로 전체 수출액의 60%를 담당하고 있고, 고용인원도 7000여명에 달해 영향력면에서 충북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했지만 LG화학을 필두로 한 LG그룹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SK하이닉스 전환 후 SK그룹은 LG그룹과 대등한 지역 내 평가를 받게 됐고 이번 15조 5000억원 투자 결정으로 지역 내 입지는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물론 LG그룹의 지역 영향력도 여전하다. 특히 SK하이닉스의 대규모 투자 소식으로 조명받지 못했지만 LG그룹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 투자계획을 비롯해 지난 수년간 꾸준한 투자를 진행하며 충북 대표기업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최근 1조원에 육박하는 대형 투자 계획들이 속속 발표되면서 충북의 투자지형이 변화하고 있다.

▲ SK하이닉스로 대표되는 SK그룹과 LG화학이 이끄는 LG그룹이 장군 멍군을 이어가며 지역 내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은 2009년 LG화학 오창공장 기공식, 왼쪽은 2012년 SK하이닉스 M12라인 준공식.

2007년 8조원 투자협약 후 최대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달 8월 25일 이천 M14공장 준공 및 미래비전선포식에서 15조 5000억원을 투자해 청주에 생산라인(공장)을 신설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SK가 하이닉스를 인수한 2012년에도 4조원대 투자 소식이 전해졌지만 실제로는 하이닉스 시절인 2007년 이후 대대적인 투자계획으로는 처음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2007년 당시 하이닉스는 충북도와 총 8조 7650억원에 달하는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이는 2010년까지 2공장 증설과 장비, 3공장(M12) 신축 등에 투입되는 비용이었다. 하지만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을 겪으면 투자규모는 예상치를 밑돌았다. 결국에 약속했던 2010년까지 투자는 절반 정도에 그쳤다. 수천억원대 투자에 그쳤던 하이닉스는 SK인수 이후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 2012년 6월, 예상보다 2년이 늦어졌지만 M12라인이 준공됐다.

충북도가 3년 이내에 신규공장이 가동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15조 5000억원의 투자기간 또한 예단할 수 없다. 하지만 SK하이닉스의 투자가 마무리되면 대기업의 생산지형이나 영향력 또한 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LG그룹의 맏형격인 LG화학도 지속적인 투자를 진행해왔다. 청주산단에 입주해 있던 LG화학은 2004년 오창시대를 열었다. 1공장에 이어 2조원 투자계획을 세워 2013년 2공장을 준공했다.

그룹 대결로 보면 그동안은 LG그룹이 우위를 점했다. SK그룹도 SK이노베이션, SKC, SK충청에너지서비스, SK케미컬 등 계열사들이 있지만 SK하이닉스가 SK그룹의 지역내 투자나 영향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반면 LG그룹은 LG화학 외에도 LG생활건강, LG전자와 LG하우시스, LG이노텍, LS산전, LG생명과학까지 지역 내 생산 등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최근 들어서도 LG생활건강이 청주테크노폴리스에 2000억원 투자를 약속했고, LG하우스시스는 300억원을 투입해 옥산산단에 입주했다. 여기에 최근에는 LG그룹이 충북과 손을 잡고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설치하면서 2018년까지 1조 6000억원 투자계획을 밝혀 지역과 관계를 더욱 공고히 했다.

서정진 회장, 추가 투자 약속

두개 그룹이 도내 경제를 앞에서 끌고 있는 가운데 한화와 셀트리온의 약진도 눈에 띈다. 한화그룹은 태양광산업 진출이 눈에 띈다. 바이오산업과 함께 충북의 차세대 성장동력인 태양광산업은 중부권을 중심으로 솔라벨리를 구성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화큐셀이 진천과 음성에 총 3600억원의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한화솔라원(음성)과 한화큐셀(진천)를 합병해 태양전지 생산규모 세계1위로 만들었다. 한화는 이에 앞서 2012년 충북도와 5개 개열사 총 1조 3000억원의 투자협약을 체결하기도 하는 등 지역 내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반면 일부 투자계획이 무산되며 신뢰를 잃기도 했다.

최근 몇년새 급성장하며 한때 코스닥 시가총액 1위업체였던 셀트리온도 충북에서 비상을 준비 중이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충북 출신이라는 점도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올 초 준공한 오창 셀트리온제약은 총 1500억원을 투입했다. 셀트리온제약은 셀트리온의 자회사로 알약 및 캡슐제제 등 화학의약품을 생산하는 업체다. 지난 3월 준공식에서 서정진 회장은 추가 투자를 약속했다. 투자시가와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서 회장이 셀트리온제약을 통해 연간 1조원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 투자 규모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충북도 홍보 지나쳐” SK하이닉스 ‘부담’
사전 합의 없이 날짜 적시…‘파급효과’ 보도자료 재배포 해프닝

충북발전연구원이 분석하고 8일 충북도가 발표한 'SK하이닉스 투자유치의 경제적 파급효과 분석'이라는 보도자료를 재작성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충북도는 8일 오전 SK하이닉스의 투자발표로 48조 3600억원의 생산유발효과와 14조 4000억원의 부가가치유발효과, 11만 4200명의 간접고용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충북발전연구원의 분석자료를 인용해 발표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착공시기와 완공시기 등이 구체적으로 표기됐고, SK하이닉스 측이 항의하자 오후에 이들 내용을 삭제해 다시 보도자료를 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충북도가 확인 절차없이 발표한 내용”이라며 “주식회사이다 보니 투자시기 등 민감한 사안이 많다. 사실 확인 요청이 들어오면 공시를 해야 하고, 이는 기업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결국 요구사항을 반영해 새롭게 보도자료를 작성했지만 충북도의 성급함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투자유치 성과를 알리려는데 급급해 기업의 입장을 살피지 못한 것이다. 특히 불필요한 불협화음이 발생할 경우 사업 지연 등 충북경제에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칠 우려도 있다는 점에서 조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해프닝에 앞서 청주시의 처신도 입방아에 올랐다. 이승훈 청주시장이 직접 나서 지난 4월부터 진행한 협의 과정을 소상히 소개하는 등 지나치다는 평가다. 이 과정에서 아직 공식적으로 정해지지 않은 사안에 대해서도 정해진 것처럼 언급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자체의 지나친 생색내기에 SK하이닉스 청주공장 관계자들은 자제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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