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상수도 단수사태, 준비부족과 안일한 태도에서 발생
상수도사고원인조사위 “청주시 총괄 책임져야 한다” 결론

▲ 이춘배 사고원인조사위원장, 조사결과 브리핑.

올 여름 청주시를 뜨겁게 달군 상수도 단수사태는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춘배 ‘상수도사고원인조사위원회’ 위원장은 7일 기자회견을 열고 사전 준비없이 행한 무리한 시공으로 사고가 발생했고 사업발주기관, 감리, 시공사 모두에게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누구라고 꼭 집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모두 사전준비를 하지 않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지 않았다. 제대로 하려면 공사 2개월 전부터 사전준비를 했어야 했다. 이 사태에 대해서는 청주시가 총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청주시 건설교통국장과 테크노폴리스 대표를 역임했다. 청주시 간부를 지낸 사람이 사고원인조사위에 들어간데다 위원장까지 맡아 ‘짜고 치는’ 것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조사가 얼마나 충실히 이뤄졌는가에 대해서는 사후 평가가 있어야 하지만, 일단 이 위원장이 ‘청주시가 총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한 부분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사고원인조사위는 대형관로 시공시 기존 상수도시스템 사전점검은 필수이나 이를 제대로 점점하지 않았고, 현장조사를 충분히 하지 않아 누수 및 역류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또 도수관로를 정확히 알았다면 누수사고가 발생한 뒤 취수장 가압펌프 가동-정지를 반복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단수피해가 더 커졌다는 것. 이어 준비부족과 시간단축을 위한 무리한 시공으로 2차에 걸쳐 누수가 되었고, 이로 인해 작업시간이 장기화되면서 주민 피해와 불편이 가중됐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수계전환을 통해 청주정수장에서 금천배수지로 시간당 3500톤을 받으면 단수없이 해당지역 주민들에게 물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실제 급수량은 2300~2400톤에 불과했다. 처음부터 계산을 잘 못 한 것이다. 그래서 주민들에게 단수홍보를 하지 않았고, 청주시 상수도사업본부는 비상급수계획을 세우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상수도사업본부가 지북정수장과 영운정수장을 통합하는 이 공사 작업 소요시간도 잘 못 예측했다고 지적했다. 경험에 의해 12시간으로 알고 시작했으나 D900mm 연결에 13시간, D800mm 연결까지 총 19시간이 걸렸다는 것이다. 대형관의 시공이 어려운 점과 변류작동시간을 포함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 여기서 사전준비가 이뤄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사고원인조사위는 또 토사위에 설치한 H빔이 부등침하 발생 등으로 시공시 오차발생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두 번에 걸쳐 누수가 있었던 것은 기존 도수관로 D900mm와 D800mm를 연결하는 신축관에 휨이 발생해 누수를 막아주는 고무링 압착의 블균형이 주원인이 됐다고 판단했다. 이는 도수관로를 연결하는 신축관이 평평하지 않았다는 얘기인데 일반 시민들이 들어도 이해가 안된다. 관이 휘었다는 것은 공사 자체가 잘못 됐다는 것이기 때문.
 

폭염에 공사해야만 했던 이유 ‘없음’

한편 통합정수장 현대화사업을 왜 하필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8월초에 했는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궁금하게 생각했다. 더욱이 공사를 한 8월 1~2일은 토·일요일. 사고가 나도 바로 대처하기 힘든 주말이었다. 이재은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폭염 자체도 재난이다. 올 여름은 특히 더웠다. 물을 많이 사용하는 한여름에 수도관을 건드리는 상수도공사를 한다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물은 생명과 같기 때문에 만일의 경우를 생각한다면 8월초에 이런 공사를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 청주시의회, 상수도 단수 관련 특위 구성.
▲ 단수 사태 시민대책위 출범.

이에 대해 상수도사업본부 한 관계자는 “꼭 그 때 했어야 할 이유는 없었다. 주말에 할 이유도 없었다. 내부에서 그렇게 정했을 뿐이다”고 말해 특별한 이유가 없었음을 알 수 있다. 이로인해 상수도사업본부는 시민들로부터 더 많은 원성을 샀다. 혹시 사고가 나도 비상급수가 가능하다고 본 점에 대해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청주정수장에서 금천배수지로 시간당 3500톤의 물을 받을 수 있다고 봤으나 실제는 이보다 훨씬 적었다. 이것도 정확한 계산이 아니고 어림잡아 했기 때문에 이런 착오가 생긴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윤정 충북청주경실련 사무처장은 “사고원인조사위에서 총체적 부실을 인정했다. 시공·감리자는 기존 상수도시스템을 사전 점검 하지 않았고, 관로에 대해 잘 몰라 사고가 난 뒤 우왕좌왕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청주정수장에서 금천배수지로 예상보다 적은 물이 올 수밖에 없었던 것은 금천배수지에 가압장치가 없어 물을 끌어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누수문제도 알고보니 참으로 한심하다. 수도관 자체가 불량제품 아닌가 의심했는데 관이 휘어 누수를 막아주는 부분에서 문제가 생겨 벌어진 일이라고 한다. 청주시는 어떻게 이런 엉터리업체와 일을 했는지 알 수가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단수사태 시민대책위는 앞으로 사고원인 조사와 재발방지 대책이 제대로 수립됐는지 평가하고 필요하다면 공익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재난위기관리시스템, 차제에 확립하라
사고원인조사위 기술적인 부분만 언급···청주시 안전관리계획 손질해야

사고원인조사위는 이번에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개선대책을 내놨다. D800mm, 900mm 관 별도 통합 정수장 공급, 청주정수장 송수관로 가압장치 설치, 단수사고를 대비해 관계자 모두 무전기 설치·운영 등이다. 또 D500mm 이상 되는 대형관로를 바꿀 때는 연차적으로 하고 상수도관리시스템을 수시 갱신하며 직원들에 대한 근무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것은 기술적인 부분이고 시민들은 차제에 재난위기관리 시스템을 확실히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앞으로 상수도뿐 아니라 각 분야에서 사고가 일어날 수 있으므로 이럴 때 체계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들라는 것이다. 단수사고 시 지휘본부장이 상수도사업본부장으로 돼있으나 이를 시장으로 격상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그리고 ‘안전관리계획’이라는 매뉴얼을 캐비닛 안에 박아둘 것이 아니라 전직원이 숙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는 일부 국장들이 갖고 있고, 안전정책과 복도 앞 자료비치대에 몇 권 있을 뿐이다. 이재은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예방-대비-대응-복구 4단계 재난관리시스템을 마련하고 사고가 터졌을 때 이 시스템에 맞춰 움직일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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