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영화제 통해 ‘관광휴양’ 도시 정체성 구책
청주…비엔날레 17년 역사됐지만 산업화 갈길 멀어

충북의 국제행사 뜯어보기
문화분야 행사들

 

지역에서 열리는 국제행사 가운데 대표적인 문화행사로는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와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있다.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는 1999년 시작해 올해로 17년째를 맞이했다. 2년마다 행사를 치르기 때문에 올해가 9회째다. 9월 16일부터 10월 25일까지 40일간 옛 연초제조창에서 개최한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이미 8월 13일부터 18일까지 제11회 행사를 치렀다.

두 행사는 장르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다. 하지만 두 행사는 지역사회에서 열리는 문화행사 중 가장 규모가 크다.

먼저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는 70억 예산으로 치러진다. 올해는 국비 15억, 도비 5억, 시비 35억, 자부담 15억 총 70억원이다. 자부담은 입장권 수입을 비롯한 부대행사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이다. 지난 2013년 입장객은 30만명이었으며 올해는 33만명을 목표로 잡고 있다.

올해는 확장과 공존을 주제로 기획전, 알랭 드 보통 특별전, 청주국제공예공모전이 열린다. 옛 연초제조창 전면을 시디(CD)로 뒤덮은 시민참여형 미디어 프로젝트와 키즈비엔날레를 새롭게 펼친다.

 

별도의 독립 재단 필요

 

이승훈 시장은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조직위에 계속해서 주문했다. 공예의 산업화를 보여주라는 것과 지역작가 참여를 늘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딱 잘라 말해 지역공예인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고, 공예산업화도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없다. 행사가 끝난 후 모든 게 사라지는 이벤트성 행사를 여전히 반복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문화예술인은 “공예비엔날레를 통해 적어도 전 세계 공예인들은 청주를 인지했다고 본다. 17년 동안 행사가 열렸지만 아직까지 기반을 닦지 못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지금의 비엔날레는 끝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 소모적인 행사밖에 되지 않는다. 산업형 비엔날레가 되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정책과 전략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 지역에서 열리는 국제행사 가운데 대표적인 문화행사로는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사진 위)와 제천영화음악영화제가 있다.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는 1999년 시작해 올해로 17년째를 맞이했고 올해 9월 16일부터 40일간 행사가 열린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이미 8월 13일부터 18일까지 제11회 행사를 치렀다.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은 올해 비엔날레 외에도 청주읍성축제, 청원생명축제 등을 개최한다. 통합 청주시가 되면서 그동안 청원군이 진행하던 축제까지 떠안게 되면서 사실상 과부하가 걸린 상태다.

보통 비엔날레가 열리면 스텝을 제외하고 50여명이 조직위에서 활동하게 된다. 이는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직원, 청주시 공무원, 그리고 단기 계약직으로 뽑은 전문 인력을 합한 숫자다.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의 정규직원은 총 30여명인데 비엔날레 기간에는 재단 직원 5~6명이 비엔날레 조직위로 흡수돼 활동하는 식이다.

전문인력은 해마다 교체된다. 따라서 비엔날레 조직위 자체가 매번 새로운 사람들과 일을 해야 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비엔날레만을 여는 별도의 재단을 만들어야 한다는 여론이 제기되고 있다. 광주비엔날레가 별도로 재단을 꾸리고 독립성을 갖춘 반면 청주비엔날레는 해마다 ‘해체모여’식으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는 2011년 처음 옛 연초제조창에서 행사를 치렀다. 이전에는 청주예술의전당에서 부스를 설치하고 부수는 일을 반복했다. 지역의 한 문화예술인은 “예산은 해마다 70억원이다. 청주예술의전당에서는 부스비가 포함됐지만, 장소를 옮겨서 그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데도 여전히 70억원을 다 쓰고 있다. 일정정도 돈을 적립해 기초 자금을 마련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라고 지적했다.

공예클러스터를 조성하거나 시민공예촌을 조성하는 것도 대안으로 나왔지만 아직까지 가시화된 것은 없다. 지역의 한 공예작가는 “비엔날레가 그동안 쓴 돈을 따져보면 400~500억원이 된다. 엄청난 돈이 풀어졌는데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것은 안타깝기만 하다. 이번 축제가 끝나면 근본적인 수술을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작은 영화제의 성공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2005년에 처음 시작됐다. 당시 엄태영 시장이 영화제를 유치했다. 영화계 인사들과 컨셉영화제를 해보자고 한 것이 음악영화제로 귀결됐다. 2005년에는 6개월 만에 부랴부랴 행사가 꾸려졌고,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치러졌다. 영화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서울 사무국을 꾸리고 해마다 17억원을 들여 8월 중순에 6일간 행사를 치르고 있다. 서울사무국에서는 9명이 일하고 있고, 지난해부터 제천 사무국을 꾸리고 지역 인력 2명을 채용했다. 행사가 열리기 한 달 전에 제천에 사무실을 확장 개소한다. 행사를 치를 때 조직위 인원은 40~50명 정도이고, 자원봉사자까지 합하면 200명 정도다.

올해 총 관람객은 3만 3000명이다. 지난해의 경우 총 3만 1000명이 관람했는데 유료 관람객이 2만 4500명이었다. 입장객 수익을 비롯한 자체 수입금은 약 3억 정도다.

시네마콘서트, 청풍호반무대에 펼쳐지는 원써머나잇 콘서트와 야외상영회가 킬러콘텐츠다. 청풍호반무대는 3000명 정도 수용할 수 있는 데 올해는 관람객이 너무 많아 돌려보내기도 했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독립된 사무국 체제를 갖추고 있다. 전진수씨는 2006년부터 10년 째 프로그래머 일을 맡고 있다. 올해는 총 103편의 영화를 상영했다. 전진수 프로그래머는 “제천영화제는 작은영화제다. 기획자 입장에서는 예산이 25억원만 되도 해보고 싶은 행사가 많은 데 놓치는 경우가 많다. 상영관을 비롯한 인프라가 부족한 것은 축제가 더 크지 못하는 한계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제천에는 전문상영관이 없다. 메가박스 제천이 있지만 전문상영관으로는 부족한 점이 많다. 올해는 제천문화회관을 상영장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조직위는 300석 규모의 전문 상영관을 갖기 바란다. 전 프로그래머는 “더 많은 영화를 보여주고 싶어도 상영관이 없어서 포기하게 된다. 야외상영장을 생각한 것도 부족한 것을 극복하기 위해서였는데 오히려 인기가 더 좋다. 당시 행사를 기획할 때만해도 락페스티벌 문화가 생소했지만 지금은 트렌드가 됐다. 제천은 영화제를 통해 휴양도시 이미지를 확실히 갖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전문가 조직의 독립성, 차별화된 콘셉트, 제천의 자연환경이 3박자를 이루면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전 프로그래머는 “해마다 경제적인 수치로 성과를 분석하기도 하는 데 숫자보다는 분위기로 위상변화를 알 수 있다. 이제 영화계인사들도 영화제를 참석하기 위해 로비를 할 정도다. 영화제를 보기 위해 일본에서 오는 마니아들도 있다. 다음해는 중국 영화인들과 교류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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