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영 교수 “도시의 하부구조 개선과 도로정비부터하자”
도시재생사업 가치 정립도 다시 해야…콘텐츠는 이후과제

역사문화유산을 활용한 도시마케팅
1.대전·대구의 근대문화유산 활용
2.이탈리아 도시들의 활용 사례
3.오스트리아 도시들의 활용 사례
4.충북의 역사문화유산 되돌아보기
5.도시의 이야기, 어떻게 만들까

 

충북의 역사문화유산은 지금 어떠한 모습으로 보존·관리되고 있을까. 이미 문화재청은 등록문화재의 목록화사업을 벌였다. 청주시에만 해도 10개의 등록문화재가 있다. 지방유형문화재는 도에서 별도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문화재청에는 근대문화재과가 만들어져 있다. 2004년부터 전국의 근대문화유산인 건물, 터널, 다리, 교각 등을 전수조사해 보고서를 만들기도 했다. 근대문화유산의 경우 외관은 1/4까지는 소유주 마음대로 변경이 가능하고, 내부에 대해서도 아무런 규제가 없다. 오스트리아의 경우 내부변경에 대해서도 규제가 있고, 문화재로 지정된 건물을 바꾸려면 무조건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유럽에 비해 제도적으로 개인의 재산권 행사가 자유로운 편이다.

▲ 청주시는 2012년 발굴조사를 통해 청주읍성 성벽의 원래 위치를 찾았다. ‘청주읍성 성돌 찾기’를 실시해 800여개의 성돌을 찾았고 그 가운데 650여개의 성돌을 사용해 중앙공원 서측 출입구에서 YMCA사이 35m구간에 성벽을 쌓아 2013년 말 완공했다. 사진/육성준 기자

50년 된 건물, 구도심의 1/4

 

김태영 청주대 건축학과 교수는 “눈에 보이는 유산이나 문화재에 대해서는 이미 조사를 끝냈다고 보면 된다. 문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하부구조다. 땅 속 하수관이나 땅 위 도로정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우선 집을 지을 때도 바닥 청소부터 하지 않나. 마찬가지로 기본적인 정비를 한 후 보존과 활용이야기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2006년부터 청주시의 거주환경 보존과 재생연구를 해오고 있다. 현재는 1960년대 업종 복원을 하고 있다. 김 교수는 “데이터는 많이 쌓여있다. 청주는 도시공간구조가 그대로 있다. 길 안에 블록이 있고 그 안에 땅의 구조가 남아있다는 것은 큰 자산이 될 것이다. 성안동과 중앙동은 도로망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의 연구자료에 따르면 1960년대 이전 약 50년이 넘은 건물은 청주의 구도심인 성안동과 중앙동에만 1200개가 있다. 이는 전체 건물 용적률의 25%를 차지하는 것이다. 그는 “개발을 하는 데 역사가 발목을 잡는 다는 인식은 일차원적인 것이다. 이미 역사문화유산을 활용하고 보존해야 한다는 인식이 보편화돼있는 데 아직도 충북에선 개발을 시작할 때 유적이 나오면 큰 문제가 되는 것처럼 여긴다. 역사를 대하는 방식이 다소 아쉽다”라고 지적했다.

청주시의 주택비율은 110%정도다. 하지만 실제 빈집이나 노후화된 집을 따지면 150%쯤 된다. 김 교수는 “시가 주거환경개선을 하는데 지금과 같은 재개발 방식으론 답이 나오지 않는다. 낡은 주택과 빈 집들을 도시형생활주택으로 건설할 수 있도록 시가 제안을 하고 정착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예전 집들은 연결돼 있기 때문에 몇 채를 함께 매입해 작업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민선 5기 재현사업 평가는

 

도시재생이라는 단어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도시재생 관련한 논문이 쏟아져 나왔다. 국토해양부(이하 국토부)마저 도시 개발에서 도시 재생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다양한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주시에서도 옛 연초제조창이 경제기반형 선도사업으로 선정돼 국·도비 500억원을 지원받아 사업을 진행 중이다. 청주시도시재생지원센터가 만들어져 주민협의체와 함께 도시대학을 운영하고, 관련 사업을 벌이고 있다. 도시활력증진사업 예산을 받아와 중앙동과 서문시장 일대 풍물시장과 야시장에 대한 콘텐츠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길환 청주시도시재생지원센터 사무국장은 “도시재생이라는 용어가 아직 정리돼 있지 못하다. 아직까지 건물을 밀고 새 건물을 짓는 것이 재생인지, 아니면 기존 건물을 활용하는 게 재생인지 정립이 안 돼 있다. 안타까운 것은 남아있는 100년 사이 건물도 도시의 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한다. 가령 브랜드아파트를 보면 전국이 다 같지 않나. 전주에 있는 아파트나 청주에 있는 아파트나 같다. 역사문화유산을 보존하고 활용하는 데 있어 이 점은 참 아쉬운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청주시에는 아직 거점이 없다

 

청주시는 도시개발사업단 안에 도시개발과와 도시재생과가 있고 도시계획과는 따로 떨어져 있다. 도시개발사업단에서 연초제조창의 국토부 선도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청주시는 민선 5기 때 동부지역 탐방로(청주시 내덕 2동~남주동)를 5구간으로 나눠 지도를 그렸다. 1구간은 전통문화유산이 밀집된 곳들로 잡았고, 2~5구간은 근대문화유산이 모여 있는 곳들이다.

이 용역을 맡았던 이길환 국장은 “청주는 역사문화유산의 거점이 없다는 점이 향후 관광자원화에도 걸림돌이 된다. 수원에 화성이 있고, 전주는 한옥마을, 순천에는 순천만 정원이 거점이 돼 관광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데 청주는 흩어져 있다. 아직까지 거점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민선 5기 때는 청주읍성 일부를 재현했고, 성안길 로데오 거리 안쪽 골목길에서 이어지는 관아지 옛길 복원사업도 진행했다. ‘1500년 역사길’을 걷기길로 조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지 못하다. 특히 청주읍성은 시장 임기 내 완공까지 하다 보니 스케일이 너무 작아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고, 관아지 옛길 복원사업은 실패사례로 꼽히고 있다.

지자체는 도시재생을 통해 경제적인 기반을 확보하기를 바란다. 사업의 취지와 목표가 결국 지역의 경제적인 효과로 귀결된다. 김 교수는 “재생이라는 말로 개발사업이 진행되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말로만 재생사업을 해서는 안 된다. 재생의 의미는 첫째가 보존이고, 그 다음이 재생 그리고 신축 및 창안이다. 기본적인 프로세스를 갖추고 사업을 벌여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재생은 곧 기록에서 나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도시재생 사업을 하는 사람 가운데 역사를 전공한 사람도 있어야 하는 데 현재 청주시를 보면 그렇지 않다. 뭔가 일을 하는 것 같기는 한데 결과물을 보면 실망스럽기만 하다”라고 지적했다.

현재 도시재생 용역을 진행하고 있는 김규원 충북발전연구원 박사는 “도시가 어떠한 기억을 후세대에 물려줄 것인지는 생각해봐야 한다. 청주의 도시이미지는 편안하고 조용한 것인데 자꾸만 개발 위주의 도시를 따라가려고 한다. 도시재생을 하는 데 왜 하는 지에 대한 고민은 빠져있다. 과거와 현재 미래세대가 공유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어내야 한다. 과거의 기억이 다 사라진 도시에서 미래세대에 무슨 이야기를 전해줄 수 있겠는가”라고 주장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 작성됐습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