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뮌헨시, 에너지 고효율 건물 위해 건축전문가 60인 무료 컨설팅
오스트리아 현직 단체장…주말 이용해 신재생에너지 홍보대사로 활동
해외 취재과정에서 각 분야 전문가들을 만났다. 어떤 전문가들은 기존 에너지 생산 방식을 태양과 물 등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전환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고, 어떤 전문가들은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방식은 다르지만 지향점은 하나다. ‘지속가능한 지구’라는 대명제 틀 속에 있다.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해 노력하는 이들의 일과를 들여다보았다.

① 건축가 나탈리 노이하우젠 씨
나탈리 노이하우젠(Natalie Neuhausen) 씨는 독일 뮌헨에서 활동하는 건축가이자, 뮌헨건축센터 자원활동가이다. 뮌헨건축센터는 뮌헨시 에너지 관련 전담부서인 환경보건부 산하 기관으로 나탈리 씨와 같은 건축과 에너지 관련 전문가 60명이 자원활동가로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건물을 개축하거나 신축하려는 시민들에게 에너지 절감에 좋은 건축자재와 건축방식 등을 설명하고, 환경친화적인 집을 질 수 있도록 무료 컨설팅을 해준다. 나탈리 씨의 전공분야는 콘크리트다. 매주 목요일 건축센터에서 무료 컨설팅을 진행하는데 매주 8건 이상 건축상담이 진행된다. 나탈리 씨와 같은 자원활동가들의 노력은 에너지 소비량을 혁신적으로 줄인 패시브하우스의 확산으로 나타났다. 뮌헨은 에너지절약조례를 만들어 규정된 에너지 기준보다 에너지 소비를 10%이상 적게 하는 주택을 지으면 추가로 지원하고, ‘CO2 보너스 제도’를 둬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자재(나무 등)를 사용하면 건축비 지원을 해주고 있다.
② 칼스루헤 기술연구원 마틴 브란다우어
칼스루헤 기술연구원에서 만난 마틴 브란다우어(Martin Brandauer) 씨는 원자력발전소를 안전하게 해체·폐로하는 과정을 연구하고 있다. 2022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하기로 결정한 독일의 당면과제는 얼마나 안전하게 방사능 물질을 세상과 격리시키느냐는 것이다. 마틴 씨는 “원자로 내 설비를 제거하는데 7년, 건물을 분해해 제거하는데 3년이 걸린다. 물론 방사능이 완전히 사라지는 데는 수만년의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마틴 씨 등 칼스루헤 기술연구원에서 하고 있는 일은 유럽식 원자로 폐로 방식인 ‘분해 후 밀폐 보관’ 방식을 좀 더 안전하고,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는 것이다. 칼스루헤 기술연구원에서는 사람 대신 원자로에 들어가 일할 수 있는 기계를 개발하고, 이러한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하는 일을 한다. 마틴 씨 또한 박사과정을 마치면 폐로 현장에서 일하게 될 예정이다.
※유럽과 달리 미국은 발전시설 전체를 콘크리트로 덮는 폐로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③ 귀싱시 슈트램읍장 베르나르드 도이치
베르나르드 도이치 씨는 선출직 단체장이다. 420가구, 인구 960명의 슈트램 읍은 우리나라 행정기관에 대입하면 '동'이나 '리' 규모지만 권한은 우리나라 기초자치단체장 수준이라는 게 통역의 설명이다. 베르나르드 씨의 일과 가운데 중요한 하나는 슈트램읍이 속한 귀싱시를 방문하는 방문객들에게 이 지역의 에너지 자립과정을 설명해 주는 일이다.
부업과도 같은 이일은 자원봉사다. 그것이 그를 뽑아준 주민들에게 보답하는 일이라고 그는 믿는다(그는 재선에 성공해 8년째 읍장을 맡고 있다). 베르나르드는 귀싱의 과거와 현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화석연료를 대신해 지역의 주생산물 가운데 하나인 나무로 난방을 해결하고, 이를 발전시켜 가스를 만들고, 지금은 가솔린과 디젤도 만든다. 연료의 전환은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못사는 도시 귀싱을 살기 좋은 도시로 변화시켰다.”

④ 졸라콤플렉스 교육담당 주타 가우커 씨.
졸라콤플렉스(Solar Complex)는 2000년 9월 이 회사가 위치한 인구 20만의 도시 징엔의 난방과 전기, 온수 등 모든 에너지원을 태양과 물, 바람 등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해 완전한 에너지자립도시를 만들겠다는 야심찬 포부로 출점한 시민단체 성격의 기업이다. 지역 사람들이 주주로 참여해 현재는 상당한 규모의 회사로 성장했다. 주타 가우커(Jutta Gauker) 씨도 졸라콤플렉스의 일원이다. 주타 씨는 신재생에너지를 개발하고 확산시키는 것이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한 필수과제이기도 하지만 이를 선제적으로 실시하고, 기술력을 쌓는 것은 그 자체로 엄청난 경제적 효과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신재생에너지 전환 필요성을 하나의 그림으로 설명했다. 바로 유조선이다. 그는 유조선을 ‘현금수송선’이라고 표현했다. 유조선 1대에는 약 200만 배럴의 원유가 실리고, 돈으로 환산하면 약 1억 4000만 유로(1830억원) 어치다. 빈 배로 돌아가는 유조선에는 자국의 돈 1억 4000만 유로가 실려간다는 것이다. 주타 씨는 “그 돈으로 그들은 사막에 섬을 만들고, 세계에서 가장 큰 실내 스키장 등 지구의 미래를 고려하지 않는 무책임한 소비를 한다”고 비판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원유를 수입에 의존하는 독일로서는 자체 에너지원을 만드는 것이 그만큼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커튼, 실내에 설치하는 게 맞을까?”
할방문화센터 건축기획자 하랄드 쿠스터 씨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외곽도시인 할방시에는 오스트리아가 자랑하는 에너지 자립건물 '할방문화센터'가 있다. 이 문화센터를 비롯해 오스트리아 전역에 30여개의 에너지 저소비(일명 액티브 패시브 하우스) 건물을 하랄드 씨가 기획했다. 할방문화센터의 관리비용은 '0'원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0'이다. 태양열과 빗물이 이 건물의 에너지원이다.
첫번째 비결은 에너지를 적게 쓰는 구조로 지었다는 점이다. 방문 당시 바깥 기온은 34도로 뜨거웠지만 실내 온도는 24도에 그쳤다. 바닥온도는 20도다. 하랄드 씨는 "한국은 왜 커튼을 실내에 설치하나요?"하고 웃으며 물었다. 그러고 보니 이곳의 커튼은 모두 건물 밖에 설치돼 있다. 단열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지붕 처마도 온도를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 단열재로 깐 40cm의 콘크리트는 서서히 뜨거워지고 천천히 식는다. 또한 내부 공기흐름을 기술적으로 조절해 온도를 조절한다. 별도의 냉방 시설은 필요없고, 부족한 난방과 조명은 태양광 시설로 해결한다. 하랄드 씨는 “오스트리아에 단 하나의 원전도 가동되지 않는다는 점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