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가 졸속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당산성 옛길을 지금 상태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23일 청주시에 따르면 지난 2~12일 진행한 상당산성 옛길 이용객과 공무원 설문조사에서 886명의 응답자 중 585명(66%)이 기존 아스팔트 포장 존치에 찬성했다.
아스팔트를 걷어내고 마사토 흙길로 복원하자는 의견은 25%(221명)에 그쳤고, 아스팔트 포장과 유사하게 경화제를 섞는 마사토 포장을 지지한 응답은 9%(80명)에 불과했다.
상당산성 옛길 이용자 622명은 나눔 쉼터에 설치한 설문조사 안내판에 스티커를 붙이는 방식으로, 시 소속 공무원 264명은 시청 내부 전산망(굿모닝시스템)을 통해 설문에 참여했다.
시는 설문조사 결과에 따라 상당산성 옛길은 지금 상태를 유지하되 향후 이용자들이 원하는 새로운 포장 공법 등이 나오면 적극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설문조사 안내문에서 기존 아스팔트 포장 유지의 장점만을 집중 부각하는 등 불공성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는 '기존 포장을 존치하면 폐기물처리비용 등 예산을 절감(6억원)할 수 있고 집중호우시 흙길에 비해 안전하고 유모차나 휠체어, 노약자 이용이 편리하다'고 소개했다. 단점은 '옛길과 동떨어진 느낌'이라고 했다.
반면 마사토 흙길 복원의 장점은 '친환경적 옛길의 정취'만 제시했다. 단점으로는 '집중호우시 토사유실, 노약자나 휠체어 이용자 불편, 급경사 구간 미끄러지거나 넘어지는 등 안전사고 우려' 등을 열거했다.
청주시의회 김태수 의원은 "설문조사 안내문은 어떻게 만드는지에 따라 그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면서 "이러한 눈가리고 아웅식 설문조사 결과를 시민들이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5월 시정질문에서 "상당산성 옛길은 폐쇄되는 도로에 색깔만 덧칠한 사업"이라고 비판하면서 "본래의 옛길을 복원해 시민들에게 건강과 추억을 돌려주고 청주의 대표 관광자원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시는 지난해 4~10월 국비 6억원 등 16억원을 들여 명암약수터에서 상당산성 입구까지 2.5㎞ 구간을 대상으로 상당산성 옛길 복원사업을 추진했다.
힐링 길, 회생 길, 흔적 길 등 3가지 테마 길을 만들고 소나무 등 60여 종 7만9000여 화초와 나무를 새로 심었다고 홍보하고 있으나 딱딱한 아스팔트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녹슨 철제 화단 등 때문에 시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