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교육청, 물품구매 감사 결과 ‘특정 물품 구매 조직적 개입’
A 전 사무관, 물품 카달로그까지 배포…사업명도 없이 집행

▲ 도교육청 감사관실이 2012년부터 2014년 사이 특정업체 물품 구매 의혹에 대한 특정감사를 진행하고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이 모 전 예산담당 사무관 등 공무원 32명이 특정 업체 물품을 구매하는 데 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기용 전 교육감이 물품 구매 과정에서 결재를 했다는 진술이 나와 파장이 일고 있다. 사진/육성준 기자

충북도교육청 학교 물품 구매과정에서 발생한 비리를 밝혀줄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도교육청 감사관실이 결국 비밀의 상자를 열었다.

2012년부터 2014년 까지 300억원 가까운 예산이 사업명과 사용처도 없이 포괄예산으로 관리됐다. 이 예산은 공식회계에서 관리되지 않고 별도로 관리됐다.

이 과정에서 당시 교육청 최고 결재권자인 이기용 전 교육감에게 보고되고 승인을 얻은 뒤에 사업을 집행했다는 진술이 나와 파장이 일고 있다.

지난 17일 도교육청은 특정업체 물품 구매 의혹과 관련해 실시한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결과 특정업체 물품을 구매하도록 부당하게 업무를 진행한 관련자 32명에 대하여 신분상 조치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 중 핵심 관련자인 전 예산담당사무관 A씨를 업무상배임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였다고 밝혔다. A 씨는 이미 지능형스쿨도우미로봇 구입건으로 검찰에 입건이 돼 있는 상태다.

도교육청 감사관실에 따르면 특정업체에 편중해 물품을 구매한 것으로 조사된 건습식 진공청소기, 시근운동기구, 현미경, 자세교정 매트, 살균수 제조장치 등 5종의 물품에 대하여 2012년부터 2014년까지의 예산편성, 물품 구매, 구매 물품의 활용실태 전 과정에 대한 특정감사를 실시했다.

감사 배경에 대해 도교육청은 “충북도의회와 언론 등을 통해 특정업체의 건습식 진공 청소기 구매 관련 의혹이 제기 돼 감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도교육청은 감사 결과 해당 사건은 “2014년 교육용 로봇 부적정 구매 사건과 동일한 유형의 사안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부적정 구매행위도 교육용 로봇 구매 사건의 핵심 인물로 수사기관에서 조사 중인 전 예산담당사무관 A씨의 주도로 진행됐다.

A씨는 해당 학교에 특정업체의 물품이 포함된 현안사업 예산을 요구하도록 제안하는 방식으로 하향식 예산을 편성․지원하도록 했다.

또 해당 학교가 특정업체의 물품을 구입하도록 카달로그를 제공하는 등 업체와의 유착관계가 의심되는 행위를 진행했다.

 

이번에도 몸통은 사무관 한명?

도교육청에 따르면 특정업체 관계자가 학교를 방문해 물품 홍보를 넘어서 현안사업 예산을 요구하도록 권유하는 교육청의 업무 계통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일도 발생했다.

감사과정에서도 특정 업자가 일선 학교를 방문해 상급기관에 예산을 요청하도록 개입했다는 피감사자의 진술이 집중된 것으로 전해졌다.

도교육청은 현안사업 예산지원 과정에 개입한 정황 진술에 따라, 전 예산담당사무관 A씨와 특정업체와의 유착관계 확인을 위한 금융거래정보 등 수사기관의 조사가 필요해 고발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번 감사를 통해 이기용 전교육감이 교단선진화 물품 구입 예산 편성부터 집행에 구체적으로 관여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도교육청은 “2012~2014년도에 기타학교재정지원비 등 재량사업비 예산편성 과정에서 전 예산담당사무관 A씨가 최종 결재권자인 교육감에게 가부를 결정을 받은 후 업무담당 주무관과 교육지원청 예산업무 관련자들에게 지시하여 예산에 반영하여 지원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편성된 예산은 사업명, 학교, 금액 등도 명시되지 않은 채 별도 비화일 예산으로 관리됐다. 도교육청 사상 초유의 대량징계도 진행된다.

도교육청은 핵심 관련자인 전 예산담당사무관 A씨는 “중징계” 처분하고, 도교육청 및 교육지원청의 예산업무 관련자 31명에게는 각각 “경고”와 “주의” 처분을 했다고 밝혔다.

도교육청 유수남 감사관은 “민간인과 금융 관련 사항에 대한 조사권한이 없는 행정기관 자체감사의 한계를 설명하면서 이와 같은 문제점은 수사권을 가진 사법기관의 수사를 통하여 공무원과 특정업체의 유착관계 등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고발배경을 밝혔다.

 

이기용 전 교육감 “예산은 부교육감 직속, 난 잘 몰라”

도교육청 감사결과에 대해 “상 받을 일 있으면 받으면 될 일”

 

도교육청 감사결과에 대해 이기용 전 교육감은 금시초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전 교육감은 전화통화에서 “교육청에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은 다 교육감이 책임지는 일이다. 하지만 예산 관련 부서는 부교육감 직속이다”고 말했다. 이어 예산 문제에 대해 “예산은 부교육감이 다루는 문제”라며 “교육청 감사결과도 금시초문이다”고 밝혔다.

이 전교육감은 본인은 떠난 사람이며 교육청 일을 관심에 두고 있지 않다며 나중에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모든 결과는 감사하면 나온다"라며 “나중에 내가 상 받을 일 있으면 상 받으면 되는 거지”라고 말했다.

 

시민단체, 이 전 교육감 고발 검토

고발되면 2012년 인사비리이어 두 번째

도교육청 물품 구매와 관련해 이기용 전 교육감의 책임도 따져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시민사회단체에서 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도교육청은 감사 과정에서 일부 공무원을 통해 물품구매가 이기용 전 교육감의 결재하에 진행됐다는 진술을 받은 상태다.

이와 관련 도내 시민사회단체 내에서 비리 의혹 규모가 크고 도내 전 지역에서 조직적으로 자행된 행위인 만큼 이기용 전 교육감의 책임에 대해서도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도내 모 사회단체 관계자는 “교육감 결재 없이 100억원대의 물품 구입이 이뤄졌을 것이라고믿는 사람이 누가 있나”라며 “지난 번 인사비리때도 그렇고 규명될 것은 규명되고 책임을 물을 것은 물어야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이 전 교육감의 위법 행위에 대해 법률 자문을 마친 상태”라며 “수사를 통해 이 전 교육감의 역할을 규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많다”고 전했다.

만약 시민사회단체가 이 전교육감에 대한 고발을 진행할 경우 수사는 불가피해 보인다. 300억원 가까운 교육청 예산이 구체적인 사용처는 물론이고 사업명칭도 없이 편법으로 편성되고 관리되는 과정에서 이 전 교육감의 결재가 있었다는 진술이 나온 만큼 수사기관도 이를 무시하고 넘기기에는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지난 2012년 발생한 교육청 인사비리 때도 도내 교육단체가 이 전교육감을 검찰에 고발해 수사가 진행된 전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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