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측 현의회 12명 방문 예정 '한일관계상 시기상조' 우려

충북도의회가 중단된 일본 야마나시(山梨)현 의회와 우호교류를 재개할 움직임을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정권의 역사 왜곡, 독도 영유권 주장, 집단 자위권 행사 법안 강행 처리 등으로 대일 감정이 악화된 상태서 교류 추진은 '시기상조'란 지적이다.

19일 도의회에 따르면 일본 야마나시현 의회는 다음 달 3일 이시이 슈우토쿠 의장을 비롯해 의원 11명 등 총 12명이 충북을 방문한다.

이들은 이시종 지사와 이언구 도의회 의장을 예방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우호교류 재개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야마나시현 의회는 지난 4월 교류 재개를 요청했다. 당시 재일본 한국민단 야마나시 지부 정욱 단장과 야마나시현 고후기타 로터리클럽 고노 마치카즈 회장은 충북을 찾았다.

이들은 이 의장을 예방하고 우호교류 재개 등의 내용이 담긴 야마나시현 의회의 친서를 전달했다.

이와 관련해 도의회는 우호교류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도의회 사무처는 재개 쪽으로 가닥을 잡고 방문 준비를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미 내부적으로 확정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도의회 사무처 관계자는 "야마나시현 의회와 우호교류를 재개하기로 의장단에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의회 안팎에선 우호교류 재개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높다. 일부 도의원들은 의견 수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새누리당 소속의 김봉회 부의장은 "일본 야마나시현 의회에서 충북을 방문하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며 "언제 방문하느냐"고 오히려 반문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최병윤 원내대표는 "야마나시현 의회가 방문하는 사실을 모른다"며 "이 의장과 일부 의원이 이를 추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은 우호교류를 재개할 시점이 아니며 시기적으로 늦춰야 한다"며 "의원 개개인뿐 아니라 도의회 전체가 비판에 직면할 수 있는 만큼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민사회단체도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이선영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민족적 감정 등을 무시하고 교류를 재개할 만큼 시급하지 않다"며 "일본이 과거사 반성이나 사과가 없는 상태서 교류하는 것은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언구 의장은 "아직 교류 재개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야마나시현 의회에서 교류 재개에 대한 안을 가져오면 그것을 검토한 후 재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의회는 1992년 충북도와 야마나시현의 자매결연을 계기로 야마나시현 의회와의 관계를 돈독히 했다. 하지만 일본의 과거사 부정 수위가 높아지던 2008년부터 교류를 중단했다.

2007년 도의회 대표단 15명이 야마나시현이 주최한 자매결연 15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것이 양쪽 의회의 마지막 만남이었다.

2012년 야마나시현 의회가 관계를 복원하자며 손을 내밀기도 했지만 도의회는 '정중히' 사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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