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 ‘기존 면적 4배·사용연한 10년’토석채굴 허가 요청
“학습권 방해하는 허가 막아달라”대대적인 시위

“아이들이 영어 듣기 평가는 아예 할 수 없다고 봐야한다. 새벽부터 차가 운행하니 기숙형으로 이곳에서 먹고 자는 아이들에겐 피해가 더욱 심각하다.” 특성화 대안학교인 청주 양업고 학생들과 교사들은 인근 석산 개발로 인한 피해를 알리기 위해 지난 13일 피켓을 들었다. 지난주에도 한차례 충북도청 앞에서 침묵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인근 석산 개발 업체가 토석채취 영업 종료를 앞두고, 사업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도 업체는 휴일도 없이 매일 폭약을 터뜨려 소음과 진동, 분진을 발생시켜왔다. 학습권과 생존권의 침해가 우려된다”라고 호소했다. 석산개발 반대 서명운동도 벌여나가고 있다.

▲ 특성화 대안학교인 청주 양업고 학생들과 교사들은 인근 석산 개발로 인한 피해를 알리기 위해 지난 13일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였다. /사진=육성준 기자

석산개발업체인 (주)아이케이 측은 현재 사업 면적을 기존보다 4배 늘리고 사업기간도 10년 연장해 달라며 충북도에 허가신청서를 낼 예정이다. (주)아이케이 측은 2011년 2월 옥산면 환희리 일대 4만 8630m²에 대한 채석권을 5년간 허가받았다. 이번에는 완충구역을 포함한 23만 9710m²에 채석권을 10년 동안 허가받기 위해 도에 신청서를 내게 된다.

(주)아이케이 관계자는 “허가권을 얻기 위해 적법한 법적 절차를 밟고 있다. 며칠 전 금강유역환경청에서 환경영향평가 보고서에 대한 승인도 났다. 이제 충북도 허가만을 앞두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지방산지관리위원회에서 최종 결정

충북도는 현재 (주)아이케이 측에 대한 사전재해영향성 검토를 마쳤고, 금강유역환경청측과 환경영향평가에 대해서는 협의완료했다. 충북도 관계자는 “신청서를 아직 업체가 접수하지 않았다. 신청서를 접수하면 관련법 저촉유무를 관련 실과와 협의하게 된다. 법률상 문제가 없다고 나오면 최종 지방산지관리위원회에서 타당성을 따지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키는 지방산지관리위원회가 쥐는 셈이다. 지방산지관리위원회에서는 현재 행정부지사를 위원장으로 당연직 공무원 4명, 지리·산림·토목·환경조경·녹지 관련 교수 5명, 환경단체 2명, 산림관련 환경단체 2명, 산림기술전문단체 3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돼 있다. 명단은 비공개다.

지방산지관리위원회에서는 내용에 따라 원안가결, 조건부 가결, 부결을 내릴 수 있다. 충북도 관계자는 “민간한 사항이라 어떠한 판결이 내려질 지는 가늠할 수 없다. 공익성을 바라보는 시각차가 존재한다. 지역활동과 학업권이 충돌하는 사례다. 과거 부결된 사례도 있긴 하다”라고 설명했다.

2006년부터 석산 개발놓고 갈등

양업고는 2006년부터 지금까지 석산개발과 관련한 끝나지 않는 싸움을 벌이고 있다. 현재 석산을 개발하는 곳에서 540m내외에 학교가 있다. 양업고는 1998년 개교했다. 산지관리법에서는 토석을 채취하는 위치에서 500m안에는 시설물을 둘 수 없다. 이에 대해 백남진 교사는 “개교할 당시에는 인근 석산개발회사들이 더 이상 영업을 하지 않는 상태였다. 양업고는 전국의 후원자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학교를 세웠다. 그런데 갑자기 지금 석산을 개발하는 회사가 석산개발권을 받게 된다. 그 때부터 갈등이 시작됐다”라고 설명했다.

▲ 양업고는 2006년부터 지금까지 석산개발과 관련한 끝나지 않는 싸움을 벌이고 있다. 현재 석산을 개발하는 곳(사진)에서 540m내외에 학교가 위치해있다.
▲ 양업고 교사들과 학생들이 석산개발을 반대한다는 내용을 담아 옥산면 곳곳에 플래카드를 붙였다.

처음에는 (주)아이케이가 아니라 거창상운이 토석 채취 허가권을 2008년 3월에 청원군청으로부터 받게 된다. 이에 대해 백 교사는 “당시에는 이곳에 석산개발을 해도 환경영양평가 대상이 아니었다. 석산 개발을 한다는 얘기를 듣고 학교 측이 반대를 많이 했다. 청원군 홈페이지에도 글을 올려 반대 입장을 전했고 2008년 4월에 김재욱 군수를 면담해 허가를 해주지 않겠다는 확답까지 받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3월에 이미 허가를 내준 상태였다. 배신감이 컸다”라고 설명했다.

그 후 학교 측은 대대적인 반대운동을 벌인다. 석산개발반대대책위원회를 꾸리고 학부모, 학생, 교사, 동문들을 모았으며 시위도 벌였다. 2008년 7월에는 양업고가 충북도청을 상대로 토석채취 허가처분 취소 행정심판 청구를 한다. 그리고 그 해 10월에 충청북도행정심판위원회 재결을 통해 허가처분 취소 통지를 받게 된다. 승소한 기쁨도 잠시 이번에는 거창상운이 청주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한다.

이번에도 소송까지 가나

1심에서는 양업고가 승소했지만 2심에서는 거창상운이 승소하게 된다. 2011년 1월 대법원에서 결국 학교 측이 패소하게 된다. 법정 소송 끝에 2011년 2월부터 거창상운이 허가권을 갖게 된다. 이후 거창상운은 부도처리 되고 (주)아이케이 측이 인수해 4월부터 본격적인 석산 개발 사업을 시작한다.

양업고 관계자는 “당시 소송을 하면서 학교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학부모들이 소송비용을 어렵게 모아 진행할 수 있었다. 서울의 대형 로펌이 거창상운 변호를 맡으면서 갑자기 판결이 뒤집어지기도 했다. 5년만 참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10년 동안 연장한다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당시 대법원 판결문에는 거창상운 측이 학교 앞 도로로 차량을 다니지 않도록 하는 ‘특수부대조건’이 붙어있다. 또한 “인근에 대체도로가 개설될 예정이기 때문에 피해를 줄 일 수 있다”라는 것도 명시돼 있다.

하지만 학교 측은 “인근에 대체도로가 개설된다는 계획은 그 때도 지금도 없던 일이다. 지금까지 어떠한 공사를 한 적도 없다. 갑자기 이 내용이 2심 때 들어갔고 대법원 판결에서 바뀌지 않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특수부대조건 또한 지켜지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허가는 충북도가 내줬지만 실제 관리 감독은 청주시가 맡도록 돼 있다. 대법원 판결문에 따라 시는 업체 측이 특수부대조건을 지키도록 독려를 해야 한다. 양업고 관계자는 “하루에도 수백대 차량이 오가고 있다. 이를 감시하는 CCTV를 설치해달라고 시에 요청했지만 예산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비판했다.

한편 청주시는 양업고 앞에 도로를 일부 이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아직까지 확정된 것은 없다. 이에 대해 (주)아이케이 측은 “우리는 석산을 개발하고 판매는 개별 화물차를 통해서 한다. 양업고 방면으로 통행하지 말라고 제지하고 있지만 실제 도로를 두고 되돌아가야 하는 기사들의 불만이 크다. 만약에 이번에 석산개발 허가가 연장되면 학교 측에 방음벽을 설치해 줄 것을 구두로 약속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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