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정가, ‘총선 출마 사전 포석’·‘윤진식 복귀 신호탄’ 등 추측 난무

새누리당 소속 이언구(60·충주2) 충북도의장이 같은 당 소속 이종배(58·충주) 국회의원을 강하게 비판한 것과 관련, 그 배경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이 의장은 최근 충주지역 기자들과 만나 기자간담회를 갖고 “국립종자원 충북지원 유치와 관련해 이종배 의원이 포기를 했는데 이는 혼자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지역적 문제인 만큼 정확하게 시민 여론을 들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국립종자원은 올 초 부지 협소 등을 이유로 270억 원을 들여 제천시에 있는 충북지원의 이전을 계획했다.

이 계획을 파악한 이 의원은 국립종자원장을 국회로 불러 충주로의 이전을 권고하고, 내년도 관련예산 확보 추진의사를 밝히는 등 충주 유치에 앞장선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의 기존 종자산업 인프라와 충북지원 유치를 통한 시너지로 충주를 종자산업의 메카로 키우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20일 새누리당 제천·단양당원협의회 사무실에서 열린 김무성 대표 간담회 때 이 의원은 유치 포기의사를 밝힌 것으로 한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이를 두고 이 의장은 “앞으로도 이런 문제가 많을텐데 소꿉장난도 아니고, 그 자리에서 그렇게 간단히 결정해선 안 되는 일이었다”며 “윤진식 전 국회의원은 하나라도 더 끌어오려고 무던히 애를 써 중소기업진흥공간 충북북부지부와 금감원 출장소 등을 유치했다. 이 의원은 적극적으로 유치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기자들과 만나는 이 시간, 단양지역에 내년 총선 공천권과 관련해 영향력 있는 분이 왔는데 그걸 안 가고 왔다”며 “내년 선거는 ‘내 선거’”라고 덧붙였다.

이 의장의 발언은 충주지역 새누리당 당협을 이끄는 국회의원의 결정에 대해 당내에서 반감을 드러낸 것이어서 주목된다. 더욱이 총선을 불과 9개월여 남겨두고 나온 것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의장은 기자간담회가 끝난 뒤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의원 비판’과 ‘내 선거’라고 언급한 것의 배경을 묻는 질문에 “지역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이 의원이 충주유치를 포기하는 발언을 해 말한 것일 뿐 다른 배경은 전혀 없다”며 “‘내 선거’라고 언급하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또 “내년 총선과 관련해 전혀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며 강조했다.

“‘내 선거’ 발언, 오해 말라”

그러나 그의 발언은 윤진식 전 의원의 정계복귀설(이 의장의 총선 출마 포함) 및 새누리당 불협화음 등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충주는 ‘여당 우세’지역으로 분류된다. 최근 수년 간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와 보선에서도 새누리당 후보는 야권에 앞서며 여권 우세 지역임을 입증했다.

역대 9번(1988~2014년)의 충주 총선에서 여당은 야당에 이겼다. 여당은 14·16·17·19대 및 18·19보선에서 승리했다. 야당은 13·15·18대 총선에서 이겼다.

이를 잘 아는 이 의장이 윤 전 의원 및 당내 지지를 바탕으로 공천을 받는다면 그만큼 당선 가능성이 커져 총선과 관련된 발언을 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또 자신의 출마가 아니라면 윤 전 의원의 정계 복귀를 위해 그 같은 말을 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2010년 7·28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의원에 당선된 당시 한나라당 윤진식 후보는 63.65%의 득표율로 국회에 입성하며 자신을 알렸고, 지역에 크고 작은 기관 유치 및 각종 사업을 추진하는데 필요한 예산을 확보해 지지층을 넓혔다.

때문에 지난해 충북지사 선거에서 이시종 지사에게 지긴 했지만 턱밑까지 추격하는 저력을 보여 충주와 청주권 모두에서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 전 의원은 지난 1월 선거법 위반 혐의으로 벌금 70만원을 선고받았다. 상급법원 최종 확정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일단 피선거권 박탈기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형량을 받음으로써 재기 가능성이 높아졌다.

앞서 유동천 전 제일저축은행장으로부터 불법 선거자금 4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던 것도 지난해 10월 대법원의 무죄 확정판결로 이 멍에 역시 완전히 벗어났다.

이를 염두에 둔 듯 지난해 지방선거 패배 이후 칩거생활에 들어갔던 윤 전 의원은 최근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한국택견협회 총재와 지난달 대한노인회 노인의료나눔재단 이사장에 취임한 것이 그 반증이다. 윤 전 의원의 두 기관 취임은 정계 복귀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윤 전 의원의 거취표명에 따라 내년 총선에서 충주지역의 선거판도가 예측불허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어 충주지역 정가에서는 민감한 입장이다. 이언구 도의장의 윤 전 의원에 대한 치적 칭찬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역정가에서는 추측만 난무할 뿐이어서 앞으로의 행보에 궁금증만 증폭되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지방선거 및 총선을 앞두고 윤 전 의원과 이종배 현 의원이 묘한 갈등을 빚은 것도 각종 해석을 낳는 원인이 되고 있다.

새누리당 불협화음 ‘점입가경’

한편 이번 이 의장의 이종배 의원 비판과 관련, 새누리당 내홍이 점입가경이다.

충북도의회 윤홍창 의원(제천1·새누리)은 국립종자원 충북지원 유치문제와 관련된 이 의장의 발언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윤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충주의 도의원이기에 앞서 도의회를 대표하는 이 의장이 막말을 했는데 이는 도를 대표하는 공인으로서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국립종자원 충북지원의 부지 문제만 해결된다면 제천에 그냥 두는 게 맞다는 이종배 의원의 입장을 존중한다”며 “이 의장의 발언은 지역 균형발전 취지에도 맞지 않고, 제천시민과 도민의 정서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제천시는 국립종자원 충북지원 인근 1만 5000㎡의 부지를 추가로 확보, 시설 증축 등을 검토 중이다.

이 의장은 자신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낸 윤홍창 의원에 대해 반박했다. 이 의장은 자신의 SNS에 임기 1년을 맞이하면서 그동안의 소회와 앞으로의 다짐을 적은 글을 남겼다. 그는 “같은 집단에 소속돼 있으면서도 내 얼굴에 화장을 하는 행위인지, 아니면 오물을 뒤집어쓰는 행동인지도 분간 못하는 극히 일부분들과의 동거라도 피하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국립종자원 충북지원 유치를 둘러싸고 일어난 일련의 사태들이 어떤 방식으로 귀결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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