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시작된 가족친화기업 인증 뜨거운 관심…7년 새 70배 증가
충북 기업은 23곳 불과 … 지역 특성에 맞는 모델 개발 필요성 대두

신화아이티에서 근무하는 반소정(35) 씨는 여성직장인에게 장애물과 같은 결혼과 출산을 경험했지만 경력 단절없이 워킹맘으로 생활하고 있다. 회사의 도움 덕분이었다. 반도체설비와 리드탭을 생산하는 신화아이티(오창)는 종업원수가 30명 남짓한 중소기업이지만 직원들이 회사와 가정에서 모두 제역할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반 씨의 경우도 출산휴가를 내 아이를 낳고 복귀 후에도 1시간 늦게 출근하는 탄력근무제를 통해 일과 가정,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가족친화 경영, 신화아이티 ‘급성장’
신화아이티는 1년에 2회 가족을 동반한 야유회를 떠나고, 휴가를 이용한 가족 여행 시 숙박비도 지원한다. 홍원희 대표는 “일을 하는 궁극적인 이유가 가족의 행복이다. 가정에 걱정이 없으면 회사 일에 집중하게 되고, 이것이 실적으로 나타난다. 가정에 대한 배려가 모두 윈-윈할 수 있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신화아이티의 이 같은 직장문화는 낮은 이직률에서 확인할 수 있다. 1998년 개인기업으로 시작해 2006년 법인으로 전환한 신화아이티는 생산직 노동자의 평균 근무기간이 7년이다. 10년 이상 근속자도 상당수다. 14년을 근무한 김상희(55) 씨는 정년퇴임 후 재취업하기도 했다. 홍 대표의 예상대로 이 같은 회사 분위기는 매출 성장이라는 결실을 만들어 내고 있다. 신화아이티는 최근 3년 새 급성장해 지난해 연매출 55억원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수익원을 만들어냈다.
신화아이티처럼 직원들의 가정을 배려하는 기업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최대 고민거리이기도 한 출산율 저하를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점에서 정부도 가족친화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2008년부터 ‘가족친화인증제’를 실시하고 있다. 직장인, 특히 여성들이 가정 일과 직장 일을 함께 해나갈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기업에게 가족친화기업이라는 이름을 달아주고, 크고작은 인센티브를 제공해 가족친화적인 직장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여가부는 2008년 전국적으로 14개 기업과 기관을 인증한 것을 시작으로 해마다 심사를 통해 가족친화인증기업을 늘려가고 있다. 현재까지 누적된 가족친화인증기업과 기관은 모두 956개로 원년 대비 70배 이상 늘었다. 특히 2013년과 2014년에는 각각 111개과 257개의 중소기업이 가족친화기업으로 인증받아 뜨거운 관심을 반영했다. 하지만 충북은 전국적인 열기에는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나타냈다. 현재까지 도내에서 가족친화인증을 받은 곳은 총 39곳으로 적지 않지만 절반 가까운 16곳이 충북도청과 청주시청 등 공공기관이다. 300인 이상의 사업장인 대기업 가운데는 원익머트리얼즈와 우진산전, 남양 등 3곳이고, 중소기업은 신화아이티 등 20곳이 전부다.
이런 이유로 지난 24일 선프라자 컨벤션센터에서는 각계 고용전문가와 유관기관 관계자, 일자리담당 공무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충북지역 일-가정 양립을 위한 가족친화제도 도입현황 및 필요성’이라는 주제로 충북고용전략개발포럼 제1차 세미나가 열렸다.
중소기업, 대체인력 확보 어려움 호소
참석자들은 가족친화인증기업의 확대에 대해 입을 모으며 지역적 특성을 기반으로 한 지역모델 개발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특히 대체인력 플랫폼 개발, 지역맞춤형 프로그램 개발, 인센티브 확충방안 등이 거론됐다.
주제발표한 이혜경 충북여성발전센터 연구원은 “가족친화제도를 활성화시키고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충북의 인구·산업·고용 특성을 기반으로 한 지역모델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주엽 충북대 교수는 “효율적인 실행을 위해서는 제도를 도입한 주체의 가족친화적인 조직 문화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경희 충북여성새로일하기지원본부 부장은 “가족친화인증은 기업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만들고, 기업홍보에도 도움이 된다. 인증기업의 사후관리 및 가족친화경영 사례 등을 공유, 홍보함으로써 제도의 확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업의 애로사항도 나왔다. 노동영 ㈜동화 부사장은 “중소기업의 경우 육아문제와 출산휴가 시 대체인력 투입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애로사항 해결을 위한 지원과 함께 실질적으로 직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 위해 머리 맞댄다
청주상의, 고용정책 제안 위해 충북고용전략개발포럼 운영
충북고용전략개발포럼은 청주상공회의소가 운영하는 고용정책 개발기구다. 고용노동부와 충북도의 지원을 받아 고용문제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지역 실정에 맞는 고용정책을 발굴하고 제시함으로써 지역의 고용역량을 강화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고용현안에 대한 심도 넘치는 조사·연구와 정책 발굴을 위해 각계의 전문가들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다. 이번 세미나가 그 시작이다.
2015년 충북의 고용정책 아젠다는 고용률 72% 달성을 위한 고용지원 시스템의 패러다임 변화, 충북 여건에 맞는 지역맞춤형 시간 선택제 좋은 일자리정책 개발, 지속가능한 취약계층 일자리창출 정책 개발 등에 초점을 맞췄다. 이와 함께 일·가정 양립, 신중년 일자리창출, 도시규모별 고용정책 등 3개의 연구과제를 선정해 진행하고 있다.
노영수 회장은 “충북고용전략개발포럼과 충북지역인적자원개발위원회가 협업해 고용정책에 대한 제언과 실행을 통해 상호 보완하는 시스템이 구축돼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라며 “지역 여건에 맞는 고용정책을 적시에 발굴하고 충북도의 고용역량을 제고하는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충북고용전략개발포럼은 학계와 노사단체, 시민단체, 유관기관 등으로부터 25명의 고용전문가를 운영위원으로 뽑고, 유지철 한국교통대 교수가 운영위원장을 맡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