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우 교육감 취임 1주년 평가
“권위주의 줄이고 교육청 문턱 낮췄다”긍정적인 평가
업무경감 변화 없고, 0교시 폐지 기대만큼 성과 못 내
충북은 진보교육감 시대 1년을 보냈다. 김병우 교육감 취임 1년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보수진영에서는 “변화의 세기가 이정도면 괜찮다”인 반면 진보진영에서는 “속도를 더 내야 했다”라며 아쉬움을 표한다. 김 교육감을 보는 눈높이가 다르게 설정돼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현직 교육감 신분으로 선거법 위반 혐의에 묶여 재판에 23번이나 불려나간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그야말로 재판에 매몰된 한 해를 보냈다. 그러다보니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는 작동되지 못했다.
흐지부지 끝난 ‘0교시 폐지’
김병우 교육감이 제일 먼저 정책으로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0교시 폐지’였다. 취임 후 처음으로 사인한 정책이 ‘0교시 폐지’였다. 결과적으로 ‘0교시 폐지’가 일부 학부모들과 학교장들의 반대에 부딪혀 ‘학교 자율’로 돌아가면서 흐지부지해졌다. 실제 고등학교의 경우 원칙대로 ‘0교시 폐지’를 한 경우는 거의 없다. 청주권내에서는 금천고만이 0교시 폐지를 정확하게 지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선학교에선 0교시가 폐지된다고 하더라도 정규과목이 끝난 후 9교시가 생겼다. 김병우 교육감은 취임 이후 곧 재판에 휘말리면서 첫 정책이었던 ‘0교시 폐지’정책을 꼼꼼히 챙기지 못하게 됐다. 이후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0교시 폐지’를 강력하게 추진하면서 사실상 선점했던 이슈를 뺏기게 됐다. 이를 두고 교육계 인사들은 “교육감이 갑자기 그런 상황에 놓였다면 교육장이라도 나서서 챙기면 될 문제였다. 우왕좌왕한 부분이 있었다. 준비한 게 많았는데 제대로 기량을 펼치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김병우 교육감이 취임 1년간 교육청 문턱을 낮추고 권위주의를 내려놓은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의회와의 관계에서도 집행기관이 의회를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등 소통의 문제를 잘 풀어갔다는 것.
반면 김 교육감의 후보시절부터 추진됐던 정책이 연속성 있게 추진되지 못하는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당선이 되면서 인수위원회로 그리고 TF팀으로 이어졌지만 결국 기간이 지나 TF팀이 철수하면서 학교현장의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한 교육계인사는 “심리적인 압박감이 컸을 것이다. 과도하고 무리한 수사로 재판정에 23번이나 출석했다. 안정감을 갖지 못한 채 1년을 보낸 건 도민들과 학생들의 입장에선 엄청난 손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0교시 폐지’또한 준비가 세밀하지 못했다. 학교현장을 기반으로 분석하고 대안을 만들어내야 하는 데 그런 부분이 아쉽다”라고 덧붙였다.
7월 1일자로 소통담당관으로 인수위원회에서 활동했던 김예식 씨가 선임됐다. 일각에서는 소통담당관이 어떠한 역할을 펼치느냐에 따라 분위기 전환을 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교육계 인사는 “소통을 강조하는 교육감이니 만큼 앞으로 교육계 현안들을 지역사회와 함께 풀어가는 지혜를 보여줘야 한다. 올 하반기가 앞으로의 남은 임기의 성공여부를 좌우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하반기부터는 다양한 교육주체들이 벌이는 포럼을 통해 충북교육의 현실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할 계획이다.
-------------------------------------------------------------------------------------------------
“김병우 교육감 잘하고 있다”절반이상 답변
충북교육발전소·충북새로운학교네트워크 설문조사
충북교육발전소와 충북새로운학교네트워크는 김병우 교육감 취임 1년을 맞이해 교육가족을 대상으로 한 설문을 진행했다. 교직원과 학부모 1145명이 설문에 답했다. 객관식 질문은 △김병우 교육감 취임 이후 변화 △ 1년간 가장 잘한 점은 무엇인가 △ 1년간 부족한 점은 무엇인가 △ 김병우 교육감 공약 중 가장 기대했던 부분 △ 1년을 총체적 점수로 환산한다면 △ 앞으로 충북교육발전을 위해 해결 과제는 무엇인가였다.
김병우 교육감은 진보교육감 타이틀을 단 채 지난 1년을 보냈다. ‘변화’의 세기에 대해 ‘바람직한 방향으로 일정부분 변하고 있다’(572명 49.1%)는 답변이 가장 많이 나왔다. 그 다음 ‘바람직한 방향으로 많은 변화가 있다’(331명 28.4%)라는 응답이다. 반면 ‘실제적인 변화를 느끼지 못했다는 답변’은 234명 20.1%, ‘이전보다 많이 나빠졌다’는 답변은 9명으로 0.8%에 그쳤다.
김병우 교육감 취임 이후 의전 간소화 및 권위주의 타파, 0교시 폐지, 연합고사 폐지, 일제고사 폐지 등을 통해 경쟁교육을 완화한 것에 대해 539명 46.1%가 잘했다고 박수를 보냈다. 뒤이어 행복씨앗학교, 행복씨앗학교를 통해 새로운 교육모델 제시(371명 31.7%), 학교비정규직 및 다양한 교육주체와의 소통(278명 23.8%)은 잘된 점으로 꼽았다.
취임 1년간 부족했던 점으론 불필요한 공문축소, 업무 간소화를 통한 교실의 수업집중 지원(561명 48.2%)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 찜통교실 해소 같은 학생복지 강화부족(375명, 32.2%)이나 학교비정규직 및 시민단체를 비롯한 다양한 교육주체와의 소통문제(276명 23.7%)를 지적하기도 했다.
김병우 교육감의 공약 중 가장 기대하는 부분으론 참여, 소통, 협력의 교육공동체 실현(762명, 65.2%)이며 0교시와 연합고시 폐지 등 충북형 혁신학교 추진(435명 37.2%), 불필요한 경쟁완화(426명 36.5%) 순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임기동안 시급한 과제로는 업무 간소화 등 학교업무 경감대책 마련(499명 42.6%), 행복씨앗학교의 성공모델 제시(325명 27.8%),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정책(292명 24.9%), 다양한 교육 주체들과의 소통(267명 22.8%)순으로 답했다.
김병우 교육감 취임 1년에 대한 총체적인 평가는 ‘잘하고 있다’는 답변이 443명 38%, ‘보통이다’가 287명 23.8%로 나와 절반 이상의 호응을 얻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