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암세평/ 선지현 비정규없는충북만들기운동본부 집행위원

▲ 선지현 비정규없는충북만들기운동본부 집행위원

메르스로 온 나라가 난리다. 정부의 늦장대응, 무능한 대처와 동시에 메르스 감염의 2차 진원지로 지목된 삼성서울병원의 문제도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여기에서 누구도 주목하지 않은 비정규노동자들의 삶이 보인다. ‘세계일류’, ‘명품병원’이라는 삼성서울병원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2,944명은 메르스 감염관리대상에서 제외됐고, 증세가 있었음에도 9일 넘게 일을 해야만 했다. 비정규직들에게는 메르스에 대한 두려움보다 언제 짤릴지 모르는 노동현실이 더 두려운 게다.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생명과 안전까지도 차별받는 세상, 이것이 바로 한국사회의 현주소다.

하지만 이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현대차 사내하청노동자들은 불법파견에 맞서 10년을 넘게 싸워 ‘정규직화’이행 판결을 받고도 현장에 돌아가지 못했다.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비정규노동자들은 헌법에 보장된 노조 할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노조탈퇴 협박과 탄압에 시달리고 있다. 전체 비정규노동자들의 3%정도만이 노조를 만드는 데 그조차도 사회적으로 인정되지 못하는 현실이다. 비정규노동자들의 대다수는 최저임금을 적용받는다. 850만에 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이런 현실이 벌써 15년째다.

노동자들은 지난 15년간 비정규직 차별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고, 국민들은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분노해왔다. 그럼에도 그 분노는 순간의 연기처럼 사라지고 사회적 양극화와 비정규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 동력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한국사회는 ‘야만의 자본주의’로 질주하고 있고, 노동자들은 그 속에서 절망의 사회를 힘겹게 살아내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절망만 하고 있지 않다. 지난 3월 18일 공식 출범한 ‘장그래 살리기 운동본부(이하 장그래운동본부)’는 ‘야만의 자본주의’로 질주하는 한국 사회를 바꾸고자 하는 사회적 각성의 표현이다. 장그래운동본부는 6월부터 ‘최저임금 1만원, 장그래를 정규직으로’라는 주제로 장그래 대행진을 진행하고 있다. 이 속에서 정부의 기만적인 비정규대책의 문제를 사회적으로 공론화하고 더 많은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노동시장 구조개악에 맞선 노동자의 연대와 단결을 호소하고 있다. 더 이상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 비정규직만의 문제로 전락하지 않도록 사회적 힘을 모아내자는 것. 이것이 장그래운동본부가 출범한 이유다.

충북에서도 노동·시민·정치사회단체들이 함께 참여하는 비정규직 없는 충북만들기 운동본부(이하 충북운동본부)가6월 23일부터 26일까지 4일간에 걸쳐 청주지역을 비롯한 충주, 제천 등 충북 주요도시에서 ‘2015차별철폐 대행진’을 벌인다. ‘2015차별철폐 대행진’은 최저임금 1만원, 노조할 권리, 노동시장 구조개악 저지‘가 주요 요구다.이를 통해 노동자들의 단결과 연대를, 시민들과 사회적 연대를 만들기 위한 계기를 만들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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