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균검사 외 체계적인 물관리 안돼···탄산농도 등 연구·관리 전무
‘초정르네상스사업’ 종합계획 없이 행궁건립만···물에는 무관심

▲ 세계 3대 광천수의 하나인 초정광천수. 초정지역 개발 이전에 물관리부터 해야 한다.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 초정리에는 초정약수가 있다. 세계3대 광천수라는 명예와 훈민정음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역사적인 발자취가 남아있는 곳이다. 청주시의 소중한 관광문화 자산 역할을 하고 있다.
 

청주시는 초정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해 해마다 ‘세종대왕과 초정약수축제’를 열고, 청주·청원통합 전 청원군은 이 곳에 초정문화공원을 건립했다. 그리고 충북도와 청주시는 현재 국·도·시비를 합친 대규모 ‘초정 르네상스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향후 몇 년 사이에 초정리에 큰 개발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초정광천수, 즉 물이다. 관광활성화도 좋지만 그 이전에 물을 살리고 보전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게 여러 사람들 말이다. 세종대왕이 이 곳에 행차한 것도 초정광천수가 있기 때문이고, 초정리가 관광지로 이름난 것도 광천수 덕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동안 청원군은 축제, 충북도·청주시는 사업 추진을 우선시 해왔다.

 
지난 12일 찾아간 초정리. 한 가운데에는 널찍한 초정문화공원이 자리잡고 있다. 이 공원내에는 놀이마당·관람스탠드·세족장·약초원·세종정 등이 있다. 당시 청원군에서 설치한 시설물과 ‘세종대왕 100리’ 사업팀에서 설치한 시설물들이 혼재돼 있다. 거기에 천연탄산수·맥콜 등을 생산하는 (주)일화도 홍보판을 내걸어 복잡해 보였다. 내용은 초정광천수의 효능과 세종대왕·한글에 얽힌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 초정문화공원에 붙여놓은 수질검사 성적서. 일반 약수터에서 볼 수 있는 것으로 체계적인 관리가 안되고 있다.

아쉬운 것은 물에 대한 수질·수량 자료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초정광천수의 톡쏘는 성분이 줄어들고, 이렇게 퍼 쓰다가 언제 고갈될지 모른다고 걱정하는 소리가 높다. 공원내와 원탕 주변 두 곳 등에 수질검사 성적서가 걸려있을 뿐이었다. 청주시 청원구청에서 조사하는 검사서에는 일반세균·대장균·암모니아성 질소·과망간산칼륨소비량 등에 대해 나온다. 세 군데의 성적서에는 ‘적합’으로 표시돼 있다.

하지만 톡쏘는 성분인 탄산 농도에 대한 내용은 전혀 없었다. 또 ‘다음 검사 예정시기’인 5월이 지났음에도 3월25일 결과가 걸려있어 관리가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초정광천수의 탄산농도와 수량을 전문적으로 꾸준히 연구·관리하고 있는 곳은 없다. 조성렬 충북보건환경연구원 박사가 한동안 수질 연구를 했으나 지금은 다른 부서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초정광천수는 고탄산, 저 PH에 미네랄 밸런스가 양호한 물이다. 미네랄 밸런스가 양호하다는 것은 칼슘·마그네슘·규소가 골고루 들어있다는 것이다. 초정광천수는 철 성분이 적다는 게 가장 장점이다. 마셨을 때 위장장애가 적고, 피부질환에 좋다. 다른 약수보다 여러 면에서 맛있고 건강한 물이다”고 말했다.

조 박사는 “톡쏘는 성분인 탄산가스는 화산활동 할 때 생긴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바위 틈새를 타고 지표로 나오면서 지하수에 녹아든 것으로 관측된다. 개인적인 관심이 있어서 98년, 2003년, 2009년 초정광천수의 탄산 농도를 측정했다. 98년에는 평균 500ppm으로 뚝 떨어졌다가 2003년에 1250ppm, 2009년에 1150ppm 정도로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도 이 연구를 하지 않아 탄산 농도 변화를 알 수 없다. 이것이 문제라는 게 많은 사람들 말이다.
 

▲ '세종대왕 100리길' 사업의 일환으로 설치한 '초정 이야기'.

“약수에 관리번호 부여하고 관리하라”
 

또 수량에 관한 통계도 없다. 청주시는 올해 들어서야 지하수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2015~2017년에 지하수관리시스템구축 3개년 계획을 실시한다. 한국농어촌공사에 13억원을 들여 용역을 발주했고, 이 곳에서 지하수 전수조사에 나섰다. 초정광천수가 있는 청원구를 먼저 시작했다. 모두 마치면 청주시 지하수 현황과 수량에 대한 통계가 나올 것이다. 그동안은 이런 통계가 없어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현재 ‘초정 르네상스사업’을 추진 중인 충북도·청주시는 행궁 건립에 착수했다. 이 연구용역을 했던 청주문화재단은 당초 행궁재연, 르네상스관 건립, 치유의 숲 조성 등을 사업으로 제안했으나 행궁재연 외에는 불투명한 상태다. 청주시 관계자는 “2018년까지 국·도·시비 120억원을 들여 행궁을 건립할 예정이다. 그리고 나머지 사업은 주민들과 협의해 정할 것”이라며 “마스터플랜은 없다”고 말했다. 이 사업 전체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마스터플랜 없이 먼저 행궁건립에 나선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점. 게다가 여기서도 광천수를 보전하는 사업 프로그램은 아직까지 내놓은 게 없다.

조성렬 박사는 “약수에 관리번호를 부여하는 등 체계적인 물관리가 필요하다. 지하수 사용량을 알아야 사용을 자제시키며 물을 보전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주변을 청결하게 하고 농경지에 과한 농약사용도 자제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 곳의 물을 무분별하게 쓰지 못하도록 통합관리시스템을 마련하고, 주민들 스스로 마을의 자산을 지키기 위해 행정기관과 기업들에게 요구해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지자체에는 관리시스템을, 초정광천수를 사용하는 기업에는 지역 기여를 요구하라는 것이다.
 

물관리 위해 ‘초정광천수협의체’ 필요
“지자체·주민·협회가 모여 조례제정·천연기념물 등재 등 논의하자”

정기적으로 모여 초정광천수에 대해 논의하는 협의체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현재 초정광천수에 관심있는 사람들의 모임으로는 초정광천수협회가 있다. 회장은 나기정 전 청주시장. 고향이 내수읍인 나 회장은 오래전부터 초정에 관심이 많았다. 이 협회에는 교수, 연구원, 시의원, 주민 등이 들어가 있다.

박구원 청주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초정광천수수질관리협의회’를 3년 동안 운영한 뒤 2013년 사단법인 ‘초청광천수협회’를 발족했다. 현재 회원은 16명으로 모두 민간인이다. 그동안 초정광천수 천연기념물 등재와 초정광천수보존 및 이용관리조례를 제정하기 위해 뛰었으나 둘 다 결실을 맺지 못했다. 천연기념물 등재는 초정지역 개발과 부딪치면서 어려워졌고, 조례는 청주·청원통합 전 청원군에서 검토했으나 잘 안됐다. 이후 통합이 돼 지금은 청주시로 공이 넘어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자체, 지역주민, 초정광천수협회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만드는 게 급선무다. 여기서 조례 제정을 논의하고 나아가 천연기념물 등재까지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일 초정의 광‘초정르네상스사업’ 종합계획 없이 행궁건립만···물에는 무관심
천수를 보전하지 못하고 잔뜩 개발만 한다면 청주 수암골처럼 이상한 방향으로 변하고 말 것이라는 게 박 교수 말이다. 핵심은 빠지고 개발만 이뤄져 주객이 전도되고 말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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