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문화재관람료 8~9억원 수입, 미륵대불 개불불사 7억원 소요 논란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사찰 문화재관람료가 도마위에 올랐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유기홍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사찰 문화재관람료 사용처 공개’를 요구했다. 당시 문화재청 국감에서 유 의원은 “관람료를 받는 국보급 문화재만 28개 이고, 이 가운데 12개가 종합점검에서 D·E 등급을 받았다. 관리 단체(대부분 사찰)들은 자체 징수한 막대한 문화재관람료를 문화재 유지·보수에 사용한다고 밝히면서도 문화재 보존상태는 엉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해 민간관리단체에서 380억원에 달하는 문화재관람료 수입을 올렸는데 일부라도 문화재 관리보수로 전환시킬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문화재청에서 2013년 실시한 ‘국가지정(등록)문화재 특별 종합점검’ 결과 보고서에서 법주사가 관리하고 있는 문화재 실태를 살펴봤다. 점검대상이 된 국보·보물·도지정 유형문화재 20개 가운데 11개가 A,B등급으로 양호했지만 나머지 9개는 C등급 5개, E등급 4개로 나타났다. 특히 E등급은 보수가 시급한 ‘낙제점’이라 할 수 있다. 보물급인 사천왕 석등은 받침석 보강과 화사석 균열로 인한 보존처리가 필요해 E등급을 받았다. 이에따라 올해 국도비 예산 2천만원을 들여 보존처리를 마쳤다. 보물급 문화재 상태가 E등급으로 악화됐음에도 관리주체인 법주사는 2천만원이 없어 자체보수를 하지 못한 것일까?
문화재안내판까지 보조금 지원받아
충북도 자료에 따르면 법주사는 최근 3년간 32억원에 달하는 문화재 보수예산을 지원받았다.(2013년 19억8천만원/2014년 2억9천만원/2015년 9억1천만원) 이 가운데 30%인 10억여원은 도비와 군비에서 충당됐다. 법주사 사찰 전체가 사적으로 지정되다 보니 2013년 법주사 전기설비정비 명목으로 7억2천만원이 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재 안내판 정비예산으로 1억2천여만원이 집행됐다. 사찰 문화재관람료로 한해 8~9억여원(추정)을 거둬들이고 있지만 정작 문화재 안내판까지 예산지원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법주사 종무소 관계자는 “해마다 예산안에 문화재 관리보수비를 책정하고 있다. 종단에 보고하고 있으며 종단에서 공개하지 않는 한 우리도 곤란하다”며 예산내역 공개를 거부했다. 조계종 종단 역시 지난해 유기홍 의원의 국감 자료공개 요청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세의무가 없다보니 종교 재산도 수입도 지출도 모두 ‘깜깜이’인 셈이다.
법주사의 문화재 관리보존 의식도 다른 사찰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으로 분석됐다. 법주사 유물전시관의 경우 문화재청 점검결과 C등급으로 평가됐다. 애초 항온항습이 뛰어난 미륵대불 지하시설에 전시장을 마련했다가 2009년 3천불 봉안용 법당으로 변경했다. 당시 문화재청 점검결과에 “별도의 시설관리인을 두지 않고 사찰측 관리인이 건축물 외부만 순찰하는 정도로 관리하고 있음”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시기에 점검받은 중원고구려비전시관은 A등급, 구인사 유물전시관은 B등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와중에 최근 법주사가 미륵대불 개금불사 대법회 홍보도 논란이 되고 있다. 사찰 문화재관람료 폐지 요구를 거부해 도내 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 7억원을 들인 미륵대불 개금불사를 외부 홍보한 것. 이에대해 법주사 상가지역 일부에서는 “속리산 관광 활성화를 위해 법주사의 개금불사도 좋지만 사찰 문화재관람료 폐지가 더 시급하다. 십수년째 요구하고 있지만 아무런 진척이 없었다. 실제 법주사 관람객보다 등산객이 많은 편인데 이들이 상주쪽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결국 법주사만 살고 우리 상인들은 고사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계종은 문화재관람료가 시비대상이 되자 몇년전부터 ‘문화재구역 입장료’로 이름을 바꿨다. 과거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와 문화재관람료 징수만 고수했던 입장과도 모순되는 처사다. 더구나 사찰 문화재관람료는 정부나 지자체가 징수는 물론 관람료 액수나 인상에 대해서도 전혀 관여할 수 없는 실정이다. 사찰들의 사적 재산권을 전제한다지만 문화재관람료 징수와 관련해 독점적 권한을 가지는 것은 법률적으로 ‘포괄위임 금지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실상 특정 종교단체에 막대한 금전적 지원을 한다는 점에서 위헌적 소지도 거론되고 있다.

문화재관람료, 위헌 가능성 제기돼
문화재 관람료 징수와 관련해 지금까지 설악산 신흥사, 지리산 천은사, 소요산 자재암(경기 동두천) 등이 등산객 등 시민들로부터 피소를 당했으나 세 차례 모두 사찰측이 승소했다. 이는 문화재 보호법 제49조 ‘국가지정 문화재의 소유자 또는 보유자는 그 문화재를 공개하는 경우 관람자로부터 관람료를 징수할 수 있다’만을 근거로 법리적 판단을 한 것이다.
따라서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여부를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06년 문화연대가 문화재 관람료 징수와 관련해 헌법소원을 낸 적이 있으나, 이는 국립공원 입장료와의 통합 징수에 따른 것이었다. 서울대학교 대학원 임락균씨는 ‘문화재 관람료 관련 갈등에 대한 법적 검토’ 논문에서 문화재보호법 제49조의 위헌 가능성을 제기했다. 앞서 제기한 ‘포괄위임 금지원칙’ 이외에 ‘법률 유보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법률유보원칙은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사항은 반드시 국회의 의결을 거친 법률로써 규정하여야 한다는 법리를 말한다.
임씨는 논문에서 ‘문화재관람료의 금액과 징수절차 및 그 사용에 관한 사항은 문화재관람료의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항이다’며 ‘따라서 이는 입법자인 국회가 스스로 정하여 함에도 불구하고 문화재 소유자가 관련 사항을 결정하도록 맡기도 있다’고 밝혔다. 최근 법주사는 속리산 관광 활성화 대책을 놓고 사사건건 지역여론과 갈등을 빚고 있다. 주요사안에 대해서는 ‘종단 결정사항'으로 책임을 떠넘기기도 한다. 더이상 법주사의 동참 가능성이 없다면 헌법소원 심판청구라는 카드를 적극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도내 향교 문화재 종합점검 무더기 ‘낙제점’ 배경은?>
도 지정 유형문화재인 시·군 향교의 문화재 관리보존 상태가 엉망인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재청 종합점검 결과 도내 14곳 향교 가운데 9곳이 ‘낙제점'인 E·F등급을 받았다. 음성향교는 최악인 F등급이었고 영동향교만이 유일하게 A등급으로 평가됐다. 음성향교는 홍살문 하부 부식, 제기고 일부 기둥 부식 등이 지적됐다. 대부분 중심건물인 대성전과 명륜당의 상태가 부실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충북도를 통해 집행된 도내 향교 문화재 보수예산이 작년 10억원, 올해 20억원에 달했다. 특히 도지정 유형문화재는 도비 50%, 시군비 50%를 부담해 지자체 재정의 주름살이 되고 있다. 이에반해 각 향교는 국가로부터 받은 토지 등 재산을 통해 일정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자체적인 문화재 유지보수 예산없이 지자체 보조금에만 의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향교재단측은 “향교 재산 등을 관리하는 입장이지만 도내 18개 향교의 재산실태를 총액으로 산출한 자료는 없다. 청주향교는 아예 재단에 회계자료 등 제출을 거부해 정확한 집계가 어려운 실정이다. 다만 도내 향교의 절반 정도는 수입이 미미해 자체 행사에 급급한 실정이다. 사실상 문화재보수 예산을 세우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충북도 관계자는 “향교의 부속건물이나 시설이 많다보니 어디 한곳만 이상이 있어도 등급이 떨어지게 된다. 향교는 도심과 인접해 이용자가 많다보니 시설 노후도 빠른 편이다. 올해 전년보다 2배의 예산을 세워 문화재청이 지적한 사항을 대부분 보수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