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의료원‧충북대병원 청소노동자 '최저임금적용' 반발
노조 용역근로자보호지침따라 시간당 기본급 7000원 요구

▲ 지난 3일 청주의료원 청소노동자들은 집회를 열고 “정부가 발표한 용역근로자보호지침을 청주의료원이 지키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사진제공. 평등지부)

공공기관이 정부 지침을 어기고 임금을 적게 주고 있다며 청소 일을 하는 노동자들이 단체행동을 예고했다.

이에 따라 충북대병원은 10일부터 청소 노동자들의 파업이 시작되고 청주의료원도 협상 결과에 따라 조만간 단체행동에 나설 예정이다.

지난 2012년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고용노동부는 공동으로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이하 보호지침)을 발표했다. 정부는 추가로 올해 1월 세부 시행 매뉴얼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경우 원청 사용자가 입찰 예정가격을 산정할 시에 기본급을 최저임금이 아닌 ‘시중노임단가’로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시중노임단가’란 제조부문 보통 노동자의 평균 임금으로 중소기업중앙회(이하 중앙회)가 해마다 발표한다.

중앙회가 발표한 2014년 시중노임단가는 시간당 7915원이다. 정부의 보호지침이 적용되면 시중노임단가에 정부 입찰 최저낙찰률인 87.745%를 곱한 금액 6845원이 용역 노동자들의 시간당 임금이 된다.

2015년 시중노임단가는 8019원으로 같은 방식을 적용하면 용역노동자임금 7036원으로 최저임금 5580원보다1500원 가량 높다.

하지만 정부지침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에서 보호지침은 무용지물이다. 공공운수노조충북평등지부(지부장 이정순, 이하 평등지부)에 따르면 청주의료원에서 청소 일을 하는 노동자들의 시간당 임금은 5580원으로 최저임금과 동일하다.

충북대병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서보람 평등지부 조직국장은 “충북대병원 청소노동자들의 시급은 5710원으로 청주대학교 6315원 보다 낮다”고 밝혔다.

 

보호지침, “강제사항 아니다”

충북대병원과 청주의료원 청소 일을 하는 노동자는 현재 용역업체 소속이다. 평등지부는 이들 용역업체와 임금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평등지부가 요구하는 있는 금액은 시간당 7000원, 시중노임단가에 최저가낙찰률 87.745%를 곱한 금액이다.

평등지부의 임금 인상 요구에 용역업체는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용역업체가 난색을 표시하는 이유는 지급 여력. 업체 관계자는 “인건비가 최저임금으로 정해진 채 예정가가 나왔고 이보다 낮은 가격에 입찰을 따냈다”며 “원청이 용역비를 인상해주지 않으면 임금 인상을 해줄 여력이 없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정부의 보호지침과 상반되는 상황은 왜 발생했을까. 이에 대해 청주의료원 관계자는 “용역근로자 보호지침이 공공기관에 한해서 적용되는 것일 뿐 우리는 적용대상 기관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청주의료원이 공공의료기관인 것은 맞지만 강제적으로 적용되는 기관이 아니다. 도에서 승인해준 예산의 범위에서 입찰 예정가를 산정하다 보니 예정가를 최저임금에 맞출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용역업체의 주장대로 용역단가를 다시 올려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계약체결이 끝난 만큼 협상의 여지는 전혀 없다. 다만 내년 용역단가를 산정할 때 참고 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청주의료원이 도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재만 평등지부청주의료원 지회장은 “청소노동자 역시 병원노동자다. 주사바늘에 찔리고 각종 감염위험에 노출되지만 청결한 병원을 위해 묵묵히 일하고 있다.

하지만 비정규직 청소용역이라는 이유로 각종 차별과 설움을 겪어야만 한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김 지회장은 “청주의료원은 정부의 용역근로자 보호지침을 무시하고 시중노임단가가 아닌 최저임금만을 예정가격으로 산정하여 실제 용역업체에게는 최저임금의 낙찰률을 곱한 금액만을 청소노동자 인건비로 지급해왔다”고 청주의료원의 책임을 지적했다.

그는 “정부 지침을 준수해야 할 도덕적 책임이 있는 준 공공기관 조차 최저임금도 안 되는 인건비를 지급하는 것은 불합리한 일”이라며 “청주의료원이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례 공공운수노조의료연대본부민들레 분회장도 “최저임금을 받으며 살아 본 분들은 알 것이다. 그 돈으로 생활을 꾸려 나가기가 이만저만 힘든 것이 아니다”며 “하청노동자들은 임금인상을 요구할 때면 답답하기만 하다. 원청은 하청업체에 책임을 넘기고, 하청업체는 원청이 계약 단가를 높여 주지 않아 어쩔 수 없다고만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2012년 용역근로자 보호지침을 발표해 시중노임단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침은 지켜지지 않고 있고 청소노동자 인생은 여전히 최저인생이다. 최저임금이 여전히 우리의 최고임금이다”고 말했다.

정부가 발표한 보호지침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지면서 청소노동자들의 상실감만 커지고 있다.

 

서원대 청소노동자 시급 6700원으로 제일 높아

정부도 최저임금 인상 입장…노조는 단체 행동 예고

 

도내 공공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청소노동자들의 임금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서원대학교가 일찌감치 협상을 매듭지어 화제다.

평등지부에 따르면 서원대학교와 청소노동자들은 지난 5월 29일 2015년 임금 협상을 마무리했다. 양측이 합의한 금액은 시간당 6700원. 충북대병원과 청주의료원보다도 시간당 1000원 가량 높은 금액이다.

재계약 문제로 해마다 갈등을 겪었던 청주대학교 청소노동자와 용역업체도 임금협상을 시작했다. 서보람 평등지부 조직국장은 “지난 주 부터 협상을 시작했다. 노조는 민주노총의 최저임금 인상 요구금액을 교섭 안으로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2016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노동계와 경영계의 협상도 본격 시작됐다. 정부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4일 오후 제3차 전원회의를 열고 본격적으로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시작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노동계와 경영계, 공익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올해 최저임금위원회는 사회적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이유는 그동안 최저임금 인상에 난색을 표했던 정부가 입장을 바꿔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입장은 정부 고위 관계자와 여당 인사들의 말에서도 확인된다.

지난 3월 3일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최저임금을 빠른 속도로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하루 뒤인 3월 4일에는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최저임금 인상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여당 뿐만 아니라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도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주장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주장은 최저임금을 대폭 상승시켜 근로자 소득증대 및 이를 통한 소비확대를 꾀하자는 이른바 ‘소득주도 성장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

한편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현재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적기로 보고 투쟁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노총은 당장 협상이 결렬돼 10일부터 파업을 예고한 충북대병원과 협상이 진행중인 청주의료원 노동자들의 단체행동을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이어 최저임금 협상 막바지 시기에 맞춰 서울 상경투쟁등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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