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사람들/ 김동진 청주삼겹살 ‘함지락’ 대표

조성 4년째를 맞고 있는 청주의 대표음식 특화거리인 청주 삼겹살거리. 삼겹살거리 동쪽 입구인 서문 오거리에는 항시 무질서한 주차 차량들로 넘쳐난다. 다섯 갈래 길이 있어 그렇지 않아도 교통흐름이 번잡한 곳인데 삼겹살 거리 입구를 거의 막아버릴 듯 한 차량들 때문에 진입조차 순탄치 않다.

바로 옆에 청주시 시설관리공단에서 운영하는 공영주차장이 있기는 하지만 문제는 주차장 이외 지역에 아무렇게나 주차돼 있는 차량들이다. 도로 폭이 4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는 골목에 인도까지 점유해 양쪽으로 주차를 하니 입구에서부터 숨이 턱 막힐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삼겹살거리 입구에 있는 5미터 높이의 세로형 삼겹살거리 간판도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원래 이곳에는 아치 형태의 대형 간판이 들어설 계획이었지만 일부 건물주들의 반대로 겨우 구색만 맞추는 입간판이 설치됐을 뿐이다. 별 특색 없이 설치된 삼겹살거리 간판이라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데다 불법 주차 차량들에 가려져 사실상 유명무실한 알림판이 되고 말았다.

또한 좁은 골목에 일방통행이 아닌 양방향 통행을 시행하고 있으니 설상가상 복잡한 골목이 되고 말았다. 사람이 편하게 다녀야 할 길을 차들이 온통 빼앗아 버린 셈이어서 누구를 위한 삼겹살거리인지 의아할 정도다.

동쪽 입구에서 들어오다 보면 골목 양쪽에 촘촘히 주차돼 있는 차들로 역시 답답함을 지울 수 없다. 업소 입구에 주차된 차들로 삼겹살거리 동쪽은 겨우 차량 한 대의 통행이 가능할 정도다. 셔터문이 내려진 폐점 업소 앞에는 주차를 금지하는 폐타이어나 벽돌들이 쌓여 있고, 길가에는 ‘부로큰 윈도우’처럼 담배꽁초와 쓰레기들이 널려 있다.

일부 음식업소에서는 음식조리대를 도로변에 설치해 사람의 통행을 방해하는가 하면 위생상으로도 불결한 인상을 주고 있다. 간판도 제각각이어서 삼겹살 식당 이외 다른 업종의 업소들은 통일된 느낌을 전혀 주지 못하고 있다.

안으로 들어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비가림 시설이 설치된 골목에도 양쪽에 주차된 차량들 때문에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이곳은 당초 청주시가 삼겹살거리 조성 초기에 일방통행 골목으로 지정했지만 상인회 차원의 관리가 부실한 데다 일방통행을 강제할 규정이 없어 역시 양방향 골목으로 이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시공한 지 4년째 되는 도로바닥은 매연과 먼지로 거무튀튀하고 두터운 더께가 쌓여 있다.

삼겹살거리 북쪽 입구인 홈플러스 후문 쪽은 그래도 사정이 좋은 편이다. 지난 해 3차선이던 도로폭을 줄여 인도를 넓혀 놓은 데다 인도에 조경수를 심고 벤치를 설치해 그나마 사람들의 발길이 늘고 있다. 도심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사업이 추진되면서 어렵게 주민들을 설득해 인도확장사업을 마친 결과이다. 일방통행에 넓은 인도가 관건이다.

서문시장에서는 그동안 건물주와 업소 주인들을 대상으로 두 차례에 걸쳐 차량 일방통행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다. 차량 일방통행과 함께 인도를 넓히며, 업소주인들의 차량을 업소 앞에 주차하지 않고, 음식조리대를 영업장소 안으로 이전하는 등의 내용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하지만 결국 당장의 이익에 매몰된 몇 사람의 반대에 부딪쳐 무산되고 말았다.

이런 골목에 지금까지 투입된 예산이 10억 원 정도에 이르고 올해에는 주차장 건립사업비와 고객지원센터 건립비, 골목형 시장 사업비 등 모두 50억 원 이상의 사업비가 투입될 예정이다. 주차장이 들어서면 주차난은 해결될 수 있지만 서문시장 상인들의 각오가 바뀌지 않으면 한강투석이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 수도 있다.

시장에 막대한 자금의 정부 보조금과 지방재정이 투입되기 전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 하나 있다. 사업을 따오고 예산을 따오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투입되는 예산에 걸맞는 효과를 보려면 먼저 상인들에게 일정 부분 희생을 강요해야 한다. 시장 전문가들이 참여해 지원의 전제조건을 제시해야 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실행하지 말아야 한다. 예를 들어, 서문시장의 경우 일방통행이나 야간 차량 통행금지 또는 인도 확장 같은 전제조건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혀야 한다. 다른 시장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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