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택시회사, 임금없는 사실상 도급…청주시는 “노동부 책임”
부가세환급금도 미지급 … 연료비도 기사가 부담 ‘탈세 의혹’

▲ 택시기사들은 도급 택시가 여전히 많다고 말한다. 반면 청주시는 도급택시가 사라졌다고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청주의 한 택시회사가 직원들에게 임금을 주지 않는 도급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계 없다

청주시 관내 소속 A 택시회사가 임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는 사실상 도급 기사를 고용한 정황이 포착 됐다. A 회사에서 일하는 택시 기사들은 임금을 받지 않은 채 도급료에 해당하는 8만여원의 금액을 회사에 납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불법 도급택시를 관리해야 할 청주시 소속 공무원은 “임금관계는 노동부가 단속 할 문제”라며 책임을 미뤘다.

19일 오전 8시, 이날도 청주시청 정문 앞에는 청주 관내 택시 노동자 5명이 피켓을 들고 나타났다. 이들은 민주노총 소속 전국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지부장 이삼형, 이하 택시지부) 조합원들이다.

택시지부 조합원들은 도급택시 단속과 전액관리제를 요구하며 1년 넘게 시청 정문 앞에서 출근길 피켓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택시지부가 도급택시 근절을 요구하며 투쟁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12년. 당시 택시기사 자격이 없는 10대 고교생이 몰던 택시에 의해 교통사망사고가 발생한 것을 계기로 택시지부의 요구는 지역의 공감대를 얻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2013년 전 한범덕 시장은 도급택시 근절 입장을 밝히고 청주시의회는 도급택시 신고 포상 조례를 제정 했다.

청주시는 이와 함께 관내 21개 회사에 대한 특별 점검을 진행하고 21개 회사 모두 도급택시를 운영한 사실도 밝혀냈다. 이어 청주시는 적발된 21개 회사에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런 청주시의 조치에 대해 택시 기사들은 전국에서 가장 엄격한 법집행이라는 호평을 내리기도 했다.

 

사라지지 않는 도급택시

2013년 당시 청주시의 도급택시 사례는 모범사례로 알려지며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모범사례로 알려진 청주시의 택시정책은 오래가지 못했다.

택시지부 관계자는 “반짝 단속에 불과했다. 2차 과태료 처분을 요구했지만 한번 만으로 모든 것이 중단됐다. 시장이 바뀌고 나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렇게 청주시가 도급 택시 단속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가운데 A택시회사가 사실상 도급으로 기사를 고용한 정황이 드러났다.

A회사를 취재한 결과 이 회사에 재직하고 있는 택시 기사들은 한 번도 급여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급여를 받는 대신 하루 8만2000원이나 8만5000원 정도 도급료를 내고 나머지 차액을 수익으로 가져간다고 했다. 이들 기사들은 운행에 필요한 LPG 구입비용도 모두 기사들이 부담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행위는 현행 법률에 저촉되는 금지된 불법행위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서는 택시기사는 벌어들인 운송수익금 전액을 회사에 납부해야 한다. 또 회사는 운행에 필요한 연료 구입등 제반 비용을 운전자가 부담하게 해서도 안된다.

A 회사는 택시기사에게 현금으로 전액 돌려주게 돼 있는 ‘부가가치세 감면금액’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가가치세 감면제도는 정부가 운수종자의 처우 개선과 복지향상을 위해 걷어 들인 부가세의 95%를 되돌려 주는 제도다.

국세청은 회사를 통해 금액을 환수해 주고 회사는 이중 90%를 택시기사에게 현금으로 주게 돼 있다.

A회사 택시기사들은 “최근 회사가 5년 동안의 부가가치세 환급금액이라며 최대 400만원까지 입금했다”며 통장 사본을 공개했다.

A 회사에 재직하는 택시기사 B씨는 “그동안 한 번도 주지 않다가 문제가 될 것 같으니까 이번에 돌려준 것”이라며 “이 금액조차도 받아야 할 금액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무서엔 월급 준 것 처럼 신고

A 회사의 탈세 의혹도 불거졌다. 이 회사 직원 D씨가 국세청으로부터 발급한 소득증명 서류에는 연간 800만원 정도 급여를 받은 것으로 돼 있다.

D씨는 “회사에 재직한 지가 10년이 넘었지만 회사로부터 급여를 받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서류를 떼어보니 급여를 준 것으로 되어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세무사 E씨는 “급여를 주지 않고 급여를 준 것처럼 신고하면 비용이 증가해 법인세를 감면 받을수 있다”며 탈세 의혹을 제기했다.

반면 A사 관계자는 택시기사들의 주장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A사 관계자는 “세상이 투명해져 다 공개가 되는데 월급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 가능하겠냐”고 반문하며 “월급도 주고 가스비용도 다 회사가 부담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주시는 점검 결과 큰 문제는 없었다고 밝혔다. 청주시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임금 지급 유무는 노사 합의가 있을 경우 가능한 사항으로 이는 노동부가 단속할 문제”라며 책임을 떠넘겼다. 도급유무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모든 사업장을 1년에 두 차례 점검한다.

이때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도급택시는 없다는 쪽으로 청주시의 입장이 선회되는 가운데 1년이 넘은 택시노동자들의 시청 앞 피켓시위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법은 전액관리제, 현실은 도급택시… ‘왜!’

회사는 사납금 선호…노‧노 갈등에 살인사건으로 비화되기도

운송수익금 전액관리제는 택시기사가 운송으로 벌어들인 수입을 전액 회사에 납부하는 제도다. 대신 회사는 최저임금 이상의 기본 급여를 보장한다.

일정한 성과에 따라 성과급도 지급된다. 반면 ‘사납금제도’는 일일 운송수입과 관계없이 회사에 일정한 액수를 납부하는 제도다. 물론 고정급여도 없다.

지난 2002년에는 회사와 노조가 짜고 사납금을 인상했다며 청주 한 택시회사 기사가 노조 위원장을 살해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사납금제 철폐를 요구하며 분신한 택시노동자만 지금까지 수십여명에 이른다.

이러한 사납금제도는 도급택시의 변형된 제도다. 현행 여객자동차운송사업법에서는 명의이용금지 조항으로 도급택시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2012년 국토해양부는 지난 7월 17일 ‘도급택시 근절을 위한 점검계획’을 발표하며 도급택시형태를 규정했다. 당시 국토부는 ‘탈세, 범죄악용등 사회적 문제의 소지가 있는 불법도급택시의 근절을 위한 집중단속했다.

국토부는 도급택시의 ‘일반적 형태’로 “‘사업자와 도급운전자 간 구두계약 등 형식적 근로계약을 하고, 일상적 차고지 밖 교대 등 부실한 운전자·차량관리, 운행경비 및 4대 보험을 사실상 운전자가 부담하는 형태로 운영’”이라고 명시했다.

‘변형된 형태’로는 “‘단속을 피할 목적으로 회사와 운전자가 형식적인 근로계약을 체결한 후, 임금은 지급하지 않으면서 소정의 급여를 지급하는 것처럼 근로계약서를 만들어 4대보험에 가입하는 형태 등’”이라고 명시했다.

즉, ‘정상적인 근로계약을 체결한 운전자에 비해 낮은 사납금을 책정하고 낮은 임금으로 주는 행위, 주유비등 운행경비 일체를 운전자가 부담하게 하는 행위, 임금을 주더라도 최저임금에 현저히 미달하여 지급하는 행위, 차량의 입출고를 확인할 수 없고 배차 등의 차량관리, 운전자 교육이 실행되지 않는 것’ 등이 도급택시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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