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사람들/ 김동진 청주삼겹살 ‘함지락’ 대표

청주 북부시장 상인회에는 감사가 4명이다. 부회장도 4명이고, 총무도 4명이다. 이사들은 23명이나 된다. 시장 내 입점 업소 170곳 가운데 노점 2곳을 빼고 모두 상인회에 가입돼 있다. 보통 가입률이 50~70% 안팎인 여타 상인회와 확연히 다르다.

대체로 전통시장 상인회의 이사진이 10명 안팎인데 비해 북부시장 상인회에 이사가 많은 이유가 재밌다. 상인회를 위해 조금이라도 봉사하겠다는 회원은 이사 인원수에 상관없이 본인이 원하면 이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감사가 4명이나 되는 이유도 감사를 자청한 회원이 4명이기 때문이다.

상인회의 심의의결기구인 이사회 회의에는 전체 23명 가운데 보통 17~18명이 참석하는데 이 정도의 참석률은 전통시장에서 정말 보기 드문 현상이다. 이사회 소요 경비는 상인회비 대신 이사들의 갹출금으로 마련한다. 이사회 결정 사항은 자체 방송을 통해 알리거나 2개월에 한 번씩 발간되는 소식지를 통해 상세히 알려준다. 또한 집행부는 시장 내 행사에 대해 매번 행사 종료 후 3일 이내에 전 회원들을 대상으로 결산보고를 한다.

이런 자발적이고 민주적인 운영체계를 갖춘 북부시장 상인회의 중심에는 박동휘(63)회장이 있다. 서울보증보험 임원 출신의 박 회장은 북부시장 상인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사람이다. 실제 박 회장과 500여 m에 이르는 북부시장 골목골목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들으며 함께 다니는 동안 상인들은 하나같이 먼저 ‘회장님’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이해타산이 심한 전통시장에서 상인회장이 전폭적인 존경을 받는 경우는 여간 드문 일이 아니다.

신용보증회사에서 잔뼈가 굵은 박 회장은 어떻게 일을 추진해야 하는지 맥을 아는 사람이다. 상인회를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운영함으로써 회원들로부터 신뢰를 쌓은 것은 물론 회원들의 참여를 적극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33억5천여 만 원을 들여 설치한 아케이드 공사에 이어 올해 도내에서 유일하게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선정됨으로써 북부시장은 앞으로 3년 동안 최대 18억 원을 투자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상태다.

박 회장은 현재 34대 규모인 주차장을 내년에는 100대 규모로 늘리기 위해 부지 매입을 비롯한 준비작업을 하고 있으며, 이밖에 태양광 설치, 물류창고 설치, 협동조합 설립 등을 내년도의 역점사업으로 준비하고 있다. 또한 현재 시장 내 골목에 따로 확보해 놓은 유휴공간에는 내년도에 20여 명의 청년창업을 끌어들일 계획이다.

오는 24일 북부시장에서는 경로잔치를 겸한 한마당 잔치가 벌어진다. 매년 봄가을 두 차례 열리는 ‘우암골 어르신 점심 나누기’행사로 이번에도 1천200여 명 정도의 청주지역 노인들이 방문할 것으로 상인회는 예상하고 있다. 상인회는 1천여 만 원의 자체 경비를 들여 소머리 곰탕에 떡과 막걸리 등으로 노인들과 주민들을 대접할 예정이다.

박동휘 회장은 “시장 발전을 위한 시스템을 하나둘 갖추다 보니 북부시장에 대한 외부 평가도 좋아지고 따라서 매출도 늘고 있어 누구보다 상인들이 좋아한다”라며 “특히 북부시장의 이름을 널리 알리기 위해 떡 특화시장으로 만들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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