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지원센터・주차장・상설공연장 건설해 관광상품화 선언
음식경연대회・관련축제・공연단 운영…구체적 계획은 미정

청주시가 총 60억원을 투입해 서문시장 살리기에 나서겠다고 밝힌 가운데 실효없는 전시행정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운영방안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전통시장마다 되풀이되고 있는 지적에 대해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청주시는 현재 삼겹살거리가 조성돼 있는 서문시장을 관광상품으로 탈바꿈시키겠다며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총 투자비용은 60억원, 통합시 출범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방문하면서 특별교부세 20억원을 사업비로 배정받았다. 이 가운데 16억원을 들여 고객지원센터(397㎡)를 건설하고, 나머지 4억에 시 예산 9억을 추가해 상설공연장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전통시장 시설현대화사업의 일환인 주차장 건설에 25억원(국비 15억원, 도비 2억원, 시비 8억원)을 쏟아 부어 50대 주차공간을 확보할 계획이다.
덧붙여 상인회가 공모를 통해 선정된 골목형 시장 육성사업(6억원)과 연계해 이 일대를 먹거리와 볼거리, 즐길거리, 살거리, 4개 테마의 관광상품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먹거리・즐길거리 등 4개 테마
먹거리는 돼지로 대표된다. 돼지 관련 먹거리가 가득한 시장으로 육성하기 위해 음식경연대회와 축제를 통해 신 메뉴를 개발하고, 야시장과 요리교실을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즐길거리는 13억원이 투입되는 상설공연장을 중심으로 예술이 살아 숨 쉬는 휴식공간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청주시는 이 곳에서 다양한 공연과 전시 체험장 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시장카페를 만들어 국내외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살거리는 상인협동조합을 통한 공동판매장(고객지원센터 1층 입점 계획)을 운영해 수익을 창출한다. 살거리 활성화를 위해 프리마켓 운영, 꾸러미상품 개발, 전문가 컨설팅 등을 준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볼거리는 시장 주변 유휴공간을 활용한 환경조성을 위해 길거리 음악과 벽화, 조형물 설치, 무심천 벚꽃과 연계한 다양한 행사 등 시민 모두가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현재로써 확정된 것은 하드웨어뿐이다. 365일 공연장을 채울 공연진이 있을지, 방문객의 주머니를 열게 할 상품도 확정되지 아니다. 청주시는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어떻게 가능한 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다. 다만 “상인회와 협조해 해나갈 것”이라는 두루뭉술한 답변을 할 뿐이다.
무용지물, 고객지원센터
시민들과 시장 상인들의 관심은 이 같은 지원책이 상권활성화라는 실제 효과로 나타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전통시장 살리기는 모든 지자체가 안고 있는 숙제다. 그렇다보니 어디 할 것 없이 그동안 예산이 확보되면 어김없이 시설현대화사업을 진행했다. 아케이드를 시작으로 주차장과 고객지원센터가 뒤이어 건설됐다.
청주지역에는 15곳의 전통시장이 운영되고 있다. 이 가운데 육거리시장과 가경터미널시장, 북부시장, 직지(운천)시장, 가경복대시장, 사창시장 등 6곳에 고객지원센터가 마련돼 있다. 대부분 2층 건물로 토지매입비를 포함해 7억원 안팎의 사업비가 소요됐다. 말 그대로 고객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시설이다. 하지만 모든 고객지원센터가 상인회 사무실로 사용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고객지원센터는 건설되고 있다. 육거리시장은 협소하다는 이유로 11억원을 투입해 새롭게 건설하고 있다. 여기에 두꺼비(수곡)시장, 원마루시장, 내덕자연시장도 현재 사업비를 확보해 착공한 상태다.
주차장도 마찬가지다. 육거리시장과 북부시장, 가경터미널시장, 복대가경시장, 사직시장, 사창시장, 직지시장, 내수시장 등 8개 시장에 주차장을 건설했다. 문제는 이 같은 시설 확충이 실질적인 매출 증가로 이어졌느냐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경쟁적으로 시설 확충을 요구하는 상인들도 문제지만 실효가 없는 줄 알면서도 예산을 투입하는 전시행정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비판 속에 최근에는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 지원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시설현대화와 구분되는 개념으로 경영현대화라고 표현되기도 한다. 친절교육 등이 대표적이다. 청주시 관계자는 “일부 요청이 있기는 하지만 관내 전통시장의 경우 시설현대화사업이 마무리단계다. 앞으로는 경영혁신사업을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123억원 투입한 청주시상권활성화재단 지금 뭐하지?
청주시 이관 후 ‘유명무실’…전통시장 컨트롤타워 역할 살려야

청주시가 서문시장 투자 계획을 발표하자 자연스럽게 ‘청주시상권활성화관리재단’ 활용방안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청주시가 밝혔듯 이번 계획이 “서문시장과 성안길 상점가 육거리를 하나의 쇼핑과 먹거리가 어우러진 청주의 대표적 중심상권으로 만들겠다”는 것으로 복합적인 추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청주시상권활성화관리재단의 시작은 화려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성안길 내 건물을 비롯해 총사업비는 123억원에 이른다. 2011년 중소기업청이 전통시장 특별법 재정에 맞춰 상권활성화 시범구역을 선정했는데 성안길·육거리 상권이 선정된 것이다.
2012년 3월 성안길 로데오거리에서 대대적인 선포식을 열고,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간 관리재단은 첫해 30억원대의 사업비를 집행하며 해당 상권 활성화를 위한 대규모 사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시범사업은 2년 만에 끝이 났고, 관리재단은 해체 위기에 처했다. 2011년 같이 출발한 재단 가운데 서울과 부산 등 4곳이 문을 닫았고, 청주와 성남만 유지되고 있다.
청주의 경우 성안길·육거리상권 활성화를 목적으로 세운 관리재단의 역할을 14개(구 청원 미포함) 전통시장으로 확대해 관리하는 것으로 재탄생시켰다. 목숨은 구했지만 활동은 크게 위축됐다.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사업비를 받을 때와는 달리 대규모 사업이 없는 데다 조직도 왜소해졌다. 본보를 통해 이미 보도했듯 조례에 명시돼 있는 정원(5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3명만이 근무하고, 사업내용도 운영 취지를 무색케 한다.
당초 관리재단은 상권홍보를 위해 축제를 개최하고, 환경개선사업도 진행할 목적이었다. 전통시장의 공동마케팅과 디자인 개발 등은 물론 상권관리사업과 고객유치사업 전반을 지원하고, 14개 전통시장의 콘트롤타워 역할이 주어졌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으뜸 점포를 발굴해 인증패를 수여하거나, 전통시장 모니터링 등 특별히 예산이 투입되지 않는 사업이 주류를 이뤘다. 사실상 성안길을 포함한 14개 시장 전반에 걸친 사업은 모니터링 외에는 없었다.
그렇다보니 관리재단에 대한 시각은 극명하게 나뉜다. 해체시키던지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도록 조직을 정비하고 사업에 적극 참여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수년간 관리재단과 협의를 해온 상인회 관계자들은 관리재단의 필요성에 대해 입을 모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