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 교사들, 고유업무도 아닌데 울며 겨자먹기 동원
“교장이 임원인데 거절어려워”…전교조,제도폐지 요구

청소년단체의 활동이 교사의 업무를 가중시키거나 정치인들의 명함 만들기에 이용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교육청이 승진 가산점을 부여하는 도내 14개 청소년단체의 임원에는 전‧현직 교장과 고위공무원이 대거 포진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장이 특정 청소년단체의 임원으로 있다 보니 가입대상 전학년생이 회원으로 가입한 학교도 존재했다. 일부 청소년단체는 교육감 선거나 평상시에도 특정 진영에 깊숙이 개입해 정치활동 논란도 발생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청소년단체의 실태에 대해 살펴본다.

▲ 도내 14개의 청소년단체가 교육청으로부터 승진가산점을 부여하도록 지정을 받았다. 현재 일부 청소년단체들의 정치편향과 학교에 단체 업무를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승진 가산점을 위한 청소년단체 활동을 위해 5월 달 주말은 모두 반납해야 할 것 같다. 도대체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지...” 아이디 ‘JUNG***’을 사용하는 교사는 트위터에 푸념섞인 글을 남겼다.

교사가 아닌 학교행정직원으로 보이는 또 다른 트위터 사용자는 “스카우트, 아람단, RCY의 활동을 학교에 그대로 두고 교사 업무를 줄이기 위해 업무전담요원을 채용하는 것은 업무를 줄여 줄 테니 (교사의) 승진 준비나 하시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소년단체 전담 교사에 대한 승진 가산점을 부여하는 것에 대해 논란이 뜨겁다. 여기서 청소년단체란 “청소년육성을 주된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이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단체”를 지칭한다.

청소년기본법은 청소년 단체에 대해 “△학교교육과 서로 보완할 수 있는 청소년활동을 통한 청소년의 기량과 품성을 함양하고 △ 청소년복지 증진을 통한 청소년의 삶의 질을 향상 할 것 △ 유해환경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청소년보호 업무 수행 하는 단체”로 규정하고 있다.

대표적인 단체가 1920년대에 설립된 한국스카우트 연맹이다. 청소년단체 설립은 1980년대를 거치며 늘어나 현재 한국청소년단체협의회에 등록된 단체만 71개에 달한다. 청소년의 권리보장과 청소년 단체를 관장하는 업무는 여성가족부 소관이다. 하지만 논란은 학교현장에서 가산점 문제로 나타났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취재 결과 회원 모집이나 수련·체험 활동 참가자 모집 등 단체의 기본적인 활동이 전적으로 학교 시스템에 의탁해서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는 업무 분장표에 없는 청소년단체 전담 교사 업무를 강요받아 휴일까지 각종 활동에 동원됐다. 이 과정에서 각 교육청별로 청소년단체 활동을 학교평가, 교감 평가, 교원 인사평가에 연계해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3월부터 쏟아지는 공문

충북도교육청 ‘청소년단체활동 지도교사 승진가산점 운영계획’에 따르면 청소년단체에 등록하고 단원을 지도한 교사에게 0.16점 까지 가산점을 부여한다. 이러한 가산점은 청소년단체에 등록된 모든 단체에 지원되는 것은 아니다. 충북도교육감이 지정한 단체만 가산점이 부여되는데 전체 14개 청소년단체가 해당한다.

가산점을 부여받는 단체들은 회원 모집에서부터 행사 참여까지 학교에 협조 공문 정도를 보내는 선에서 그쳤다. 그러면 각 학교는 학부모에게 발송하는 가정통신문을 통해 단원 모집부터 행사 안내까지 모든 것을 대행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전교조 충북지부에 따르면 각 학교는 각 청소년단체별로 지도교사를 선임한다. 선임된 지도교사는 평상시 청소년 단체에 가입한 학생 관리와 주말에 진행되는 각종 체험행사에도 모두 참여해야 한다.

“공짜로 교사 부려 먹는 꼴”

도내 한 초등학교교사는 “교원의 정식 업무가 아니다보니 학교 수업, 행정업무 등과 병행해야 한다”며 “청소년 단체에서 교사들을 공짜로 부려먹고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청소년 단체와 교원단체 사이에 입장도 갈렸다. 청소년단체는 가산점을 폐지하면 청소년단체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며 계속 유지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전교조와 일선 교사들은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가산점제도 만이라도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성용 전교조충북지부장은 “청소년단체의 활동은 학교의 업무가 아니다. 그런데도 협조라는 구실로 사실상 모든 것을 대행하고 있다”며 “지금도 교사의 업무가 과도한데 업무분장표에도 없는 일에 동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지부장은 교원이 청소년단체 업무에 과도할 정도로 동원되는 이유를 승진가산점제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지부장은 “학교평가나 인사평가에 가산점이 부여돼 교장이나 교감, 교사에 이르기 까지 무리하게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다보니 청소년단체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강원교육청과 경기교육청 등 가산점 제도를 폐지했다”며 “도교육청과 진행하는 단체협상에서 가산점 폐지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반면 도내 모 청소년단체 관계자는 “가산점 제도마저 없어지면 청소년단체는 존립이 어려워 질 것”이라며 “교원단체가 주장하는 것도 인정하지만 현실적으로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무늬만 청소년단체?…파벌·정치활동 지적도
지역, 초·중등간 단체도 따로…수익 사업도 진행
전·현직 교장, 교육청 고위직, 정치인이 요직차지

교육청이 승진가산점을 부여하는 도내 청소년단체는 14개다. 교육계 관계자는 승진가산점 부여 여부에 따라 학생 가입숫자나 교원들이 참여정도가 눈에 띄게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홈페이지에 공개된 각 단체별 연간 사업 계획을 살펴본 결과 청소년 단체들의 사업은 대부분 비슷했다. 에버랜드나 ‘키자니아’ 등 유명 시설에 방문해 체험 학습을 하거나 문화유산이나 자연 유산이 있는 곳에서 수련활동을 진행한다.

또 국악경진대회, 글짓기 대회, 무술 경진대회를 개최하고 학생과 교사들에게 연간 수백 개 정도 포상을 한다. 또 연수나 체험활동에 참가한 교원들의 가산점 업무를 부여하는 행정업무를 한다.

이들 청소년 단체의 현장 체험활동은 학교에서 이뤄지는 체험학습과 별반 차이가 없다. 대부분 일선 학교에서 진행하는 체험학습과 방문하는 장소나 프로그램이 겹친다.

반면 참가 경비는 청소년단체들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똑 같이 에버랜드를 방문한 두 개 청소년 단체는 1인당 경비가 4만원대 중후반이었지만 이곳을 방문한 4개 초교의 1인당 참가비는 2만원대 후반에서 3만원대 중반이었다.

이들 단체들은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각종 시설을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충청북도자연학습원, 괴산군청소년수련원, 청주시 기적의도서관, 괴산오토캠핑장 등이 이들 청소년단체에 위탁 운영되고 있다.

청소년단체의 임원들은 정치인이거나 기업가, 교육계 출신 인사들이 차지했다. 충북지역을 모태로 창립된 모 단체의 경우 대표자를 제외한 임원가운데 90% 가까이 도내 전·현직 교육장과 교장, 교감들로 구성돼 있었다. 이 단체는 유독 초등 출신 인사들이 많았다.

단체 임원들은 대부분 시장선거, 교육관련 선거, 광역·기초 의회선거에 출마한 경력이 있었다.

특히 이들 단체 중 일부 인사들은 지난 교육감 선거 보수진영 단일화에 관여하기도 했다. 또 보수 연합단체를 만들어 야간자율학습이나 일제고사, 학생 인권조례 문제 등에 개입했다. 이 단체 임원에는 현직 교육장과 교육청 고위공무원들도 여럿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이에 대해 교육계 한 인사는 “청소년단체라는 본질과 다르게 사실상 교육계 특정 인사들이 친목을 쌓고 파벌을 유지하는 데 악용되는 사례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충북도내 교원 승진가산점 부여 대상 청소년단체>

(2014년 기준 도교육감 지정 14개 단체)

한국스카우트충북연맹·한국걸스카우트충북연맹·한국청소년충북연맹·한국해양소년단충북연맹·대한적십자사충북지사·한국우주소년단충북지방본부·대한청소년충효단연맹·충북파라키타청소년협회·한국청소년지도자연맹충북지부·한국청소년화랑단육성연맹·충북4-H본부·세계도적재무장(MRA/IC)충북본부·한국로터리청소년연합충북지부·한국항공소년단충북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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