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 담합, 왜 근절안되나…제도개선 목소리 높아
평가기준 모호한데 최저가낙찰…사전 내정 필요성

▲ 지난 6일 대성고는 충청북도종합학생수련원에서 야영수련활동을 진행했다. 도교육청은 보령시와 제주도에 숙박시설이 있는 수련원을 운영하고 있지만 전체수요를 감당하지 못한다. 현재 도내 학교 중 80%가 민간 청소년 수련 시설을 이용하고 있다. 사진 육성준 기자

학교 수련활동 용역 입찰제도가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동일한 질의 공산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최저가 낙찰제 방식으로 운영되면서 업체 사전 내정과 같은 잡음이 생긴다는 지적이다.

관계자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최저가낙찰제 방식을 보완해 학부모의 선택권을 높이고 학교장등 특정인의 영향을 줄이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각급 학교가 진행하는 야영수련활동은 업체를 선정할 때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을 적용받는다. 이 법 시행령 18조에 따라 각급 학교는 입찰 공고를 발표한뒤 업체로부터 제안서를 제출받는다.

이어 학교별로 구성된 ‘현장체험학습활성화위원회’는 서류 평가를 통해 기술능력 평가점수 상위 2개 업체를 규격ㆍ기술입찰(제안서 평가) 적격자로 선정한다. 이어 서류평가를 통과한 업체에 한하여 2단계 가격입찰을 개찰해 낙찰자를 결정한다.

결정하는 방식은 제일 낮은 가격을 제출한 업체를 선정하는 ‘최저가낙찰체’가 적용된다. 또 이 과정에서 적격업체가 1개 업체일 경우 유찰 처리한다.

충북도교육청은 학교가 진행하는 입찰을 조달청 나라장터 시스템을 이용하도록 하는 지침을 시행하고 있다. 조달청 나라장터 시스템을 이용하면 모든 것이 전산으로 처리돼 학교 관계자가 입찰에 개입할 여지가 없다.

이런 제도는 언뜻 보면 투명해 보이지만 스쿨로봇 입찰담합 사건의 경우처럼 완벽하지는 않다. 마음만 먹을 경우 언제든지 발주처와 업체간 사전 담합이 가능하다.

 

무늬만 공정경쟁

업계 관계자들은 ‘최저가입찰제’가 결코 공정한 경쟁을 이뤄내는 제도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도내 모 수련시설 관계자 A씨는 “청소년 수련활동은 시설이라는 하드웨어와 프로그램이라는 소프트웨어가 결합된 상품이다”며 “제조업에서 생산한 공산품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A씨는 “큰 시설이나 작은 시설이 갖추고 있는 숙박시설과 기타 체험시설의 질도 다르고 프로그램 수준도 다 다르다”며 “하다못해 입지 여건에서 주변 자연경관 등 기호와 기준에 따라 선호도가 다르게 나온다”고 밝혔다.

그는 “품질이 같다는 전제가 있다면 최저가낙찰제는 소비자에게 유리한 제도가 될 수 있겠지만 수련시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A씨는 “학부모들은 비용을 조금 더 지불하더라도 안전하고 쾌적한 시설에 아이들을 보내고 싶어 한다”며 “마음에 드는 시설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해당업체에 입찰에서 담합해 꼭 선정되게 해달라고 부탁하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A씨는 이런 부탁을 받으면 “어쩔 수 없이 다른 업체에 부탁해 들러리를 세울 수밖에 없다”며 “만약 다른 업체의 부탁이 있을 경우 이를 거절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청소년수련시설 관계자 B씨는 “청소년 수련시설로 구성된 협회 차원에서 담합을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B씨는 “협회가 있고 최근에는 협동조합도 구성됐다”며 “회의 내용 대부분은 어떻게 하면 담합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까를 토론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라고 털어놨다.

B씨는 “공정한 경쟁이 없다보니 부작용이 생긴다”며 “영업을 통해 사전에 고객을 확보해야 하고 담합을 용인 받아야 하니 로비와 리베이트가 발생 한다”고 지적했다.

현장학습활성화위원회가 제대로 해야

문제점을 지적한 업체 관계자들은 오히려 완전한 자율경쟁이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B씨는 학부모에게 선택권을 부여하면 완전한 경쟁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학부모들은 이권에 관심이 없다”며 “학부모들이 시설을 답사하면 가장 좋은 시설을 선택한다. 그런데 사전에 학교와 업체가 내정된 곳에서는 학부모들의 답사를 막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B씨는 “자기 시설을 이용하기로 내정되어 있는 학교의 답사단이 우리시설을 방문할 테니 알아서 잘 해달라고 부탁을 받는 경우도 있다”며 “답사단이 우리 시설로 오고 싶다고 말해 부탁했던 업계 관계자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A씨도 학부모와 교직원으로 구성된 ‘현장체험학습활성화위원회’(이하 활성화위원회)가 활성화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울 같은 경우 학부모들의 참여가 높다. 반면 우리지역은 아직 활성화 돼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영업 활동을 해보면 차이가 많이 난다. 학교장보다 보다 학부모들의 영향이 커 로비를 할 공간이 생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B씨도 활성화위원회가 정해진 매뉴얼대로 학부모를 중심으로 해 시설을 답사하고 평가한다면 사전 담합이 통할 여지는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최저가 낙찰제 대신 활성화 위원회가 3곳 정도의 시설을 추천하고 이를 바탕으로 해 전체 학생과 학부모의 선호도를 조사해 선정한다면 비리가 생길 소지가 원천적으로 차단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저가 낙찰제는 업계가 시설 보완 보다는 가격 경쟁만 고려해 질이 하락하는 단점이 있다”며 “학부모의 선택권을 늘이면 업계는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시설에 투자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활성화위원회는 학교장과 교직원, 학부모등 12명으로 구성돼 답사와 수련시설 서류 평가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검찰, 스쿨로봇 비리 수사 ‘새국면’

청주상당경찰서에 40여 개 보강수사 지휘
제천출신 교육청 직원 장기간 결탁의혹도

 

전체 사업비 16억여원이 투입되고 이중 9억여원이 리베이트로 전달된 스쿨도우미로봇 사건에 대해 청주지검이 보강수사를 지시했다.

청주지검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달 상당경찰서에서 송치한 스쿨도우미로봇 사건 수사가 미진하다고 판단해 40여 가지 사항에 대해서 보강 수사를 하라고 지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부실 수사 논란을 일으켰던 경찰 수사에 대해 검찰이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여 수사가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분석된다.

본보 추가 취재 결과 교육청 물품구매 비리 사건에 특정 지역 인맥이 조직적으로 관여한 정황도 확인됐다. 제천교육지원청과 단양교육지원청 등 도내 북부지역에서 관리과 업무를 맡았던 교육청 직원들이 특정 업체와 장기간 결탁한 흔적도 발견됐다.

스쿨로봇 비리사건으로 불구속 입건된 교육청직원 L씨도 제천교육지원청 관리계장을 역임했으며 전직 직원도 리베이트를 받은 업자와 관련된 정황이 포착됐다. 이중 일부 관계자는 2012년 도교육청 인사비리와도 연관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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