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밖 청소년 나지영 양의 ‘명랑한’ 꿈 도전기
최연소 자퇴자에서 최연소 대학생이 된 사연

나지영(17)학생의 꿈은 사회부 기자다. 그는 중학교 1학년 때 ‘꿈을 찾기 위해’ 학교를 그만뒀다. 가족과 선생님이 만류했지만 그의 생각은 확고했다. 처음부터 기자를 꿈꿨던 것은 아니다. 학교를 그만두고 나니 갈 곳이 마땅치 않았다. 중학교 1학년은 자퇴를 하기에는 너무 이른 나이였다. 몇 년 전만 해도 학교 밖 청소년인 지영 양을 위한 사회적인 제도가 마련돼 있지 못했다.
8개월간 법정을 지켜봤다
고민 끝에 그가 찾아간 곳은 다름 아닌 법정이었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법원이 눈에 띄었고, 호기심 충만한 15살 지영양은 매일 출근해 오전과 오후 법정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항상 가해자 측 자리에 앉아 온갖 사건을 다 봤어요. 성폭력, 살인, 강간미수, 절도 등등. 계속해서 가니까 판사도 검사도 알아보고 또 왔냐는 눈빛을 보냈죠. 굳이 가해자 측에 앉은 것은 마지막 변론 할 때 어떤 모습일지 알고 싶었어요. 어떤 사람은 심하게 떨었고, 어떤 사람은 정말로 태연한 모습이었어요. 기록하면 안 되니까 매일 장면 장면을 기억했다가 팩트 중심으로 법정일기를 써내려갔죠.”
그렇게 8개월을 법정에 출석한 이후 그는 이번에는 사회복지시설에 가서 자원봉사를 자청했다. 산남주공아파트 단지에 도시락 배달을 하면서 삶이 곤궁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이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그는 다시 사회복지시설에 전달했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지영 양은 소외된 이웃의 이야기를 좀 더 힘있는 목소리로 전달하고 싶었다. 기자라는 직업이 떠올랐다.
중학교 검정고시와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4개월 만에 모두 패스한 뒤 그는 지난해 3월 한양사이버대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했다. 이제 지영 양은 16살에 캠퍼스를 간 최연소 대학생이 됐다. 현재 2학년생인 그는 기자의 꿈을 위해 서울의 한 대학에 편입을 준비 중이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현장경험(?)’을 쌓기 위해 매일 오전에는 취재에 나선다. “오전 10시쯤 집에서 나와 충북대를 지나 비하동까지 걸어요. 지나가면서 폐지 줍는 할머니에게 말을 걸기도 하고, 조금이라도 이상한 점이 있으면 항상 수첩에 기록하죠. 청주에서 일어난 미제 사건도 틈틈이 취재하고 있어요.”
한 달에 한번 운동화 바꿔
지영 양은 운동화를 즐겨 신는데 밑창이 달아 한 달에 한 번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하루에 평균 3~4시간 밖에 안자면서도 꿈을 향해 달리고 있다는 지영 양. “꿈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힘들다고 느끼지 않아요. 아침 7시에 일어나 정말 많은 것들을 하지만 취재는 빼놓지 않고 있어요. 일주일에 한번은 여전히 법정에 가고 있고, 한 달에 한번 정도는 각종 기관의 민원게시판을 보고 의문점을 기록해두죠.”
그는 지난달부터 성화동 지역을 기반으로 발간하는 청주마실에서 시민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가 지금까지 쓴 기사는 성화동 피카소 할머니, 경비원 아저씨들의 이야기를 다룬 ‘우리는 투명인간이 아닙니다’ 등등이다. 다음번엔 성화동에 빌라를 소유하고 있는 한 부부가 끝도 없이 폐지를 건물에 들여놓고 있는 현장을 취재하겠다고 한다.
지영 양은 현재의 삶에 만족한다고 말한다. “친구들이 오히려 많이 부러워해요. 입시 준비를 하지 않고 제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는 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학교를 그만두고 싶은 학생들이 많이 질문을 해 와요. 그러면 저는 자기 자신을 믿는지 먼저 물어보라고 하죠. 그 답에 확신이 있어야 해요.”
지금은 자신의 꿈을 향해 전진하고 있지만 학교 밖 청소년으로 보낸 2년의 시기는 그에게 많은 생채기를 남기기도 했다. “가장 힘든 건 외롭다는 거였어요. 다들 일하러 가고 학교에 가니 정말 만날 사람이 없어요. 매일 집 앞 공원에 가서 울고 웃고, 마음을 다잡았죠. 학교를 다니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일단 편견을 갖고 쳐다봤어요. 그걸 극복하고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죠.”
지영 양은 당시에 틈틈이 공모전에 도전했지만 늘 돌아온 건 “어느 학교에 다니고 있느냐”는 질문이었다고. 학교를 다니지 않는다는 이유로 각종 청소년공모전에 도전하지 못했다고 한다. 물론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상자 기사 참고)
지영 양은 “정작 학교를 그만둔 뒤 갈만한 곳이 없으니까 아르바이트로 빠지게 되죠. 꿈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라고 강조했다. 인터뷰가 끝난 뒤 그는 예비 기자답게 동그란 눈을 반짝거리며 질문을 했다. “그런데 기자가 왜 되셨어요?”
학교 밖 청소년 지원 이제는 ‘넘쳐나네’
도내 지원센터 13곳 구축돼…1388이용하면 서비스 받아
도내 학교 밖 청소년들은 약 1200여명이다. 해마다 그 수치가 줄고 있다. 충북도는 학업중단 청소년 지원에 관한 조례를 몇 해 전 만들었고, 학업중단 청소년 지원사업을 펼쳐오고 있다. 충북도는 올해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진로 찾기 프로그램을 펼친다. 충북청소년상담복지센터 중심으로 학교 밖 아이들을 위한 사업을 해왔다.
올해부터는 여성가족부에서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센터 구축 및 프로그램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학교 밖 청소년을 특화한 공모전을 비롯해 각종 대회 등이 생겨나고 있다.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지원센터도 전국에 140개소가 만들어졌다. 여가부는 200여개까지 늘릴 예정이다. 충북에서는 13개소가 있는 데 기존의 청소년 상담복지센터가 그 일을 겸하고 있다.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에서는 검정고시 지원 및 진로 상담 프로그램을 벌이고 있다.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안이 지난해 5월 국회를 통과됐고, 올해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러다보니 소위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사업들이 넘쳐나고 있는 상황. 한 사회복지기관 담당자는 “예전에 여가부에서 다문화 지원사업을 할 때 너도나도 사업을 만들어냈다. 지금은 그 다문화가 학교 밖 아이들로 옮겨왔다고 보면 된다”라며 우려를 표했다.
학교 밖 청소년의 경우 보통 학교를 떠나 6개월에서 1년의 방황기를 거친다. 그런데 이 기간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1년이 지나 관련 기관에 문을 두드리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다. 도내에서 지원을 받으려면 1388번에 문의하면 되고, 여가부에서 만든 홈페이지 ‘꿈드림’을 통해서도 정보를 얻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