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리인권센터, “우체국 B씨 막무가내 보험가입 권유의혹”
청주우체국, “문제 있지만 강압은 없었다”…진상 조사 중

▲ 중증 지체 장애를 가지고 있는 A씨가 우체국 보험설계사의 권유로 58개의 보험에 가입했지만 과도한 보험료를 감당하지 못해 대부분의 보험을 중도 해약해 1600여만원의 손실을 입었다. A씨는 충격을 받아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에 병가를 낸 상태다. A씨가 일했던 자리는 비어있다.

중증 장애인들이 자활을 꿈꾸며 만든 수곡동 모 사회적기업. 이곳에서 미싱 보조일을 하던 중증 지체장애를 가진 A씨의 자리는 비어있었다. 며칠째 출근을 하지 못할 정도로 극심한 신경불안 증세를 보이고 있는 A씨에 대해 동료들은 정신과 치료를 권유했지만 그는 현재 집 밖을 일체 나서지 않고 있다.

햇빛 조차 들지 않는 그의 집에서 A씨는 왜 사람들을 회피하고 있는 것일까. 이에 다사리인권연대(대표 송상호) 관계자는 “A씨가 심각한 보험 금단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A씨가 겪고 있다는 이름도 생소한 보험 금단현상. 이것을 알기 위해 A씨가 가입한 보험내역을 확인해 봤다. A씨의 후견인 역할을 맡고 있는 다시리인권연대(이하 다사리)에 따르면 그는 우정관리본부 산하 우체국이 운영하는 보험에 지금까지 58개의 보험에 가입했다.

A씨는 2004년부터 58개 우체국 보험에 순차적으로 가입했고 지금까지 36개 보험을 해지했다. 지금까지 납입한 보험료만 해도 7000여만원. A씨가 해약한 보험의 전체 납입액 4328만9500원이다. A씨가 경제적 이유로 보험을 중도 해약하면서 큰 손실이 발생했다. 그가 해약하면서 돌려받은 금액은 원금보다 1634만원이 적은 2692만원.

이렇게 손실을 보면서도 A씨가 다시 우체국 보험에 계속 가입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다사리 관계자는 우체국 보험설계사 B씨가 중증 장애인을 대상으로 비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다사리 관계자에 따르면 우체국 보험설계사 B씨는 A씨에게 “‘취약계층(기초생활수급권자, 차상위계층)인 장애인은 현금을 많이 보유하면 안된다”며 접근했다. B씨는 지적장애는 아니지만 문해능력이 떨어지는 A씨에게 “미래를 위해 보험에 들어야 한다”며 “적금 성격인 보험에 가입하라”고 권유했다.

장애인 불안심리가 공략지점

A씨의 가족은 장애인이 다수를 이루고 있었다. A시의 남편은 지적장애와 청각 장애를 가지고 있고 자녀 3명중 한 명은 지체장애를 안고 있다. 다사리에 따르면 A씨도 중증 지체장애을 가지고 있으며 지적장애는 아니지만 문해 능력이 비장애인에 비해 부족하다.

A씨의 남편은 간헐적으로 경제활동을 수행했고 일정한 수입은 없었다. 오직 A씨가 장애인 자활 사회적기업에서 벌어들이는 수입이 전부였다.

A씨는 다사리 관계자에게 “미래가 너무 불안하고 무서웠다. ‘미래를 위해 보험을 들어야 한다’는 B씨의 말을 듣고 다시 가입하고 또 가입했다. 보험을 가입하지 않으면 몸이 떨리고 마음이 불안해 졌다. 그러면서 보험금을 미납할 경우 눈이 캄캄해지고 이를 납입하기 위해서 돈을 빌리고 남편과 싸우면서도 남들에게 이야기도 못하고 괴로웠다”고 말했다.

A씨는 “미납이 길어지면 B씨는 대납을 해 줬다. 이를 감당하지 못하면 해지하라고 했다. 이 말을 듣고 눈물을 흘리며 아무 소리 못하고 해지했다. 다시 미래를 위해 보험을 가입하라는 B씨가 때론 밉기도 했지만 저를 챙겨준다고 생각해 또 보험을 들고 말았다"고 털어놨다.

A씨의 보험에 대한 집착은 보험에 가입할수록 더욱 높아졌다. 그는 2012년 살던 집이 재개발 되면서 보상도 제대로 못 받아 거리에 쫓겨나는 상황에서도 보험 가입은 계속됐다.

A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보험료를 낼 돈이 없어 너무 힘들었다. 가족과 불화도 심해졌지만 보험을 유지하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썼다. 해지해도 불안했고 유지해도 불안했다. 보험을 유지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취업을 해야 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너무 지치고 힘들다. 죽을까도 여러 차례 생각했지만 차마 남편과 자식을 생각해 죽지 못해 살고 있다. 다행히 장애인인권단체를 만나 하소연한 후 정신을 차리고 이렇게 민원을 넣는다”며 “살려주십시오. 저를 도와 주십시오”라고 말했다.

A씨는 내덕동 우체국과 보험설계사 B씨의 행위를 대상으로 우정관리사업본부에 진정을 제기한 상태다.

 

정상적인 영업일 뿐

A씨와 다사리의 주장에 대해 우정관리본부는 “다소 문제는 있지만 보험가입 과정에서 강압이나 강요는 없었다”며 현재 진상을 파악중에 있다고 밝혔다. 내덕동 우체국 관계자는 “보험설계사 B씨도 장애를 가지고 있는 분이다. 같은 장애인으로서 특성을 잘 알아 집중적으로 영업을 해온 것도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A씨는 지방선거에 도의원으로도 출마한 사람으로 인지능력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보험을 과다하게 들은 것은 맞지만 강압이나 강요를 한 것도 아니고 자율 의사로 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청주우체국도 같은 입장을 내놨다. 청주우체국 관계자는 “이번 사항은 민원이 제기된 것으로 본부 차원에서 진상을 조사하고 있다”며 “도의원에 출마할 정도로 사고능력에 문제가 없는 사람인 만큼 강요나 강압이 있어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우체국의 입장에 대해 다사리측은 조목조목 반박했다. 다사리는 “보험설계사 B씨는 A씨가 경제적취약계층(기초생활수급권자, 차상위계층)이고 언어장애가 있는 중증장애인(남편은 지적장애인)임을 알고 있었음에도 고객의 불안한 심리를 역 이용해 무리한 보험가입을 유도한 것은 용서받지 못할 파렴치한 배신행위”로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B씨가 고객을 위하고, 심리적으로 위로하고, 경제적 상황을 관리한다고 하면서 경제적 취약계층이여서 처음부터 무리한 보험가입 개수였기에 해약을 하는 상황인데도 다시 신규가입을 유도 해 무려 1636만원의 경제적 손실을 입게 했다는 것은 심각한 배임행위”라고 반박했다.

다사리는 “B씨는 A씨에게 남편과 자식명의의 보험을 가입하게 하면서 당사자에게 설명과 동의를 구하지 않고 심지어는 계약서에 대리서명을 하게 했다”며 “남편의 경우 한글도 잘 모르는 지적장애인인데 서명을 하게 했고 자녀에게는 핸드폰으로 서명을 사진 촬영해서 보내라고 해 이를 이후 계약에 반복 사용하였다. 이는 사문서위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경제적취약계층(기초생활수급권자, 차상위계층)은 적금을 해서 현금을 가지고 있으면 안된다는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보험이 적금이니 보험을 가입하라고 집요하게 유도하고, 정작 저축보험은 가입을 제안하지 아니하고, 미납을 하면 대납을 하고 적당한 시기가 돼서야 해약을 하라고 지시한 행위는 사기행위에 불과하다”며 B씨에 대한 처벌과 피해보상을 요구했다.

 

또 다른 장애인도 우체국 보험에 대량 가입
다사리, 보험설계사 B씨 권유로 10~30개 집중 가입

다사리인권연대는 58개 보험에 가입한 A씨 외에도 10여명의 장애인들이 우체국 보험에 대랑 가입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사리 관계자는 지체장애인 C씨가 30여개의 우체국 보험에 가입했으며 현재 10개를 유지하고 있는 나머지는 중도 해약한 상태라고 밝혔다. 지체 장애인 D씨는 10여개의 보험에 가입한 상태며 10여명의 장애인이이 B씨의 권유로 우체국 보험에 집중 가입했다고 다사리는 밝혔다. 다사리는 B씨의 권유로 보험에 가입한 장애인은 공통적으로 해지와 가입하는 현상이 반복됐다고 주장했다. 다사리 관계자는 “보이스피싱과 다를 바가 없다. 불안감이 클 수밖에 없는 저소득층 장애인을 자극해서보험가입 유도했다. 이 과정에서 보험 중독 현상까지 발생했다”며 “가입해도 불안하고 해약해도 불안에 떨고 있다. 정신과적인 심리치료가 필요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B씨의 권유로 보험에 가입한 장애인들의 보험 해약률도 따로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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