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광주-취안저우-요코하마 이어 2015년 청주-칭다오-니가타 2기 출범
‘생명’ 키워드로 다채로운 문화행사 열려…일회성 아닌 지속가능성 확보해야

9일 저녁 7시 동아시아문화도시 청주를 알리는 개막식이 화려하게 열렸다. 이로써 칭다오(靑島), 니가타(新潟)와 함께 2015년 동아시아문화도시로 선정된 청주시의 대장정이 시작됐다. ‘보릿고개 넘어 생명도시로’라는 주제로 진행된 개막식을 시작으로 올 한 해 동안 동아시아문화도시를 중심으로 다채로운 문화행사가 진행된다. 청주시는 동아시아문화도시의 성공적인 원년과 지속적인 문화교류와 성장이라는 숙제를 안게 됐다.

지난해 11월 30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한중일 문화장관회의에서 청주시와 칭다오(靑島), 니가타(新潟)가 2015년 동아시아문화도시로 선정됐다. 2014년 첫해 광주시와 취안저우,요코하마가 손을 잡은 이후 두 번째 문화도시 네트워크가 결성된 것이다.

 

▲ 9일 오후 7시 청주예술의 전당에서는 2015년 동아시아문화도시의 시작을 알리는 개막식이 열렸다. 이 날 행사에는 청주시와 함께 동아시아문화도시로 선정된 칭다오시와 니가타시 관계자들이 참석해 힘을 더했다.

‘보릿고개 넘어 생명도시로’

2012년 한‧중‧일 문화장관회의에서 동아시아의 문화교류와 성장, 여기에 국가간 화합과 평화의 목적까지 더해 시작된 동아시아문화도시는 1985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시작된 유럽문화수도와 1995년 아랍문화수도 등과 궤를 같이 한다. 유럽연합은 1985년 그리스 아테네를 시작으로 해마다 유럽문화수도 사업을 전개하면서 도시발전과 문화관광 활성화에 큰 성과를 얻었고 동아시아 3국도 협력을 통해 이 같은 성과를 얻고자 한 것이다.

9일 청주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개막식은 그 시작을 알리는 것이었다. 올 한해 청주에서 열리는 각종 문화행사는 동아시아문화도시라는 큰 틀 속에서 진행된다. 공식행사는 사계절에 맞춰 개막행사(봄)를 시작으로 동아시아문화주간(여름·5월 마지막주), 한중일 문화삼국지·젓가락페스티벌(가을), 동아시아 시민 한마당(겨울)이 칭다오·니가타시의 협조 속에 열린다. 이 밖에도 3개 도시는 오는 9월 칭다오에서 한‧중‧일 예술제를 열고, 11월에도 칭다오에서 한‧중‧일 문화예술교육포럼을 연다. 청주에서는 5월 문화다양성의 날 행사, 6월 문화산업포럼, 9월 문화동반자 사업 등을 진행한다.

매년 열어왔던 기존 문화행사에도 동아시아문화도시들이 함께 참여해 문화행사의 질을 높이고 많은 볼거리를 제공, 청주시를 세계에 알린다는 계획이다.

개막식과 함께 화려하게 시작했지만 일회성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개막식에 참석한 도종환 국회의원은 “동아시아문화도시 선정은 축하할 일이다. 하지만 문화적 미래의 청사진을 어떻게 구체화할 것인가는 우리가 함께 고민하고 만들어가야 할 일”이라고 조언했다.

이승훈 청주시장도 개막식 인사말은 물론 심포지엄 등 여러 자리에서 이 같은 점을 강조했다. 동아시아문화도시 사무국 변광섭 국장 또한 ‘속 빈 강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일회성, 이벤트성 사업으로 끝내지 않을 것”이라며 동아시아문화도시 3개 시의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결실을 맺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청주시의 문화 경쟁력이 필요하다. 올 한해 10억원의 국비를 지원받은 청주시는 문화콘텐츠 개발을 역점사업으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직지, 세종대왕 초정행궁, 상당산성, 가로수길, 성안길, 대청호 등 통합 청주시의 역사문화 및 자연환경 등의 가치를 영상, 공연, 전시, 학습콘텐츠 등 다양한 문화산업 콘텐츠로 개발하게 되며 동아시아에 확산하는 것은 물론 세계적인 상품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문화도시 성장 잠재력 ‘충분’

일단 이어령 명예위원장 비롯해 지역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충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개막식의 주제였던 ‘보릿고개 넘어 생명 도시로’에서 볼 수 있듯 청주시는 ‘생명’을 키워드로 하고 있다. 교육과 문화의 도시라는 기존 이미지에 역동적인 생명도시의 이미지를 더하겠다는 것이다.

‘생명’은 오송을 중심으로 한 바이오산업을 뜻하는 제한적 의미가 아니라 인류의 탄생부터 현대인의 삶, 문명 등을 아우르는 의미다. 이런 점에서 9일 열린 개막심포지엄에서 청주를 대표해 발제자로 나선 김양식 충북발전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의 제안이 눈길을 끈다.

김 위원은 청주시의 2000년 역사를 설명하며 세계 3대 문화유산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청주의 역사 속에서 생명문화라는 문화유전자를 찾고자 한다면 세계 최고(最古)의 3대 문화유산인 소로리볍씨와 직지, 태교신기(胎敎新記)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소로리볍씨는 생명의 원천인 ‘밥’의 가치를 밝혀줄 인류 생명문화의 유산이고,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인 직지는 내용면에서 생명문화의 꽃이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태교신기는 1800년에 청주 출신 사주당 이씨(1739~1821)가 저술한 세계 최초의 태교서로 이 또한 ‘생명’이라는 키워드와 일치한다는 것이다.

김 위원은 이 같은 바탕 속에 청주시가 ‘생명문화도시’라는 정체성을 확보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지역민들이 이를 공감하고 소통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아시아문화도시 선정을 통해 청주시의 문화와 예술을 세상에 알릴 계기는 마련됐다. 이제 어떤 내용물을 만들어 세계인들이 궁금해 하고 가보고 싶은 도시로 만들 수 있을지 구체적인 방법이 제시돼야 할 때다.

 

영국 글래스고市, 공업도시에서 문화도시로

1990년 유럽문화수도 지정 계기로 환골탈태

동아시아문화도시는 1985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시작한 유럽문화수도(European Capital of Culture)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유럽연합이 가맹국의 도시 가운데 문화 수도를 선정해 1년간 집중적으로 각종 문화 행사가 열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축제 등 문화행사를 보기 위해 관광객들이 지속적으로 도시를 찾고, 이를 바탕으로 도시는 발전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리스 아테네로부터 시작한 유럽문화수도 지정은 영국의 리버풀, 스페인 산세바스티안, 터키 이스탄불 등을 선정해 관광산업 증대 효과를 톡톡히 봤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눈에 띄는 성공사례가 영국 글래스고(Glasgow)市다.

글래스고는 스코틀랜드의 중심도시로 20세기 초까지 산업도시로 명성을 얻었다. 글래스고 산업의 중심은 중공업으로 큰 호황을 누리다 20세기 초 경쟁력 감소로 위축되면서 도시 전체가 가라앉기 시작했다. 일자리가 줄어들자 도시의 기능도 내리막길을 걸었다. 도시는 변화가 필요했고, 쇠퇴하는 공업의 대안으로 문화산업과 서비스업 투자 유치에 눈을 돌렸다. 1985년 ‘글래스고 액션’이라는 민관합작기관을 설립해 관광을 활성화시키고, 도시 중심부를 홍보하기 시작했다. 글래스고시는 1987년 축제담당부서를 만들었고, 이같은 노력으로 1990년 유럽문화수도에 선정됐다. 유럽문화수도는 글래스고의 변신에 중요한 계기가 됐다. 이제는 문화도시로 변모한 공업도시를 보기 위해 세계에서 수많은 관광객이 찾아오고, 수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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