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산안 총두표’건 처리 남아…농민들 ‘파업혐오감’커 난항 예상
도내 농협 3사 갈등 일단락…노사간 소통능력향상 등 숙제 지적

▲ 지난 26일 충북지방노동위원회 주재로 열린 사후조정에서 옥천농협 노사가 합의점을 찾았다. 옥천농협은 노사합의 후 노조를 비난하는 현수막을 철거했다

노조 인정여부를 둘러싸고 농협 해산이라는 극단적인 갈등을 겪고 있는 옥천농협 노사 단체협상이 타결됐다. 이로서 지난해 노조가 결성된 금왕농협, 미원‧낭성농협, 옥천농협등 단체협약 협상이 모두 마무리됐다. 이제는 3개농협이 단체협상과정에서 불거진 갈등을 치유하고 문제점으로 지적된 노사 간 소통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26일 전국사무금융노조충북본부(본부장 김원만, 이하 노조)와 옥천농협(조합장 이희순)은 교섭을 통해 노동조합 인정, 비정규직 근속기간 60% 인정등을 골자로 하는 내용에 합의했다. 노사는 논란이 됐던 성과상여금 문제는 추후 진행될 임금협상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이로서 옥천농협 노사는 파업 46일이라는 도내 농협 최장기 파업과 농협해산이라는 벼랑 끝 위기를 간신히 면하게 됐다.

옥천농협 노사가 발등에 떨어진 급한 불은 껐지만 해결해야 될 문제도 많다. 당장 1월 29일 옥천농협 대의원대회에서 통과된 ‘옥천농협 해산안 조합원 총투표’ 문제를 해결해야 된다. 하지만 농민조합원들은 현재 노동조합과 파업에 대한 극단적 혐오감을 보이고 있어 쉽지 많은 않다.

옥천농협 노사가 협상을 타결하기 하루 전날인 2월 25만 해도 일부 대의원들이 농협 대의원대표회의를 열고 ‘민주노총 탈퇴’, ‘무파업 선언’을 하지 않을 경우 해산안 총투표를 열어야 한다는 결의를 하기도 했다.

농민들은 왜 노조를 증오할까

노조 파업에 맞서 농민들이 꺼내는 ‘농협 해산’이라는 카드가 보여주는 상징성은 대단히 크다. 노동조합 활동은 법률로 보호하고 있지만 그것을 떠나 처벌을 감수하고라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인 만큼 농민들의 노조에 대한 반감이 얼마나 큰지를 알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표면상으론 노조에 대한 거부감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실제론 농협 자체에 대한 불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옥천군 농민단체 모 관계자는 “노조만 싫다는 것이 아니라 농협과 직원이 싫다는 것이다”며 “농협 임직원들은 평상시에 농민들 위에 군림하며 자기 잇속만 챙기다가 이런 일이 생기면 약자인 것처럼 행동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난한 농민 입장에서 ‘억’ 하는 조합원 연봉이나 수 천만원 직원 연봉을 들으면 소외감이 든다. 자기 잇속만 챙기려 하는 것 같아 농민들이 미워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평상시에 농협 개혁에 대해 노조가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파업을 하더라도 농민들과 이야기 하고 설득 했어야 했는데 그런 과정이 없었다. 여전히 농민조합원은 안중에 없고 조합장과 직원들끼리만 이야기 하다 싸운 것이다”며 “농민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농협 사용자가 과도하게 노조 요구를 부풀렸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실제 파업사태를 겪은 금왕농협과 옥천 농협 모두 담화문이나 입장을 통해 노조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경영상 위기에 처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번 협상은 노동조합 활동과 같은 단체협약 협상이었고 임금 협상은 아예 논의되지도 않았다. 김원만 사무금융노조충북본부장은 “농민조합원들이 우리가 임금만 욕심낸다고 많이 비난했다. 하지만 결과에 나와 있듯이 이번 협상은 임금협상이 아니었다”며 “누군가가 과도하게 노조를 그쪽으로 몰아간 느낌”이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의 말대로 3개 농협 노사협상 결과에 따르면 임금인상과 관련해 합의한 것이 전혀 없다. 상여금과 관련해 논의를 하긴 했지만 이미 지급되고 있던 것에 대한 방식을 합의한 것이어서 새로 인상된 것은 전혀 없다.

비정규직 근속기간중 50~60%를 인정하기로 해 농협의 부담이 늘기는 했지만 계속근로기간을 인정하는 법원의 판례와는 배치된다.

농협해산이라는 극단적인 사태까지 비화된 옥천농협등 농협 노사관계.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대화는 멀리한 채 판만 키우다 초가삼간 태울 뻔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사 간 소통, 대화가 정답입니다”

▲ 이희순 옥천농협조합장


“노사간 소통 밖에 없습니다.” 농협해산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옥천농협. 이희순 조합장은 이번 사태를 통해 소통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이 조합장은 46일간 기나긴 갈등 속에 경영진과 노조 모두 패배자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이 속에서 애꿎은 농민조합원만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현재 진행형인 해산 건에 대해서 이 조합장은 “노조와 경영진이 하기 나름이다. 직원들이 농민조합원의 신뢰를 얻기 위해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때 해법이 생길 것 ”이라고 말했다.

3선출신이 이희순 조합장은 이번 선거에 불출마를 선언해 화제가 됐다. 후진을 위한 명예로운 퇴직이라는 칭송을 받았지만 임기 말 노사 갈등으로 인해 빛이 바랬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 농협 해산과 관련해 설화에 휘말렸다

상식적으로 농협 해산을 원하는 사람이 정말 있겠는가. 조합원조차도 닫힌 농협을 보며 화가 나서 하는 말이지 진심은 아니다. 하물며 14년간 조합장직을 수행한 사람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이겠는가? 말의 일부분만 인용해 이용한 사람이 있어 마음이 편치 못하다.

▲ 노사 갈등이 힘들게 마무리 됐다. 소회가 복잡할 텐데

농민들이 벼 한말 보리 한말 해서 힘들게 만든 농협이다. 쌀개방, 한·중FTA 등 농민들이 어려운 시기에 이런 일이 있어 조합원에게 송구스럽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누구를 탓할 것도 없이 내가 부족해서 이뤄진 것이다. 노조에 대해 서운한 것도 없다. 이제는 서운한 것, 노사를 떠나서 고객과 농민조합원에 지금 이상으로 신뢰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다시 한번 농민 조합원에게 죄송하다. 지금 사태가 완전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잘 해결 됐으면 좋겠다.

▲ 노사 합의 배경은 무엇인가

별다른 것은 없다. 지금 당장 농민들이 어려운데 극단적으로 가는 것은 막아보고자 했다. 쌀수입 개방이나 한중 FTA 등 이 어려운 시점에 도움을 주지 못할망정 노사문제로 해산한다면.. 이런 것은 다시 생각해 볼 여지가 많았다. 최악의 파국을 피하기 위한 선택이다.

▲ 이번 사태의 승자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없다. 승자와 패자란 말이 있을 수 없다. 억울한 것은 농민 뿐이다. 농협이란 조직은 특정 개인 것이 아니다. 공동의 이익을 찾아야 하는 것인데 자기 이익만 찾으려고 하는 것으로 비춰져 농민조합원들이 화가 많이 나 있다.

▲ 농협 해산 건은 어떻게 처리되나

경영진과 노조 등 직원들의 태도에 따라 해결 방법이 나올 것이다. 당장 내일 취하되거나 그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과연 농민과 고객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여주는 가에 따라서 조합원들이 판단할 것이다. 조합원들이 판단해서 ‘이제 됐겠다’ 싶으면 그때 가서 해산을 중지할 문제다. 개인이 정할 문제는 아니다.

▲ 불출마 배경은

농촌이 가장 어렵다. 이럴 때는 지금까지 해온 방식대로는 한계라고 느꼈다. 대신 새로운 새로운 리더쉽을 가진 조합장이 변화를 끌어내길 바랐다.

▲ 이후 노사관계의 핵심은 무엇이어야 하나

소통밖에 없다. 대화하고 또 대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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