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용·김용판 전 청장 책 먼지쌓여 이중근 부영 회장 ‘책 퍼주기’ 화제

최근 도내 언론에서 유명인사 3명의 저서가 취재대상이 됐다. 전직 경찰 수뇌부와 대기업 건설사 회장이 자비 출판한 책이었다. 우선 충북이 고향이거나 충북을 제2의 고향으로 언급했던 전직 경찰 수뇌부의 저서가 정작 충북경찰청에서 홀대받고 있다는 기사였다. 충북경찰청 5층 청풍도서관 책장 제일 아래 ‘운명아 비켜라 내가 간다(김기용 2014년)’ 29권과 ‘우리가 모른다고 없는 것이 아니다(김용판 2012년)’ 15권이 놓여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찾는 이가 없어 먼지만 수북하게 앉아있는 실정. 특히 지난해 청사 1층에 카페식 도서관이 들어서면서 사실상 5층은 책 보관 창고로 쓰이고 있다고.

책의 저자는 김기용 전 경찰청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다. 자신의 일대기와 인생 소회를 가볍게 풀어 쓰거나 건강정보 등을 소개한 내용이다. 두 전직 청장이 자비출판하면서 충북경찰청으로 보낸 책이 정작 후배 경찰관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셈. 제천이 고향인 김기용 전 청장은 충북 출신 1호 경찰청장으로 최근에는 지역 정치권 진출을 위해 행보하고 있다. 김용판 전 서울청장은 2010년 충북청장에 재임했었고 국정원 선거개입 수사를 둘러싸고 재판정에 서는 등 관재수를 겪었다.

두 청장의 책이 애독자를 찾지 못하는 배경에 대해 충북청 관계자는 “한분은 정치색이 과해 현역 시절 이미 기소돼 재판까지 받았고 다른 분은 퇴임후 고향에서 출마설이 나돌고 있다. 그러다보니 책 내용도 자기 홍보성이 강해 직원들이 찾지 않는 것 같다. 조직의 최고 책임자를 지낸 분들의 책인데…참, 우리도 계면쩍다”고 말했다.

지난 2월말 충북대는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의 저서 ‘6·25 전쟁 1129일’을 재학생과 학부모, 교직원에게 배부한다고 밝혔다. ‘6·25 전쟁 1129일’은 6·25 전쟁 발발부터 정전협정까지의 날씨와 전황, 국내외 정세 등을 일지형식으로 기술한 400여 페이지 요약본이다. 충북대는 이 회장으로부터 3만권을 기증받아 학위수여식, 입학식 참석 학부모들까지 책을 무료로 나눠줬다.

확인 결과 이 회장은 지난해 9월 출간이후 부영그룹 이름으로 이미 200만권에 달하는 책을 기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초 대한노인회 부회장 126만부를 기증했고 국방부에 62만9천부를 전달했다. 노인회 전 회원과 현역 군인 대부분에게 자신의 책을 전달한 셈이다. 이밖에 전현직 경찰관 모임 대한민국 재향경우회 1만권, 조선대 3만부, 외교부 2500부, 경찰청 1200권, 소방방재청 4500권을 기증했다.

이 회장은 언론인터뷰에서 “6·25를 아는 세대가 점점 사라지는 이 때 후손들에게 전쟁의 올바른 진상과 역사적 의미를 제대로 알릴 필요가 있어 이 책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터넷서점에 오른 책 가격은 권당 14만원에 달한다. 요약본을 1만원이라해도 200만권이면 200억원 어치가 되는 셈이다. 이 회장은 지난 2013년 자신의 호를 딴 출판사 ‘우정문고’를 설립하고 주거문화와 관련된 책 2권과 ‘6·25 전쟁 1129일’ 등 총 3권의 책을 발간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