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명 교사와 충북예고 1학년 학생들 시집 발간

충북예술고등학교(교장 정영구) 1학년 학생들이 시집을 냈다. 시집의 제목은 『너는 지금도 충분히 아름답다』(고두미, 2015). 1학년 학생 103명이 쓴 시 151편이 실렸다. 한 학생이 적게는 1편에서 많게는 3편까지 썼다. 이 많은 시들은 주제에 따라 모두 3부로 나누었다.

제1부 ‘마에서는 사춘기를 막 빠져나온 학생들의 눈에 비친 세상 풍경을, ‘예원동산’이라는 소제목이 붙은 제2부에서는 학교 현장에서 벌어지는 학생들의 생활과 생각을 담았다. 예원 동산은 충북예술고등학교의 캠퍼스를 부르는 이름이다. 제3부 ‘미운 정 고운 정’에서는 학교를 구성하는 사람들에 대한 애환을 표현한 작품들을 묶었다.

▲ 정진명 교사.
이 합동시집을 엮은 사람은 국어교사이자 시인인 정진명 씨. 정 씨는 올해 충북예술고로 전근을 와서 학생들에게 국어를 가르쳤는데, 수업시간과 수행평가 숙제로 짬짬이 낸 시들을 모아서 시집으로 엮었다. 사실 정 씨의 이런 작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9년도에도 회인중학교에서 학생들의 합동시집 『내 어깨로 날아든 파랑새』(고두미출판사)을 냈다.

이렇게 시집이 나오게 된 것은 정 교사가 학생들에게 숙제를 내도록 하기 위해 카페 <머털도사의 즐거운 교실>을 내고 차곡차곡 시를 모았기 때문이다. 정 교사는 “1년만 지나면 학생들의 공책에 쓰인 시들이 모두 버려지는 현실이 안타까워서 학생들의 글을 모아둘 방법을 생각하던 중에 인터넷 공간을 활용하자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고, 2008년도에 개인 카페를 만들었다”라고 설명했다.

시가 모아져도 출판하는 비용이 문제였다. 이러한 사정을 안 고두미 출판사의 유정환 사장은 선뜻 종이 값만 받고 출판해주겠다고 나섰다. 자신이 숙제로 낸 시들이 어엿한 시집으로 나온 것을 본 학생들은 ‘신기하다!’고 입을 모았다.

학생들은 이 시집 속의 시를 자신이 직접 낭송하는 <시 낭송회>를 열 예정이다. 예고 음악과 학생들이 기꺼이 연주를 맡기로 했다. 정 교사는 “학생들의 눈은 그 자체가 시다. 눈에 보이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꾸밈없이 쓰면 정말 아름다운 시가 나온다. 저도 평생 시인이라는 호칭을 달고 살았지만, 학생들이 쓴 시를 읽다보면 시인이라는 말이 부끄러워진다. 앞으로도 이런 기획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이번에 시집을 낸 충북예고 1학년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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