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습지원금 사용 내역 오리무종…사건 터지면 교사과정 은폐

대학교수 ‘갑질’해부
밝힐 수 없는 착취 실태

착취는 주로 ‘갑을’의 관계에서 이뤄진다. 이른바 갑질을 해도 을의 입장에서는 밝혀내기가 쉽지 않다. 권한도 없는데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답이 안 나온다. 잘못할 경우 불이익이 갑절로 돌아오게 된다. 인생의 가장 중요한 순간, 학생들은 교수들의 비위사실을 털어놓지 못한다. 겨우 할 수 있는 건 탄원서를 만들어 보직교수들에게 제출하는 것이지만 이마저도 일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으면 학생들에게 화살이 돌아온다. 이는 교수와 직원간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 전국대학노조 한국교통대 지부는 지난 10일 충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찰의혹이 있는 교수의 해임 및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했다.

# 그 많던 실습지원금 어디로 갔을까

청주대 체육교육과는 2013년 스키강좌를 열었다가 폐강했다. 두 개의 강좌가 개설됐는데 수강료가 달랐다. C교수는 25만원이었고, D교수는 3만원이었다. 결국 학생들에게 강의료 차이에 대한 소문이 나돌면서 C교수에게 몰렸고, 문제가 불거졌다. 이에 대학 측은 아예 스키강좌를 없애버리면서 문제를 덮었다.

이렇게 강의료 차이가 났던 것은 B교수가 학교에서 주는 실습지원비를 학생들에게 줄 경우 3만원만 내면 강의가 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습지원비가 학생에게 쓰여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잘못된 관행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사실 지원금이 제대로 쓰이는 지 학생들로선 판단한 길이 없다. 같은 대학의 산업디자인학과 E교수는 학생들이 각종 공모전에서 상금을 받으면 일정 금액을 다시 학교 발전기금을 내놓는 각서를 쓰도록 했다. 이를 외부에 알리지 않겠다는 각서도 학생들에게 받았다. 하지만 이 문제는 4학년 학생들이 취업에 영향을 받을까봐 공식적인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넘어갔다.

청주대 항공운항과의 F교수는 비행교육원장을 맡았다가 지난해 보직 사퇴 및 교수직까지 내놓았다. F교수는 자신의 SNS에 “놀러오면 시뮬레이션 비행기를 탑승하게 해 주겠다”는 글을 남기는 등 기자재를 개인의 사적이익을 위해 쓸 것을 내비친다거나 비행기 점검을 제 때 하지 않아 학생들이 아예 수업을 받지 못하는 등 피해가 커졌다. 학생들 몇몇은 이 같은 문제를 학교 측에 알렸고, 결국 F교수는 학교를 떠났다.

# 교수가 학생 시켜 직원 사찰?

한국교통대 충주캠퍼스 기계공학과 G교수는 지난해 11월 국가근로장학생에게 직원들이 무엇을 하는 지 체크해달라고 한다. G교수가 맡고 있는 공동실습관엔 직원이 3명 있었다. 교수의 지시를 받은 학생은 가만히 생각해보니 같이 지낸 직원들에게 최소한의 도리가 아닌 것 같아 직원들에게 이 같은 내용을 알린다. 그 후 3개월 가까이 지났지만 달라진 게 없다. 오히려 용기 내 이 같은 사실을 알린 학생은 지금 “다른 과로 전학을 가야 하나”심각하게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생인지라 계속해서 G교수를 대면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직원들은 지난 2월 2일 대학 내 플래카드를 내걸고 “직원 사찰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안병성 전국대학노조 한국교통대 지부장은 “이 일이 좋은 일도 아니고 그동안 조용히 해결하려고 했다. 교수회장, 문제가 된 해당교수, 총장까지 대면했지만 답을 얻지 못했다. 시간만 흘려 보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동안 G교수와 직원들이 사이가 좋았던 것은 아니다. G교수가 공동실습관장을 맡으면서 직원들과 갈등을 빚어왔다. 하지만 직원을 감시하기 위해 학생을 시킨 것은 분명히 잘못된 행위다. 사찰에 대한 죄의식이 없어 보이는 게 더 큰 문제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G교수는 “지난 1월 20일자로 보직은 사퇴했다. 직을 수행하면서 미숙한 부분이 있었다. 직원들과 교수들에게 나중에 사과 메일을 띄우기도 했다”라고 해명했다. 조희찬 한국교통대 교무처장은 “사찰이라는 표현이 법적으로 맞는 표현인지는 모르겠다. 불협화음 때문에 생긴 일인데 내부적으로 화해와 타협을 기대했기 때문에 시간이 길어졌다”라고 답변했다.


“이사하고 자장면만 사주면 다인가요”
대학생들이 말하는 교수갑질 사례 ‘봇물’ 

“이사하고 자장면만 사주면 되는 줄 안다. 자기 집 이사하는 데 우리가 왜 가야하나. 정말 황당했다.”(청주대 3학년)

청주대 학생들에게 ‘교수갑질’사례를 물으니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청주대 여학생 L양은 “한 학기에 한번 교수들과 상담하는 시간이 있다. 비용이 한 학생당 2만원이라고 알고 있다. 상담하면서 밥도 한 끼 먹고 차도 한잔 마실 수 있는 돈이다. 그런데 한 번도 상담하면서 뭘 먹어본 적이 없다. 교수들 중에 유독 한 명이 돈을 쓰지 않는다. 그 돈을 모으면 꽤 될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학생들은 학점에 대해서도 불만이 많았다. 한 여학생은 “조 단위 평가를 받는 수업이었다. 같은 조는 점수가 같아야 하는데 나만 좋지 않았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학생회 활동을 하기 때문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그래서 억울함을 내비쳤더니 오히려 점수를 더 낮게 줄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어쩔 수 없이 참았다”라고 성토했다.

또 다른 학생은 “성적표를 유독 보여주지 않는 교수들이 있다. 왜 성적이 낮게 나왔는지 확인도 하고 싶고, 무엇을 잘 못 알고 있는 지 체크하고 싶은데 보여주지 않으니 답답할 노릇이다”라고 지적했다.

남학생 Q군은 “학위를 받은 전공과는 전혀 다른 전공을 가르치는 교수가 있다. 과마다 그런 교수가 많고 소문도 많이 돌고 있다. 신생과에는 전공에 딱 맞는 교수가 없고 선배들이 와서 비디오를 틀어주고 설명하는 식이다”라고 지적했다. 확인해보니 체육교육과의 P교수는 유도 금메달리스트로 지난해 교수로 부임됐지만 정작 농구와 축구를 가르치고 있었다. 이미 유도를 가르치는 금메달리스트가 학과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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