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공방에 전문가 동원, 특단의 해결책 요구도
![]() | ||
“회계원리를 모른다” “사실알고도 직무유기”
그러나 이날 감사를 맡은 농림부 관계자는 나씨와 다른 의견이다. 그는 “감사에 따른 보고서를 아직 작성하지 못했다”며 사견임을 전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의혹이 제기된 부분에 대해 나문수씨에게 충분히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가 회계원리를 잘 모르는 것 같았다. 설명을 하면 이해하는 듯 하다가도 자신의 생각을 고집하며 문제를 걸었다. 회계를 잘 모르면 많은 의혹이 생길 수밖에 없다. 나씨가 지금 그런 상황이다. 의심이 의심을 낳게 되고 그 의심이 다시 확대 재생산됨으로써 불필요하게 소모전이 이어졌다. 감사를 진행한 만큼 조만간 분명한 입장을 정리, 밝히겠다. 이미 검찰 경찰 수사를 모두 거쳤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면 벌써 드러났을 것이다. 우리는 의혹을 근본적으로 파헤칠만한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일단 주어진 권한내에서 답변을 낼 수 밖에 없다”
나씨는 여전히 강경한 입장이다. 의혹에 대한 구체적 정황이 드러나는데도 감사에서 이를 은폐하거나 방기한다는 것이다. 그는 “아주 전문가가 아니라도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뭐가 문제인지를 알 수 있다. 이미 관련자료를 다 확보하고 공개했기 때문에 성의만 있으면 진실규명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나씨는 대표적인 의혹으로 다음을 지적한다. 우선 97년 현 건물을 매입하면서 축협 지소의 임차보증금 2억2000만원과 스포츠용품점(훈스포츠) 임차보증금 1억1500만원 등을 되레 부채로 돌려 횡령했다는 것이다. 또한 이 금액에 대한 결산시 고객예탁금에서 현금으로 인출, 결국 횡령금액을 6억여원으로 늘렸다는 것과, 생활물자금 가지급과 관련 건물의 전주인인 0씨에게 선지급한 것처럼 서류를 만들고 나중에 이에 상응한 금액을 현금으로 빼돌려 횡령했다는 것 등이다. 그러나 축협측은 이런 의혹제기에 대해 일일이 대꾸할 가치도 없다며 무시해 버린다. 축협 관계자는 “이젠 답변하기도 지쳤다. 나씨가 이성을 찾았으면 한다. 나씨의 문제제기로 당국의 조사와 수사가 수차례 있었기 때문에 이미 검증됐다고 본다. 의혹은 의혹으로 끝내야지 계속 물고 늘어지는 처사가 안타깝다”는 입장이다.
계속된 공방에 기대반 우려반
그러나 지난 7년여간 이 문제에 집착해 온 나씨는 요지부동이다. 차라리 법정에서 사실을 가릴 필요가 있다며 본인을 무고로 구속하라고 공언한다. 실제로 주변에선 이 사건이 법정에 오를 경우 가타부타 결론이 날 것이라는 기대감도 표한다. 하지만 충주축협은 7년이나 시달리면서도 나씨를 무고로 역고소하는데 주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축협측은 “조합원과의 송사 자체가 꺼려진다”는 입장이지만 나씨는 “법정에 설 경우 어쨌든 사실관계에 대한 규명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기피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최근엔 축협이 문제의 건물을 인수하면서 25억여원의 고객예탁금을 전용한 사실이 드러나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축협측은 이를 인정하면서도 신용회계의 20% 내에서 일반회계로 전용할 수 있다는 농업협동조합 재무기준에 의거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밝혔다.
7년여에 걸친 충주축협과 나문수씨의 갈등을 바라보는 시각은 우려 반 기대 반이다. 그만큼 축협의 운영이 투명해 질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신용도 추락으로 결국 조합운영에 큰 손실이 가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병존한다. 나씨는 이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밝힌다. 그는 “횡령이 확실한데도 이를 모른체 하는게 죄악 아닌가. 지금은 고독한 싸움이지만 언젠간 진실이 밝혀질 것이다. 차라리 나를 구속하라는 것은 그만큼 의혹규명에 자신있다는 것이다. 나의 문제제기로 신용도가 떨어진다는 얘기는 어불성설이다. 오히려 경영 투명화를 유도했고, 실제로 지금까지 상당한 규모의 예산누수를 막았다. 충주축협은 이미 심각한 자본잠식 상태이기 때문에 조합원들이 출자금도 보전받지 못할 판이다. 이래도 가만히 앉아 당해야만 하느냐. 나는 절실하게 문제를 제기하는데도 당국이 너무 안이하게 나온다. 진정건도 그렇다. 어떤 기관에 진정하면 관련 및 산하 기관에 이첩, 통보..이러다가 흐지부지된다. 그들이 귀찮게 생각한다고 해서 나마저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은갚라고 반문했다.
충주축협 공방이 수그러들 조짐을 보이지 않자 사실 규명을 위해 차라리 제 3의 전문가가 동원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까다로운 회계문제임을 감안, 지금까지 사건에 연루된 당사·관계자들을 원천 배제시키고 제 3의 전문가를 투입해 가장 개관적인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나씨도 이를 원하고 있다. 각종 진정과 소 제기로 이 사건을 담당한 관계자들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종종 회계문제에 대한 한계를 토로해 이런 해법을 한번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한덕현 기자
doradora@cbi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