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기 소음’ 항의 방문 중 초병 폭행·무단침범 혐의로 실형 구형
‘주민들 “사건 원인·경위 참작 없이 결과만 판단” 집단행동 움직임

▲ 전투기의 저공비행으로 인한 소음 피해를 항의하기 위해 공군부대를 찾았던 주민이 군사재판에 회부돼 실형을 구형받자 주민과 시민단체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사건이 일어났던 공군 부대 초소 전경.
전투기의 저공비행으로 인한 소음피해를 항의하기 위해 부대를 찾았던 주민이 군사재판에 회부돼 군 검찰로부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1년의 구형을 받자 충주시 금가면 주민 및 시민단체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구형을 받은 당사자 및 변호인, 금가면 소음대책위원회는 군에서 사건발생 원인 및 경위는 참작하지 않고 결과만으로 판단하려 한다며 집단행동에 나설 계획이어서 군과의 마찰이 예상된다.

공군 제19전투비행단은 최근 부대 내 보통군사법원에서 인근 금가면 월상리 주민 최모(55)씨를 상대로 충주공군부대 창설 후 최초로 민간인을 상대로 한 군사재판을 벌였다. 이 자리에서 군 검찰은 최씨가 초병을 폭행하고 부대를 무단 침범했다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1년을 구형한다고 재판장에게 요구했다.

이에 최씨 및 금가면 소음대책위는 큰 반감을 나타내고 있다. 최씨는 충청리뷰와의 인터뷰에서 “군 검찰은 초소침범이라고 하는데 항의방문이었다. 민원을 넣어도 답신이 없고, 접수한 것으로 끝나니까 부대를 찾은 것이다. 답신이나 민원실에서 일을 제대로 처리했으면 부대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들어온 것만 판단하지 왜 내가 들어갔느냐에 대해서는 말을 안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소음대책위도 “그동안 공군부대 소음피해에 대해 주민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했는데 이런 일을 겪고 나니 비행장의 악태를 고발하고 싶다”면서 “최씨의 형 여부를 떠나 주민들은 더 이상 소음으로 인한 피해를 묵과하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군 검찰, 징역 1년·집유 1년 구형

이번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4년 8월 26일 충주공군부대를 이륙한 블랙이글 전투기는 ‘충주하늘사랑축제’의 사전행사로 축하비행 연습을 했다.

이 과정에서 블랙이글 전투기는 저공비행을 했고, 소음을 견디다 못한 최씨는 부대에 항의전화를 했다.

금가면 월상리에서 숯공장을 운영하는 최씨는 20여 년간 이곳에 살면서 전투기 소음으로 재산상 손실과 건강이상까지 감내하며 생활해왔는데, 이날은 훈련기에서 발생하는 굉음을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최씨는 돌발성난청(감각신경성난청)을 앓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민원만 접수한다는 담당자의 답변만 돌아오자 직접 책임자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으로 자신의 승용차를 운전하고 인근 91시설전대 정문을 방문해 책임자를 만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최씨는 초병 3명 중 1명의 헬멧을 두 손으로 밀쳤고, 신속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자 곧바로 자신의 차량에 올라타 부대 안으로 진입했다.

최씨는 부대 내 건물 안으로 아무런 제지 없이 들어갔고, 이 소식을 듣고 달려온 전대장과 헌병대장으로부터 사과를 받고 일상으로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최씨는 평소처럼 생업에 종사하던 중 11월경 공군부대와 경찰로부터 초병폭행과 부대 무단침범으로 군사재판에 회부됐다는 통보와 조사를 받았다.

소음대책위는 “최씨가 작업을 하다가 워낙 큰 소음에 작업복을 입고 항의를 하러 갔고, 이후 조용히 일이 마무리되는 줄 알았는데 군 검찰에서 갑자기 들이닥쳐 구속수사하겠다고 엄포를 놨다”며 “그동안 민원도 제기하지 않고 정말 조용히 살았는데 군은 우리를 업신여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최씨는 소음대책위와 함께 재판준비와 함께 200여명의 주민서명을 받은 탄원서를 청와대와 국민권익위원회, 국방부, 공군참모총장 등에게 전달했다.

탄원서에는 블랙이글팀이 연습을 하던 날 농가주택 흙벽이 떨어져나가고, 난청과 한쪽 청각을 잃은 사람, 기르던 사슴과 개 사육농장, 민물상어 양식장까지 피해를 입은 사례가 담겨 있다.

최씨는 “감정이 격한 상태에서 부대에 들어간 부분은 잘못을 인정하지만 자식 같은 초병을 폭행했다는 부대의 주장은 인정할 수 없다”며 “선고결과를 지켜본 뒤 대책위와 협의해 상급법원 항고나 공동대응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공군 “주민과 갈등 원치 않는다”

이에 대해 공군 측은 훈련 당시 충주시청과 인근 면사무소, 인근 지역 주민대표 등에게 사전훈련을 공지했으며, 최씨의 군사재판 회부에 대해서 유감을 표시했다.

군 관계자는 “최씨가 부대민원실로 전화를 한 것 같은데 민원을 처리하는 중에 차를 가지고 부대를 들어왔다”며 “당시 그는 헌병 헬멧을 세게 내려쳤고, 간부와 전화연결을 하는 사이 차량을 가지고 부대 안으로 질주했다”고 답변했다.

군에 따르면 최씨는 부대를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두 차례에 걸쳐 2명의 초병 헬멧을 밀친 것으로 전해졌다. 군 검찰은 폭행시비와 관련, 사건당시 부대 정문을 촬영한 CCTV화면을 자료로 제출하고 초병을 증인으로 불러 폭행여부를 심문했다.

군 관계자는 “헌병대장과 91전대장이 출동해서 최씨를 안심시켜줬고, 민간인 신분이라 경찰에 연락을 했다”며 “저희는 재판에 회부할 생각 없이 조용히 마무리되길 바랐는데 경찰과 검찰에서 사건화했다”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일로 헌병대장과 전대장 등이 징계를 받았다”며 “군 검찰은 주변지역 민간인이라 정상참작을 해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1년을 요구한 것이고, 더 이상 주민과의 갈등을 원하지 않는 것이 공식적인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사건과 관련해 내달 초 선고가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사건 당사자인 최씨에게 재판부가 어떤 판결을 내릴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결과에 따라 주민들은 19전비의 각종 행사시 부대 앞에서 시위를 진행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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