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 수곡동에 평생교육원 설립 “유휴공간 되살린다"
서원대, 세계적인 음악가 초청해 마스터클래스 ‘승부수’

1990년대 대학들은 평생교육원을 설립한다. 도내에서는 서원대가 1992년 제일 먼저 설립했고, 충북대가 1996년, 청주대가 1999년 문을 열었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대학의 존폐위기가 나오고 있는 이 때 지역민과 함께 하는 대학 만들기는 새 모델이자 생존이 걸린 문제다.

충북대는 지난 26일 평생교육원 준공기념 개원식을 개최했다. 평생교육원은 지하 1층, 지상 3층 약 6000m²다. 총 사업비 107억원(국비 75억, 자부담 22억, 청주시 10억원)이 소요됐다. 평생교육원 1층엔 교육독지가 신언임 여사의 이름을 딴 260석 규모의 공연장 ‘신언임 홀’도 갖췄다.

▲ 수곡동 지역은 2008년 법원 검찰청이 이전한 이후 쇠락의 길을 걸었다. 이곳에 자리잡은 평생교육원은 새로운 수곡동 시대를 열 수 있을까.

2008년 법원·검찰청이 이전하면서 수곡동 일대는 쇠락의 길을 걸었다. 따라서 태생적으로 충북대 평생교육원은 구도심 유휴공간 활성화라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이재은 충북대 평생교육원장은 “지역민과 함께하는 지역사회의 가치 있는 기관이 되고자 한다. 평생교육원을 통해 젊고 활기찬 수곡동 시대를 열 것이다. 봉사, 나눔, 배려, 환경을 키워드로 시대정신을 구현하는 기관이 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충북대 평생교육원은 지난해 연말엔 어르신들에게 김장 100포기를 전달했다. 수곡동 경제활성화를 위해 수곡동 맛집 리스트를 만들었고 이 동네에서 수강생들이 회식을 하도록 유도할 예정이다. 이날 개원식에서 사은품으로 나눠준 것은 무릎담요였다. 몇 차례 지역민들과 회의를 해보니 제일 필요로 하는 게 무릎담요였다는 것이다. 이날 개원식은 예술가들의 재능나눔으로 공연이 이어졌다. 수곡동 일대에서 장애인 인권운동을 해온 다사리장애인학교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행사를 기획했다.

 캠퍼스 떠나 성공할 수 있을까

 충북대는 한 학기에 250여개 강좌를 열어 수강생 5000여명을 자랑한다. 도내 대학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충북대 평생교육원은 캠퍼스를 떠나 지역사회로 들어간 첫 사례다. 이 원장은 “수곡동에는 영구임대아파트가 1990세대가 있다. 개원 전 지역민들과 수차례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했다. 한 달에 한명이 처지를 비관해 목숨을 끊고 있다. 이곳 주민들에겐 문화생활을 즐길 여유도 기회도 주어지지 못했다. 공연을 보러가려면 이동해야 하는 데 교통편이 마땅치 않다. 월별 테마행사를 통해 평생교육원내 공연장인 ‘신언임홀’에서 지역민을 위한 공연 행사를 열 계획이다. 개원식 한 달 전 주민들이 먼저 이용하도록 했는데 반응이 좋았다”라고 설명했다.

지역민들을 위해 주자창은 평생교육원 강의가 끝나는 밤 9시부터 다음날 오전까지 무료로 개방할 예정이다. 이 원장은 “동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로서 대학이 취약계층에게 어떠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유의미하다. 이러한 도전이 성공해 하나의 기폭제가 됐으면 좋겠다. 지역사회에 봉사하면서 수익창출까지 하는 구조가 돼야 한다. 그 이익을 다시 지역민에게 돌려주기 위해서다”라고 설명했다. 평생교육원 강의가 잡히지 않은 시간대에는 지역의 시민단체들이 지역민들을 위해 인문학 강좌 등을 열 수 있도록 하는 등 공간지원도 구상중이다.

충북대 평생교육원의 수익구조는 플러스다. 하지만 평생교육원이 캠퍼스 밖을 나온 만큼 기존 교직원 수강생들의 접근성은 떨어지게 돼 우려도 있다. 그러려면 이러한 모델이 성공해야 한다.
 

세계적인 음악가 청주 강의 왜?

서원대는 이탈리아의 유명 성악가의 마스터 클래스를 열 계획이다. 하루 7시간 마스터 클래스를 진행하는 데 비용은 20만원이다. 청강생은 5만원으로 잡았다. 파바로티, 플래시도 도밍고 등 전설적인 성악가의 ‘오페라 연인’이었던 소프라노 이네스 살라자르가 2월 6일부터 8일까지 서원대 예술관에서 마스터 클래스를 펼친다. 이네스 살라자르는 베르디 국제콩쿨, 마리아 칼라스 국제콩쿨, 마리오 델 모나코 국제콩쿨에서 우승한 바 있다.

이유진 평생교육원 교수는 “강의를 페이스북에서 홍보했는데 전국에서 수강 신청을 했다. 심지어 독일에서 강의를 듣겠다는 분도 있었다. 주로 40~50대 전문음악인들이 많았다. 이러한 프로그램이 지역에서 처음 시도되는 거라 반신반의했는데 반응이 좋아 다음 계획도 세우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서원대 평생교육원은 3월에는 이탈리아 산타체칠리아 국립음악원의 성악과 학과장인 테너 클라우디오 디 세니를 초청해 마스터 클래스를 3월 27일과 28일 열 예정이다. 같은 날 밀라노 클라우디오 아바도 시립음악학교 교수인 피아니스트 마우리지오 카르넬리 교수를 초청해 오페라 반주법 마스터 클래스도 연다.

뿐만 아니라 CEO를 대상으로 한 예술경영자 과정 등 세계 유명 강사를 초청한 수준 높은 강좌를 열어 승부수를 던진다는 계획이다. 서원대가 이탈리아에 있는 음악가를 초청한 배경에는 2012년 로마에 있는 산타체칠리아 대학과 MOU를 맺고 지속적인 교류를 해왔기 때문이다.

 김영미 서원대 평생교육원장은 “평생교육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평생교육원 수업을 위해 새롭게 5층 규모의 ‘글로벌관’을 신축했다. 올해 뷰티관련 학과에 대한 학점은행제를 운행해 학점을 딸 수 있는 문도 열어놓았고, 예술강좌 및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나눔사업, 특화사업 등도 펼칠 계획이다. 그동안은 강좌를 열어서 손익분기점으로 따지면 손해를 많이 봤는데 지난해부터 흑자로 돌아섰다”라고 설명했다.

청주대는 이번 겨울학기에 113개 강좌를 개설해 1300여명의 수강생을 받았다. 청주대 평생교육원 관계자는 “커피바리스타, 플라워리스트 등 자격증을 딸 수 있는 강좌가 여전히 인기가 좋다. 클래식 강좌나 악기를 배울 수 있는 강좌도 찾는 이가 많다. 수익률은 크게 따지지 않고 있다. 지역사회 봉사차원에서 프로그램을 짜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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